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 전환된 11월 국내 무역 성적, 국제 유가 하락으로 내년 경기 전망도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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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수출액 증가·무역수지 흑자·반도체 흑자 전환 등 트리플 플러스 달성
국제 유가 배럴당 75달러까지 떨어져, 당분간 하락세 지속될 듯
전문가들 "정부는 재정 긴축 풀고 완연한 경기 회복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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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

올해 11월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늘어나면서 두 달 연속 ‘수출 플러스’ 기조를 달성했다. 특히 국내 주력 상품인 반도체 수출이 작년 8월 이후 16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데다 최근 국제 유가 하락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11월 수출입 동향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2023 1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대비 7.8% 증가한 558억 달러(약 73조2,500억원)로 올해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출물량은 11월에도 증가세(+4.6%)를 이어가며 2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수출 품목별로 살펴보면 지난달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총 12개 품목 수출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12.9% 증가한 95억 달러(약 12조4,900억원)를 달성해 16개월 만에 마이너스 흐름을 끊고 플러스 전환됐다. 석유화학, 바이오헬스, 이차전지도 전년 대비 각각 5.9%, 18.8%, 23.4% 증가하며 플러스 전환을 이뤘다. 이외에도 자동차(21.5%), 일반기계(14.1%), 가전(14.1%), 선박(38.5%)·디스플레이(5.9%)가 각각 17개월, 8개월, 6개월, 4개월 연속 수출 호조세 흐름을 이어갔다.

지역별로는 주요 9대 수출 시장 가운데 미국, 아세안, 유럽연합(EU), 일본, 중남미, 인도 등 6개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미국 수출은 총 109억 달러(약 14조3,000억원)를 기록해 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으며, 아세안은 98억 달러(약12조8,600억원)로 연속 2개월, EU는 55억 달러(약 7조2,200억원)로 플러스 전환됐다. 다만 중국의 경우 올해 최대 실적인 114억 달러(약 14조9,600억원)를 기록했지만 0.2% 감소해 증가세 전환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11월 수입액은 520억 달러(약 68조2,600억원)로 1년 전보다 11.6% 감소했다. 에너지 도입 단가 하락으로 가스와 석탄 수입이 각각 45%, 40% 감소하는 등 전체 에너지 수입이 22.2% 감소한 영향이 컸다. 비에너지 상품 수입은 7.9% 감소했다.

이로써 11월 무역수지는 38억 달러(약 4조9,800억원) 흑자를 달성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11월에는 2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 6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반도체 수출 플러스 전환 등 트리플 플러스를 달성하면서 수출 우상향 모멘텀이 더욱 확고해졌다”며 “수출 상승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져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출 상담·전시회를 연말·연시 집중적으로 개최해 해외 마케팅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오늘 시행되는 중국의 흑연 수출통제 등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대외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TI-선물-가격-추이

국제 유가 하락이 이끈 국내 무역 성과 개선

이러한 수출 호조세는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국제 유가의 영향이 크다. 국제 유가 하락이 우리나라의 원유 관련 수입 물량을 수출 물량보다 더 크게 감소시켜 국내 무역에 흑자 발생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금액으로 산출된 원유 관련 수출입 규모가 모두 축소되지만, 우리나라는 무역구조 특성상 원유를 주로 수입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9월 말 93.68달러(약 12만3,000원)까지 치솟았던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75.73달러(약 9만9,400원)로 떨어지며 거래를 마감한 바 있다.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내년 미국 내 경기 침체가 현실화됨에 따라 국제 유가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할리 배스먼 심플리파이 자산관리 매니징 파트너는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과 금리 인상 기조가 곧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중반쯤부터 실업률이 올라가고 사람들의 신용도가 낮아져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는 등 미국의 경기 둔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경기 침체로 인해 금융시장 내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다소 높아져 주가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는바, 국제 유가도 당분간 하락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내 경기 개선 가능성 높아, “정부 정책이 좌우”

이 같은 전망에 따라 국내 경기 회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유가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떨어지면 교역조건이 개선돼 소비자물가 하락, 국내총생산(GDP) 상승 등의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하락하면 국내 소비자물가가 0.1%씩 하락한다. 실제로 지난 2014년 8월 유가가 배럴당 101.85달러까지 치솟은 이후 같은해 9월 96.99달러, 10월 86.72달러, 11월 76.73달러로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소비자물가지수도 8월 109.45에서 9월 109.38, 10월 109.05, 11월 108.83으로 하락한 바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앞으로 경기 회복세가 예상되는 만큼 내년도 정부의 정책 기조가 긴축보다는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정을 풀어 시장 유동성을 강화하고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지금처럼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정부라도 군불을 때 온기를 느끼게 해야 하지만 현 정부는 건전재정을 강조하며 긴축 기조의 정책 운용으로 겨울만 지속시키고 있다”며 “경기의 완전 회복을 위해서는 내년도 재정 정책의 기조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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