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파격 연봉’ 제시에도 지원 망설이는 전문인력들, “불투명한 정주여건 해결책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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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가시화된 ‘사천 우주항공청’, 연구 분야는 물론 의료·교통·교육 인프라 부족
세종시도 ‘심심한 도시’로 불리는 상황, 정주여건 개선 계획부터 내놔야
여기에 정부 예산 추가투입 여부마저 '불투명', 업계서도 회의적인 평가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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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우주항공청 설립 특별법 국회 통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과기정통부

우주항공청이 이르면 오는 5월 개청을 눈앞에 둔 가운데 전문인력 영입과 채용이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현장에선 기존 보수체계의 150%를 초과하는 연봉을 제시하는 등 정부의 파격적인 제안에도 지원을 망설이는 인력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남 사천의 의료, 교통, 자녀교육 등의 인프라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정주여건과 향후 불투명한 정책 지원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란 평가다. 일각에선 사천의 정주 개선을 위한 예산 추가 투입에 대한 계획은 물론, 대기업 유치 등 정부가 더 많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 추가투입 가능성도 ‘미지수’, 인재 유인책 한계라는 지적도

지난 9일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우주항공청 특별법)을 비롯한 3건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오는 5월 우주항공청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정부는 본격적인 준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무엇보다 전문인력이 중심이 돼야 할 인사 구성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우주항공청 초기 인력계획은 R&D 인력 약 200명, 행정 인력 약 100명으로 총 300여 명이다.

정부는 이러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선 다양한 혜택과 특례, 유연한 인사 운영 등을 법률로 명시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혜택은 연봉과 근무형태다. 우주항공청 소속 임기제 공무원의 경우 직급에 상관없이 기존 보수체계의 150%를 초과하는 연봉을 받을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파견이나 겸직도 가능하다. 또 일반 공무원과 달리 주식백지신탁도 예외·제한적으로 허용되며, 퇴직 후 유관 분야 취업 및 업무 취급 절차도 수월하도록 명시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인재 유인책만으론 전문인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사천의 정주여건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국내 우주항공분야 전문가는 “현재 사천엔 연구 분야는 물론이고 의료, 교통, 자녀교육 등의 인프라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며 “아무리 높은 연봉을 받더라도 가족과의 동반 이동을 고려해야 하는 연구자라면 지원이 망설여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향후 개선 가능성마저 낮아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 법 조항에 정부의 지원책이 제외됨에 따라 예산 추가투입 가능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우주항공청 소관업무에 과기정통부·산업통상자원부 업무만 이원되고, 국방부·외교부 업무는 이관되지 않은 점도 우주항공청 업무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또 다른 배경이다.

정부부처 대부분 입주한 세종시서도 “살기 힘들다” 아우성인 마당

일각에선 이제 막 설립이 추진되는 마당에 당장 높은 정주여건을 바라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10여 년 전 일찍이 정부부처 대부분이 입주한 세종시에서 여전히 교통과 생활 인프라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걸 보면 부처 설립 초기 정부 계획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재 세종시에선 지방 이전의 불편과 두려움이 여전하다. 특히 교통 문제는 불편 사항 1순위로 꼽힌다. 실제로 세종 도심에서는 편도 2차선 도로의 한계 등으로 많은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낸다. 또 세종시로 이전한 공무원 대다수는 국회와의 회의를 위해 주중에도 서울 출장에 시달리고 있다. 한 과기정통부 고위 공무원은 “당초 과학기술 관련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대전 쪽에 많아 협력이 훨씬 용이할 거란 정부 설명과 달리 실제론 서울이 여전히 업무 중심지”라며 “퇴근 시간 무렵 오송역 주변은 서울 출장을 다녀온 공무원들로 빼곡하다”고 토로했다.

주말부부로 살며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일부 공무원들에게 세종은 여전히 ‘심심한 도시’기도 하다. 아파트 등 주거환경이 잘 갖춰진 것과 달리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활기반시설이 수도권보다 뒤떨어지는 탓이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한 공무원은 “일부 젊은 공무원 중에는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나 서울에 있는 정부 부처로 근무지를 옮기려는 이들도 있다”며 “아직까진 세종으로 이전하면서 끌려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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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기정통부

프랑스 툴루즈시 모델 삼아 ‘우주항공복합도시’ 만들겠다는 정부

정부는 앞서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예산 편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남도·사천 등 지자체와 함께 주거·교통 등 정주여건 지원에 나설 예정이며, 개청 전 네트워크 설비 구축 등 필수 인프라 등의 설치를 완료하기로 했다. 또 우주항공청 소관업무에 대해선 국가우주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상시켜 우주항공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결정권을 갖도록 할 방침이다. 민간 부위원장이 직접 범부처 정책을 기획·조정하도록 함에 따라 ‘반쪽짜리 컨트롤타워’가 되는 문제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해외 사례를 적극 참고해 사천시의 ‘우주항공복합도시’로의 전환을 이끌겠다고도 밝혔다. 사천시가 모델로 삼고 있는 도시는 프랑스의 툴루즈시로, 사천시와 여러 여건에서 비슷하기 때문에 툴루즈시의 성공 모델을 배워 이식하면 된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오는 20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툴루즈를 방문해 유럽 최대 항공우주 기업인 에어버스, 프랑스국립항공대학, 관련 항공산업체들을 둘러보며 도시계획부터 우주항공산업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 받을 계획이다.

다만 이러한 정부 계획에 다소 회의적인 평가도 나온다. 일찍이 프랑스 4대 대도시로서 성장해 온 툴루즈시가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사천시의 본보기가 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우주항공 업계 관계자는 “툴루즈시의 집적화된 우주항공 산업은 2차 세계대전을 통해 형성된 항공연구 기반과 1229년 설립된 툴루즈 대학 등 주요 교육기관의 풍부한 인재 수급 및 민관협력 등을 바탕으로 마련됐다”며 “그런데 단순히 사천시가 툴루즈시처럼 공항을 갖고 있다거나, 지형과 연접지역 인구수가 유사하다는 점 등으로 유럽 최대 우주항공산업 생태계를 구축한 대도시의 모델을 따르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천이 툴루즈처럼 발전하기 위해선 당장 전문인력을 위한 정주 여건 확보부터가 우선”이라며 “정주여건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된 이후에는 지방 정부의 적극적인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통한 미래비전 제시하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외 대기업 유치 및 장기 대형 프로젝트 등이 뒷받침돼야 인재가 몰려들며 글로벌 우주항공산업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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