태영건설 기업개선안 윤곽, ‘책임경영’ 부각한 TY홀딩스에 채권단 공감대 형성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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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정리 나선 산은, 태영건설 기업개선안 확충
남은 건 채권단 75% 동의, "대주주 적극 참여에 채권단도 공감대"
변수는 PF 사업장 진행 상황,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 염두에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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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태영건설 경영정상화를 위해 무상감자와 출자전환을 진행해 1조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하기로 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출자전환 후 대주주 티와이(TY)홀딩스의 지분 변화다. 산은의 계획대로 기업개선이 진행되면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지분율이 27.8%에서 60%대로 상승한다. 태영건설 자본확충의 상당 부분을 티와이홀딩스가 떠안는 셈이다. 이에 금융권에선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산은의 계획이 채권단의 동의를 얻는 데 성공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산은,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 안건으로 부의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 주채권은행 산은은 이날 오후 3시 태영건설 채권단을 대상으로 기업개선계획을 설명하고 안건으로 부의했다. 산은의 기업개선계획에 따르면 티와이홀딩스의 지분(27.8%)은 100대1로, 일반주주에 대해서는 2대1로 차등해 무상감자를 실시한다. 이후 출자전환을 통해 1조원 수준의 자본을 확충한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 -6356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산은이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1조원 수준의 자본이 필요하다고 추정한 이유다. 산은은 자본 확충을 위해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에 대여한 7,300억여원을, 채권단이 무담보채권 50%인 약 3,000억원을 출자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티와이홀딩스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차입해 태영건설에 대여한 4,000억원(워크아웃 전 대여자금)과 태영인더스트리, 블루원 등 매각대금 3,300억원(워크아웃 이후 대여자금)을 출자전환할 예정이다.

변수는 부동산 경기 회복 여부

산은이 교통정리에 나선 데 대해 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하루빨리 리스크를 걷어내는 게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태영건설이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은행권은 워크아웃에 동립한 태영건설에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했음에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투입해야 할 자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부동산 경기 회복이 리스크 해소 여부를 가를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지만, 시장에선 다소 비관적인 의견이 거듭 나오는 모양새다. 연초만 해도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었으나 그 시기가 점차 늦어지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 기대감도 덩달아 꺾이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토지값도 문제고 공사비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신규로 공급되는 부동산 자산을 매입할 가계의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게 크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해결이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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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공감 얻고 있지만, “PF 사업장 진행 상황도 살펴야”

다만 산은의 기업개선계획안이 무난히 진행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태영건설에 당초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우발채무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태영그룹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시 확약한 자구계획에 따라 태영건설의 유동성을 해결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산은은 기업개선계획과 PF 사업장 처리가 진행되면 자본잠식 해소와 수익성 개선 및 유동성 확보를 통해 경영정상화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관심은 채권단의 동의 여부에 쏠리게 됐다. 태영건설에 대한 공동관리절차를 시작하려면 채권단 동의를 75% 이상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워크아웃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채권단으로 변경되는 것과 달리 태영건설은 티와이홀딩스로 대주주가 유지될 예정인 만큼 채권단의 의중이 어떻게 갈릴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태영건설 대주주 지분율은 티와이홀딩스 27.8%, 윤석민 회장 10%, 윤세영 창업회장 1%, 윤석민 회장 부인 3% 등 41.8%로 구성돼 있는데, 감자를 단행하면 대주주 지분율은 거의 소멸되지만 출자전환을 반영하면 대주주 지분율은 60%가량으로 높아진다.

우선 시장에선 기업개선계획안이 채권단의 공감을 충분히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주주의 책임경영을 이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 채권을 전부 출자전환하면서 결단의 의지를 보인 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단 의미다. 여기에 대주주가 적극 참여하면서 채권단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점도 긍정평가되는 요소다. 통상 워크아웃 과정에선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전액 부담해 왔다.

이에 대해 산은 측은 “이전 워크아웃 사례들은 대주주가 자금을 지원할 여력이 없었으나 태영건설은 유동성이 부족했던 상황”이라며 “대주주는 보유 채권을 전액 자본확충에 투입함으로써 정상화의 책임을 다하고 금융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수는 부동산 PF 사업장 진행 상황이다. 앞서 지난 17일 채권단은 60곳의 PF 사업장(본PF 40곳과 브릿지론 20곳) 중 부실 사업장 10곳을 대상으로 경공매를 진행하고 17곳(본PF 사업장 7곳과 브릿지론 10곳)은 시공사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부동산 PF 사업장에 따라 우발채무가 현실화하면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출자전환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채권단의 출자전환 규모가 늘어나면 티와이홀딩스의 지분율이 줄어들어 최대주주는 변동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태영건설 지분율은 티와이홀딩스 50%, 채권단 50% 수준에 수렴할 것이라는 게 채권단 측 의견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태영건설 대주주가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서면서 채권단의 자본 투입 우려를 덜었다”며 “실사 결과 우발채무도 우려했던 것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PF 사업장 채권단 조율이 워크아웃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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