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경영이 ‘방만 경영’으로 변질된 카카오, 결국 창업주가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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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CA협의체’ 개편, 김범수-정신아 공동의장 맡아
자율 경영→책임 경영으로의 전환, 카카오 계열사 중앙 통제 강화
전장에 나선 카카오 창업주와 은둔 중인 네이버 창업주, 두 회사 운명 갈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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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4차 공동체 경영회의에 참석한 모습/사진=카카오

일명 ‘은둔의 경영자’라고 불렸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이자 경영쇄신위원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경영진 사법리스크, 내부 비리 의혹 폭로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닥뜨린 카카오가 그룹 쇄신을 위한 방안으로 ‘책임 경영 강화’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동안 자율 경영 기조로 부재하던 카카오의 컨트롤타워가 부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영 일선에 복귀한 카카오 창업주, 중앙 통제 강화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김 위원장과 13개 협약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새로운 CA(Corporate Alignment)협의체 구성을 발표했다. 개편된 CA협의체는 김 위원장과 정신아 대표이사 내정자가 공동 의장을 맡는다. 창업주가 전면에 나섬에 따라 카카오는 기존의 자율 경영 기조에서 책임 경영 기조로 전환됐다.

CA협의체는 그룹의 독립 기구로, 카카오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내부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조직이다. 김 위원장이 맡은 경영쇄신위원회를 비롯해 각 협약사의 핵심성과지표(KPI)와 투자 등을 검토하는 전략위원회 등 다수의 위원회가 협의체 산하에 포함된다. 구체적인 위원회 구성이나 개별위원회의 위원장 인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정리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그룹 차원 대표 및 임원 인사를 지원하고, 그룹협의회를 운영하는 사무국도 설치된다. CA협의체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산하 실무 조직을 정비한 후, 2월부터는 매월 그룹협의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사회의 눈높이와 신뢰에 부합하는 성장 방향과 경영 체계가 필요하다”며 “인적 쇄신을 비롯해 거버넌스·브랜드·기업문화 등 영역에서의 쇄신을 끌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정 대표이사 내정자는 “계열사 대표들의 위원회 참여를 통해 그룹의 의사결정 맥락 이해를 높이고, 높아진 해상도를 바탕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이라며 “그동안의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를 벗어나 구심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뼈 아픈 자율 경영의 실패

카카오가 그간 지켜오던 자율 경영 기조를 버리고 중앙통제를 강화하는 책임 경영에 나선 이유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본래 김 위원장은 카카오 창립부터 자율 경영을 경영철학으로 내세우며 각 그룹사의 경영 권한을 존중했다. 이를 통해 영어 이름 사용, 수평적인 조직 문화, 정보 공유 활성화 등 카카오만의 직장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카카오는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 공정거래법 위반,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인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45개이던 카카오의 국내 계열사 수는 현재 146개로 3배가량 늘었다. 특히 은행·모빌리티·온라인 쇼핑 등 굵직한 분야는 물론 미용실·영어교육·퀵 배달 등 동네 상권까지 모두 카카오 속으로 들어온 탓에 ‘카카오 제국’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CIO)가 구속되고, 김 위원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11월에는 카카오가 약 4,2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약 3,000억원 규모의 복합문화시설 서울아레나 공사를 진행하며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음에도 명확한 컨트롤타워 없이 지나치게 분산된 조직구조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패착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국내 대기업집단은 수직적, 중앙집권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자회사의 실수로 인해 그룹 전체에 피해를 끼지지 않도록 그룹 차원의 방향성 설정과 통제가 필요해서다.

하지만 카카오는 이와 정반대다. 카카오는 신사업을 추진할 때 조직 내 별도 조직으로 ‘CIC(Company in Company)’를 두고, 대부분의 의사 결정 권한을 위임해 사업을 진행한다. 이에 대해 한 경영 전문가는 “권한 분산에 기반해 별도 조직 형태로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는 전략적으로 효율적인 방법”이라면서도 “카카오는 조직의 분권화 정도가 지나치게 높아 ▲통제력 상실에 따른 전사적인 자원 활용의 비효율 ▲분권화된 조직의 미흡한 경영 역량에 따른 효율성 상실 ▲부분 최적화와 부분 이기주의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고, 이것이 쌓여 현재의 위기 상황이 초래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이버-창업주-이해진_사진-출처-네이버_20240103

네이버와 카카오의 달라진 노선

결국 카카오의 위기 극복을 위해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며 경영 쇄신 시험대에 섰다. 그는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자산규모로 재계 서열 15위 대기업임을 인정한다”며 “이제 벤처기업 스타일의 사업 확장이나 경영 방식을 버리고, 계열사 간 입장 조율, 골목 상권을 무리하게 침해하지 않는 사업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등 내부 통제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 평생의 라이벌로 꼽히는 네이버와의 경영 노선이 달라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의 창업주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여전히 ‘은둔형 경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직 집권화를 강화하려는 카카오와 다르게 네이버는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GIO는 “지나친 권력과 강한 회사에는 자연스럽게 반감이 든다”며 “나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 스노우, 웹툰 등이 네이버보다 커져서 네이버가 잊혀지고, 손자회사인 크림, 제페토 등이 자회사보다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기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내수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의 상반된 경영 스타일이 두 회사의 운명을 가를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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