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 폐지냐 시행이냐”, 정치권 논란 확산에 ‘금융사·투자자’ 혼란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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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대주주 이탈 가속됨에 따라 ‘소액주주’ 피해 불 보듯 뻔해
야당, 사실상 고액 투자자의 세 부담만 덜어주는 ‘부자감세’ 비판
"금투세 폐지 여부 이른 시일 내 확정해 불확실성 최소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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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인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내년 도입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놓고 정치권의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와 여권에선 무리한 세제 도입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확대함에 따라 일반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여권이 총선을 겨냥해 ‘부자감세’ 정책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금투세가 사실상 정치문제로 비화된 모양새다.

정부·여당 “금투세가 국내 증시 변동성 더 키울 것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여권에선 총선을 앞두고 금투세가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투세 시행 시 세금을 내야 하는 대주주는 약 15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이 미국 등 선진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경우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1,400만 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예견된다는 것이다.

금투세 도입 시 대주주들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을 우려하는 이유는 현재 주요국 가운데 주식거래세와 양도세 그리고 상속세 등 3중과세를 하는 국가는 프랑스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에선 거래세 자체가 없으며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의 국가에선 거래세가 있는 대신 양도세가 없다.

국내 큰 손들이 해외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춰진 점도 우려가 나오는 또 다른 배경이다.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일찍이 모든 증권사가 앞다퉈 거래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일본 주식시장 역시 현재 9개 증권사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아울러 1998년 주식 양도세를 도입한 대만의 경우 세제를 도입한지 불과 한 달 만에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양도세 부과 방침을 철회하기도 했다.

정부가 증시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세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가뜩이나 코리아디스카운트로 인해 변동성이 큰 시장에 세금 폭탄까지 떨어지면 그 충격과 피해는 누가 책임질지 의문”이라며 “금투세를 도입하겠다는 건 사실상 국내 주식투자의 유일한 장점을 없애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야당 “정부, 총선 앞두고 사실상 ‘상위 1%’ 위한 정책만 추진”

반면 야당은 금투세 시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모든 양도차익에 대한 무조건 과세가 아니라 주식과 펀드 등에 대해 투자소득이 연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한하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야권은 과세 기준의 쟁점이 5,000만원이라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금융투자에 따른 양도소득이 5,000만원을 넘어서는 투자자는 국내 소수 상위층에 해당한다”며 “금융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는 부자들에게 과세하기로 한 세금을 총선을 앞두고 부과하지 말자는 것은 억지”라고 지적했다.

금투세가 폐지될 경우 금투세 시행을 가정했을 때보다 세수가 크게 줄어들 거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받은 ‘세법개정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금투세가 기존 여야 합의대로 오는 2025년 1월 시행될 경우 2027년까지 3년간 세수가 4조328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바꿔 말하면 이 제도를 추진하지 않을 경우 매년 평균 1조3,443억원의 세수가 덜 걷힐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증권거래세까지 단계적으로 낮추고 있어 세수 부족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금투세가 폐지되면 조세 형평성 제고, 금융소득 과세 합리화를 달성하지 못하고 고액 투자자의 세 부담만 덜어줘 세수 감소에도 일조할 것”이라며 “금투세 폐지를 마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책인 양 국민을 오도하고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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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금투세, 논쟁 멈추고 결론지어야

2020년 여야 합의로 도입 법안이 통과된 금투세 시행은 이제 정치적 쟁점이 됐다. 민주당은 지난 2022년 주식양도세를 완화지 않기로 하고 금투세 도입을 2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지만, 지난달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기로 전격 결정하면서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금투세 유예 철회를 강조하고 있는 반면,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까지 나서며 금투세 폐지를 외치고 있다.

논쟁이 계속됨에 따라 앞으로도 금투세 폐지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 개정이 아닌 법 개정이 필요해서다. 업계는 장기간 금투세 폐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는 물론 금융사가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가장 전전긍긍하고 있는 곳은 단연 증권사다. 금투세가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경우 과세에 필요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미 2022년 컨설팅과 투자를 통해 전산시스템 구축에 나섰으나 금투세 유예에 따라 이를 중단하면서 수십억원을 날리기도 했다.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혼란도 예상되는 부분이다. 금투세 2년 유예 내용이 담긴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펀드 환매에 따른 수익은 금융투자소득으로, 펀드 보유에 따라 받는 이익분배금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인 배당소득에 해당한다. 이때 이익분배금 세율은 최대 45%까지 적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금융종합과세를 피하려는 사모펀드 개인투자자들이 조기 환매를 할 수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렇게 될 경우 대량의 주식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증시 변동성 또한 크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

금투세 논쟁이 격화하는 이유는 그 장단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세제는 없다. 결국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폐지하거나 도입해야 한다. 이제 정치놀음은 그만 두고 투자자와 금융사의 혼란이 확산되지 않는 방향을 최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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