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 정부 의존도 ‘확대’, 대한민국 시장의 ‘아틀란티스화’

pabii research
가라앉는 국가 경제, 소비 위축에 경제 성장도 '불투명'
국가 부채 급증했는데, "시장 내 국가 의존도 '여전'"
요원하기만 한 경기 회복, 고통의 연쇄 끊어내기 위해선
Downward arrow made of dollar coins and banknotes on white background - Concept of loss of money and downward trend of dollar currency
사진=Adobe Stock

지난해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지수가 1년 전 대비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고금리 여파에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국제통화기금(IMF)이 경제 성장률을 2.3%로 예측하긴 했으나, 이는 주요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전망치가 높아진 영향일 뿐 우리나라 자체의 성장성이 고려된 결과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 부진 장기화에 따라 시장의 정부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가 부채가 심화하면서 국내 경제가 아틀란티스처럼 가라앉는 모양새다.

소매판매액지수 1.4% 감소, 소비 부진 심화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작년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2003년(-3.2%) 이후 20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품목별로 보면 승용차 등 내구재에서 판매가 0.2% 늘었지만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와 의복 등 준내구재에선 각각 1.8%, 2.6% 판매가 줄었다. 크리스마스 등 쇼핑 대목이 있는 연말에도 소비는 살아나지 않았다. 작년 4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3분기 대비 0.5% 감소, 1년 전에 비해선 2.4% 역성장했다.

특히 1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 12월 소매판매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2017년(-2.1%)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1월엔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대규모 할인행사로 소매판매가 0.9% 증가했지만 한 달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11월 소비가 증가한 기저효과에다 고물가와 고금리 영향이 이어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금리와 환율 영향으로 지난해 소비가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전체 산업 생산은 1년 전 대비 0.7% 증가했다. 제조업이 포함된 광공업 생산은 전년 대비 3.8% 감소했지만 서비스업과 건설업에서 각각 2.9%, 7.7%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이 꺾인 건 작년 상반기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이 부진했기 때문인데, 하반기로 갈수록 반도체 수출이 늘면서 광공업 생산이 다시금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에 따라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8.5%), 자동차(4.7%) 등에서 늘며 전월 대비 0.6% 증가했다. 지난달 농림어업을 제외한 광공업, 건설업, 서비스업, 공공행정업 등 전체 산업 생산도 전월 대비 0.3% 증가하며 11월(0.8%)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했다.

반면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와 운송장비에서 투자가 모두 줄어든 탓이다. 건설체의 시공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건축(9.8%)과 토목(1.3%)에서 실적이 모두 늘어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건설 수주는 전년 대비 19.1% 감소했다. 기획재정부는 “수출 개선세와 함께 최근 제조업 중심의 경기회복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민간 소비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지속하는 등 부문별 온도 차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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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하는 경제, ‘저성장 고착화’ 우려 확산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우리나라의 경제는 점차 침체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IMF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전망치 대비 0.1%p 높아진 2.3%로 내다보긴 했으나, 이는 외부적 요인에 따라 상향 조정된 것일 뿐 우리나라의 경제 자체가 성장한단 의미는 아니다. 기재부 또한 IMF의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 “한국의 주요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전망치를 크게 조정한 데 따른 조치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IMF가 밝힌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1%로 기존 전망에서 0.6%p나 올랐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였던 2.0%를 크게 상회하는 3.3%로 나타났단 이유에서다. 올해 중국에 대한 IMF 전망치도 4.6%로 0.4%p 상승했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경제성장률 목표치(5.2%)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가 결국 달성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9%에서 3.1%로 상향했다. IMF는 “세계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와 물가하락에 힘입어 경착륙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가 빛을 보기 시작한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의 경제는 암울하다.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내수 및 수출 부진으로 인해 지난해 경제성장률 1.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3년 만에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든 셈이다. 올해 역시 뚜렷한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금리,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잠재돼 있던 각종 부실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데다 토종 기업들의 성장 한계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급격한 소비 부진의 영향을 억제하던 국가 지원마저 지속력을 상실했다. 근 몇 년 동안 국가 부채가 크게 증가한 탓이다. 기재부의 ‘2022 회계연도 부채 집계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일반 정부 부채는 1,157조2,000억원이다. 2021년 1,066조2,000억원 대비 국가 부채가 91조원, 즉 8.53% 증가한 것이다. 내수 부진으로 정부 의존을 높여만 가던 토종 기업들의 ‘초침’이 급속히 빨라지기 시작했다. 고통의 연쇄를 끊어내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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