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북한의 외교정책과 4대 세습을 위한 후계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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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찰위성 발사, 군사합의 파기 등 지정학적 긴장 고조
북·러 정상회담 계기로 기술이전 등 양국간 군사협력 강화
2022년 공개 석상에 나타난 딸 김주애, 차기 후계자 유력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북한은 두 번의 실패 끝에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고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러 군사협력을 재개했다.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에 이어 딸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내면서 4대 세습을 위한 후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독재 정권의 취약성을 극복하는 한편 김씨 왕조의 정당성, 지속성,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활동을 전면 재개하지 못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이어졌지만 정치·외교적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서 김씨 왕조를 공고히 하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올해도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정권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의 성과를 토대로 주요국과의 정치적·군사적 긴장관계를 조성하는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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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East Asia Forum

UN 안보리 제재에도 불구하고 ICBM 시험 발사 단행

지난해 11월 21일 북한 관영매체는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한 우주 발사체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를 비롯해 괌에 위치만 미 해군 기지 촬영에도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UN(국제연합) 안정보장이사회(Security Council) 결의 위반이다. 지난 2006년 UN 안보리는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따른 대응으로 대북 제재 결의 제1718호 제5항을 통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 모든 활동을 금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보유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하면서 추가 발사를 예고했다.

북한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자발적인 폐쇄정책을 통해 완전한 고립을 선택했고 이후에도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군사정찰위성 외에도 탄도미사일 시험을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고체연료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을 포함해 약 40발의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특히 지난해 북한은 5개의 ICBM을 시험발사했는데 해당 미사일의 평균 속도는 2022년의 절반에 불과했다. 북한이 겉으로는 UN 안보리의 제재와 비판에 대해 반박하면서도 속으로는 남·북 관계 악화, 미국의 대북 외교 정책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지정학적 정세 변화를 고려해 미사일 시험의 속도를 낮춘 것은 풀이된다.

북한이 발사에 성공하면서 독자 정찰위성을 개발하고 있는 한국과의 경쟁도 본격화됐다. 같은 해 12월 한국은 독자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함에 따라 핵, 미사일, 방사포 등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미리 제거할 수 있는 자체 대응 역량을 갖추게 됐다. 한국은 그동안 대북 위성 정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해 왔지만 국가 정보역량 강화를 위해 인간정보(Humint)와 기술정보(Techint)를 강화해 왔고, 이번에 독자적인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자체적인 우주 정보감시정찰(ISR) 자산을 확보하게 됐다.

실제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22일 한국 정부는 북한의 만리경-1호 발사에 대응해 남·북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전투기, 정찰기 등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9·19 남·북 군사합의의 일부 조항에 대해 효력을 정지했다. 이에 23일 북한 국방성은 성명을 내고 한국 측의 일부 조항 효력 정지에 반발해 군사합의의 파기를 선언했다. 올해는 오는 4월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북한은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기 공급 등 북·러 관계 토대로 외교정책 재설정

반면 러시아와의 이해관계는 진전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는 군수품이 절실히 필요했고 북한은 기꺼이 러시아에 군수품을 공급할 의향을 갖고 있었다. 양국은 이같은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1960년대 이래로 가장 강력한 지정학적 연대를 구축했다. 국제 정치에서 강대국 간의 경쟁과 긴장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군수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공급처를 물색했고 이 과정에서 북한은 러시아와의 파트너십을 조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지난해 9월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 더 이상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북한은 UN 안보리 이사국인 러시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위상 개발의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과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한 요구 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고 나아가 군사개발에 대한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함으로써 UN의 추가 제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명분을 확보했다. 다만 러시아가 북한의 군수품 지원을 필요로 하는 기간이나 군사력 증강과 관련한 기술 지원 수준 등은 아직 미지수다.

지난해 북한은 러시아의 파트너라는 새로운 지정학적 경쟁 요건을 갖추게 됨에 따라 외교 정책을 재설정할 수 있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수십 년간 첨단 무기의 수입이 제한돼 있었지만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사실상 무기 수입이 가능해지면서 외교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맞이했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의 전략적 관계는 공동의 적인 미국에 맞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간의 국제적 연대를 확대·강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북한은 남·북한 협력과 한반도의 균형에 중점을 두던 정책에서 북·중·러와 한·미·일 연합의 역학 관계에 초점을 두는 정책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김여정, 김주애 등 여성 지도자 권력 승계 가능성

최근 김 위원장은 여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에 이어 딸 김주애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후계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주애가 처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22년 11월로, 한국의 국가정보원도 김주애를 가장 유력한 차기 후계자로 지목하고 있다. 김주애가 모습을 드러낸 이후 북한 매체는 김주애를 ‘존귀하신 자제분’, ‘조선의 샛별 여장군’ 등으로 우상화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그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후계구도의 서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김주애에 비해 주목받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의 존재와 리더십은 만 10세의 김주애가 당장 권력을 승계받지 못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김 위원장과 북한 지도부는 김여정과 김주애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후계 구도에 대한 김씨 일가의 지지와 ‘백두 혈통’의 4대 세습 계획을 공고히 하고 있다.

다만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성향이 강한 북한 사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여성인 김주애가 권력을 승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현재 전망대로 김주애가 차기 후계자로 유력하다면 여성 최고지도자를 추대하기 위한 막후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일련의 후계 작업으로 미뤄볼 때, 김 위원장이 미래 취약점이 될 ‘여성 지도자’와 ‘4대 세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원문의 저자인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는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 한국학 선임연구원이자 한·미 정책 프로그램 디렉터입니다. 저서로는 ‘한·미 동맹: 실패할 수 있는 이유와 실패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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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스나이더/출처=CFR

영어 원문 기사는 Satellites, summits and succession in North Korea | East Asia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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