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인도의 노동개혁, 수입대체 전략의 한계 넘어설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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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위 인도, 막대한 노동력에 기반해 GDP 세계 5위 올라
중등학력 이상 비중 22%, 저숙련 노동집약적 제조업에 집중
수입대체 산업화 추진, 자국 경쟁품목에 높은 수입관세 적용 

인도가 연평균 경제성장률 6~7% 수준의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지난 2022년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GDP에서 3%의 비중을 차지했으며 인도의 인구는 14억2,860만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17%를 차지했다. 다만 인도의 거대한 인구는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됐지만 국민들의 교육수준이 낮은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인도의 25~64세 인구 중 중등 교육 이상의 학력을 취득한 자는 22%에 불과하며 고등교육을 받은 비율도 12% 수준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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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ast Asia Forum

10년 평균 성장률 8% 넘지만 일자리 창출은 미흡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통계협약(Labour Statistics Conventions)에 따르면 한 나라의 기술 수준은 교육과 동의어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도의 저학력은 저숙련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같은 노동구조를 기반으로 인도는 국제 무역에서 저숙련의 노동집약적인 재화에 비교 우위를 갖는다. 하지만 최근 인도 정부가 자국의 생산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노동집약적 재화에 대해 수입관세를 인상하면서 오히려 국내 생산품이 수입품과의 경쟁에서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현대 산업에서 공정의 분업화와 오프쇼어링(생산시설 해외 이전)에 의존하는 생산방식은 노동집약적으로 생산된 중간재를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하고 이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하지만 인도의 경우, 지난 10년간 GDP 대비 수출이 20%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지난해 이 수치가 22.4%로 증가하기는 했지만 10년 전인 2013년 25.4%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이는 급증하는 청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 200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평균 성장률이 8%를 넘어섰지만 일자리 창출 성과는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인도는 전체 인구 중 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이 높은 나라로 인구배당 효과(demographic dividend)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교육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노동집약적인 제조업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나 예측과 달리 제조업을 기반으로 제대로 된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고 있는 데다 저학력 인구의 인구배당 효과가 비즈니스나 정보기술(IT) 등 서비스 산업으로 이어지지도 않고 있다.

여전히 인도에는 농촌과 도시 가릴 것 없이 비공식 근로자의 비중이 크며 이들의 평균 소득은 공식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국가정책 싱크탱크인 인도개혁연구소(National Institution for Transforming India Aayog, NITI Aayog)이 발표한 3개년 실행 아젠다(Three Year Action Agenda)에 따르면 농업 부문의 1인당 평균 소득은 제조업 부문 공식 근로자 임금의 6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제조업 부문 공식 근로자의 비중은 15% 미만으로 정체돼 있다.

수입부품에 높은 관세 부과, 국산품 가격 인상에 영향

특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중상주의에 대한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해 온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은 오히려 제조업의 생산·수출·고용을 제약하는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메이크 인 인디아는 지난 2014년 모디 1기 정부에서 주창한 경제개발 정책으로 글로벌 기업의 생산시설을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국을 제조업의 허브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러너 대칭 정리(Lerner symmetry theorem)’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수출 촉진과 더불어 수입대체를 추구하는 중상주의 전략은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러너 대칭 정리는 국가 간 교역에서는 양국 간 정책의 대칭성이 있어 수입관세와 수출세가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는 무역 이론을 말한다.

수입 장벽을 강화하는 정책은 외환 수요를 줄이고 자국의 통화가치를 높임으로써 인도의 수출품이 해외에서 더 비싸게 팔릴 수 있게 한다. 또한 수입대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도 내 자원이 수출이 아닌 수입대체의 경쟁품목에 투입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수입대체에 대한 압력은 여러 분야에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인도 정부는 자국으로 수입되는 전자·통신 부문 부품에 높은 수입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는 제품 가격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인도 내에서 이뤄지는 조립 등 생산 공정 전반에 타격을 줬다. 자동차 부문의 관세도 60~125%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로 인해 인도의 자동차 산업은 효율성과 경쟁력 측면에서 약점을 드러냈고 노동집약적인 자동차 조립 분야에서도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됐다. 이같은 인도의 무역정책은 198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뤄낸 중국이 제조업을 성장과 고용 창출 원동력으로 삼았던 것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이에 인도 정부는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근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일례로 인도의 노동법은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의 해고를 제한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근로자 100명 이상 기업’에 적용하는 규제였지만 고용의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동법 개정해 기준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아울러 인도 정부는 과도한 노동 규제가 경제적 성과를 저해한다고 지적한 베슬리와 버지스의 2004년 연구 결과를 수용해 노동법 지수(Besley-Burgess index)를 개선했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문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인도가 노동집약적이기보다는 자본집약적인 생산 기술을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고 있다. 여기에 토지 매입에 대한 규제도 상당한 제약이 되고 있다. 토지법과 노동법으로 시장이 경직되면서 더 나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에 필요한 구조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세계은행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인도의 기업들은 노동·토지 등과 관련한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비즈니스의 장애물로 인식하기보다는 단순히 시간 낭비로 간주한다고 응답했다.

제조업의 노동효율성 제고 위해 노동법 개정 등 추진

주요국 간의 무역전쟁과 미-중 갈등, 중국의 임금 상승, 코로나19로 인한 장기간의 봉쇄 조치 등 지정학적 요인의 반사이익으로 인도는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높은 수입 관세로 인해 관세 역전(Tariff inversion)이 일어나면서 산업 전반에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관세 역전은 주로 제조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최종재의 관세율이 제품의 원재료보다 높은 경우를 말하는데 그나마 지난 2년간 관세 역전 현상이 소폭 감소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 볼 수 있다.

인도는 국제무역에서 실리를 확보하기 위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을 탈퇴하고 호주와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했다. 해당 FTA를 통해 인도는 노동집약적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면(raw cotton), 알루미늄 등의 원자재를 더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인도의 제조업체들이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더 유연한 노동시장, 더 나은 인프라, 더 높은 교육 수준을 갖춘 국가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포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이뤄진 일련의 노동개혁은 고무적인 발전이다. 산발적으로 운용돼 오던 노동 관련 법·제도들이 4대 강령으로 통합되면서 규정 간의 모순이 사라졌다. 노조가 과도하게 난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재직자의 과반을 대표하는 노조만 인정하도록 했고 기간제 근로계약 운영, 노동법 준수 등에 대한 사항을 보고하는 포털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법·제도를 정비했다. 다만 보다 포괄적인 개혁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2014년 총선 당시 모디 후보의 경제정책을 자문했던 아르빈드 파나가리야 컬럼비아대 교수가 제안한 바와 같이, 노동규제가 완화된 특별경제자치구를 운영하는 것도 고용을 촉진하는 좋은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데바시시 미트라(Devashish Mitra) 미국 시러큐스대학교(Syracuse University) 맥스웰스쿨 경제학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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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바시시 미트라/사진=Syracuse University

영어 원문 기사는 India’s labour reforms and FTAs could spell luck for its labour force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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