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짜리 쇼츠가 모여 1,000억 분”, 유튜브 사용 시간 3년 만에 1.6배 뛰었다

pabii research
2020년 671억 분→2023년 1,044억 분
ADHD·불안·우울장애로 이어지는 도파민 중독
모방심리 강한 청소년들은 더 큰 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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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유튜브 시청 시간이 3년 사이 1.6배 증가하며 카카오톡, 네이버 등 대표 메신저·포털 앱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30초 이내의 짧은 영상을 의미하는 ‘쇼츠’의 인기가 치솟은 데 따른 결과로, 이들 콘텐츠의 자극적인 재미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의 도파민 중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팬데믹 종료 후에도 사용자·사용시간 꾸준히 증가

16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기관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1,044억 분의 사용 시간(10월 기준)을 기록한 유튜브로 확인됐다. 2020년 671분이던 유튜브 사용 시간은 꾸준히 증가(2021년-814억 분, 2022년-913억 분)해 2023년 처음 1,000억 분을 넘었다. 유튜브에 이어 카카오톡(319억 분)과 네이버(222억 분)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유튜브 사용 시간이 급증한 배경으로는 숏폼 콘텐츠(쇼츠)의 활성화가 꼽힌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는 “유튜브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사용자 및 사용시간이 급증했는데, 팬데믹 종료 후에도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고 진단하며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숏폼 콘텐츠들이 사용자들의 앱 체류 시간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튜브 외에도 숏폼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스타그램(48억 분→172억 분), 틱톡(27억 분→79억 분) 등이 3년 사이 가파른 사용 시간 증가를 기록하며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실었다.

짧고 자극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숏폼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며 사용자들의 도파민 중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쾌감과 즐거움을 전달하는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을 의미하는 도파민은 각종 내·외부 자극에 의해 분비된다. 문제는 숏폼처럼 외부 자극에 의해 생성되는 도파민은 내성이 생겨 갈수록 더 강한 자극을 요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일상과 운동 등 건강한 활동에 대한 쾌감을 줄여 주의력결핍(ADHD), 불안 및 우울장애 같은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시청자 중심으로 도파민 중독을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일정 기간 전자 기기의 사용을 멈추고 휴식이나 다른 활동을 통해 심신의 피로를 덜어내는 이같은 움직임은 잠들기 전 스마트폰 사용하지 않기, 종이책 읽기, 일기장 쓰기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마케팅 데이터 분석기관 NHN데이터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 제한을 돕는 ‘디지털 디톡스’ 앱의 지난해 12월 설치 횟수는 전년 동월 대비 64% 증가했으며, 스마트폰 스크린타임 관리 앱 스테이프리 설치 횟수는 같은 기간 9% 증가했다.

순간적 쾌락에 노출된 아이들, ‘긴 글’과는 점점 멀어져

전문가들은 나이가 어릴수록 외부 자극에 취약하다는 점을 들며 유튜브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제공하는 콘텐츠 속 폭력성과 선정성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폭력이나 음주, 흡연 장면이 아무런 제재 없이 청소년들에게 노출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이를 모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험한 행동을 과시하는 ‘챌린지’ 영상도 각종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브루클린에서는 달리는 지하철 위에 올라타는 이른바 ‘지하철 서핑’ 챌린지에 나선 한 10대 소년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도 지난해 7월 넷플릭스가 주최한 ‘우리 아이 올바른 콘텐츠 시청’ 강연회에서 난무하는 숏폼 콘텐츠가 자녀 교육에 부정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오 박사는 “이런 영상들은 짧은 시간 안에 내용을 전달하면서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므로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이 이런 환경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 지루한 것을 견디지 못하고 긴 글을 안 읽게 되는데 일조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디어 콘텐츠가 ‘절대 악’은 아니며, 기존의 종이책을 대신해 교육의 한 방편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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