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저한세에도 ‘절세’ 의지 여전, “조세 경쟁 격화할 수도”

Policy Korea
OECD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 세계적 세수 규모 9% 늘어날 것"
조세회피국 자국 경쟁력 '빨간불', 의견 충돌 가능성 높아져
과세당국 이견 폭발 우려, 당분간 혼란 피하긴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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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dobe Stock

올해부터 대형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최저한세가 시행되면서 연간 최대 2,200억 달러(약 285조8,000억원)의 추가 세수가 창출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선 글로벌 최저한세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종의 ‘절세’를 하고 있던 기업 입장에서도, 저세율을 통해 자국 경쟁력을 높이던 국가 입장에서도 글로벌 최저한세를 의도대로 따라줄 이유가 크게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최저한세 본격 적용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호주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1일(현지 시각)부터 글로벌 최저한세를 적용받기 시작한다. 최저한세율을 15%로 두고 이보다 낮은 실효세율이 적용되는 경우 해당 기업이 사업장을 낸 다른 국가에 추가 과세권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직전 4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 이상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이 7억5,000만 유로(약 1조753억원)를 넘는 기업들이 적용 대상이다. 우리나라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200여 개 기업이 과세 대상에 오른다.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주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 제도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거둬들이는 세수 규모가 9%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파스칼 생-아만스 전 OECD 조세정책센터 국장은 “필라2(글로벌 최저한세) 이행을 위해선 임계 수준 이상의 국가들만 있으면 된다”며 “그 누구도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OECD가 추진해 온 국제 조세 개편은 글로벌 최저한세를 포함해 총 두 개의 축으로 구성돼 있다. 나머지 하나인 다국적 기업의 본사가 속한 국가뿐 아니라 실제 매출이 나오는 사업장이 있는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필라1(디지털세)은 도입 시점이 2025년으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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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적 의견 충돌 가능성, 혼란 불가피”

국제법인세책임연구센터(CICTAR)의 제이슨 워드 수석 애널리스트도 글로벌 최저한세의 부과 구조를 두고 “매우 지능적인 설계(super smart design)”라고 평했다. “기업에는 조세회피처를 물색하려는 유인을, 국가에는 조세회피처가 되려는 유인을 대폭 줄이는 효과를 내 ‘바닥치기 경쟁(과한 경쟁으로 편익이 감소하는 현상)’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위스, 바베이도스 등 5.5% 수준의 낮은 법인세율로 조세회피처 역할을 해 온 국가들이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 초기 대열에 대거 합류했다. 다만 ‘검은돈’의 온상이 됐던 이들 국가가 이전보다 많은 세수를 올릴 수 있게 되면서 최대 수혜자로 떠오를 거란 점은 우려될 만한 지점이다. 워드 애널리스트는 “(최저한세 구상 과정에서) 조세회피처로 기능해 온 국가들에 보상해 줘야 한다는 아이디어는 없었다”며 “어쩌면 의도치 않은 결과”라고 짚었다.

일각에선 글로벌 최저한세가 오히려 세액 공제, 보조금 등을 통한 국가 간 조세 경쟁을 격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미국 지사의 윌 모리스 글로벌 조세 정책 담당자는 “새로 걷힌 세금은 다른 정부 기관을 통해 기업에 도로 환원될 가능성이 크다”며 “세금 경쟁은 보조금과 세액 공제의 형태로 바뀌어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많은 국가가 OECD의 예상보다 적은 세금을 거둬들이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면서 되려 기업들이 비난의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공장, 기계 등 실물 자산 투자와 관련해선 15% 이하의 세율을 적용하는 예외를 두는 등 과세 구조가 복잡하게 설계돼 정확한 세수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최저한세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학자 발렌틴 벤들링거는 “각국 세무 당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규정 준수 괴물’(compliance monster)이 돼야 할 판”이라고 역설했다.

저세율 국가를 활용해 일종의 ‘절세’를 하고 있던 기업들 입장에서 OECD의 의도에 곧이곧대로 춤춰주진 않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저세율을 통해 외국 기업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던 속칭 조세회피국 입장에서도 글로벌 최저한세에 따라 자국 경쟁력을 낮출 바에야 기업들과 함께 회피 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을 취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선 결국 OECD나 각국에서 나름대로의 감시를 이어가야겠지만, 이들을 감시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과 결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세수를 비교했을 때 경제적이냐를 고려한다면 사실상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특히 글로벌 최저한세는 한 국가의 과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최종 모기업과 부분 소유 중간 모기업 등의 납세지 국가 및 구성 기업이 속한 다양한 국가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실무적으로 여러 과세당국과의 이견이 충돌할 경우 이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문제도 여전히 잔존해 있다. 제도 시행에 따른 혼란은 당분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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