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억 달러 목전’ 글로벌 e스포츠 산업 성장의 명과 암, 새로운 수익 모델 위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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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e스포츠 시장 규모 18억 달러 상회 전망
경제적 효과 속속, 중계권 시장도 성장세
‘치지직 vs. 아프리카TV’ 경쟁 구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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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e스포츠 시장이 오는 2027년 22억 달러(약 2조9,000억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게임 강국’ 한국이 잠시 주춤한 사이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이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경제적 효과가 속속 드러난 가운데, e스포츠 중계를 둘러싼 스트리밍 업체들의 경쟁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e스포츠 경제적 효과, 대회당 평균 308억원 달해

4일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18억9,300만 달러(약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스폰서십 및 광고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5%, 중계권 시장 규모는 약 17%에 달한다. 이같은 e스포츠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22억4,000만 달러(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스포츠가 단순 취미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면서 경제적 효과도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포트나이트 등 다수의 e스포츠 대회를 주관하는 블라스트에 의하면 이들 대회의 관람객 가운데 60% 이상이 대회 유치 도시 외 지역에서 온 외부인이다. 관람객들의 e스포츠 대회 입장료를 비롯해 추가 소비까지 고려하면 유치 도시가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대회당 평균 308억원에 달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고척스카이돔에서 ‘2023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개최한 서울의 경우 평균치를 훌쩍 뛰어넘는 경제적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해당 대회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1만8,000여 장의 티켓이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그 결과 티켓 판매로만 4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결승전 티켓 구매자 중 약 15%는 해외 계정이었으며, 직관(직접 관람)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들 관람객은 대회를 전후로 한국에 체류하며 숙박과 음식, 쇼핑 등에 시간과 돈을 소비했다. 업계에서는 롤드컵의 직간접적 경제적 효과가 최대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 직업인 늘며 e스포츠 시장 참여 형태 다양화

e스포츠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세는 전 세계적 흐름이다. 게임 이용자들의 참여 활동 기회가 많아지고 리그 및 토너먼트 인프라 구축, 라이브 스트리밍 증가, 시청자 수 증가 등이 시장 참여자들에게 다양한 수익의 기회를 제공하면서다. 여가 시간에 게임을 즐기는 것에 불과했던 과거와 달리, 이용자들은 거액의 상금이 걸린 대회에 참가하거나 스트리밍 수익을 겨냥하는 등 전문 직업인으로 시장 참여 형태를 바꾸고 있다.

숙련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e스포츠 전문 과정을 개설한 교육 기관도 속속 포착된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와 매사추세츠의 베커 칼리지, 버지니아의 셰넌도어 대학 등이 대표적인 예로, 이들 대학은 e스포츠 학위 과정을 운영 중이다. 미국 전국교육협의회(NEA)에 다르면 2021년 기준 미국 전역 대학에서는 1,600만 달러(약 213억원)가 넘는 e스포츠 장학금을 수여했다. e스포츠가 새로운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전통적 게임 강국으로 불리던 한국의 e스포츠 시장은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한콘진의 e스포츠 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지난 2019년까지 성장을 기록했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소폭의 하락세를 걷고 있다. 2021년 산업 규모는 1,0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 감소했으며, 2022년에는 49개 게임단 중 7개 게임단이 해체하며 시장의 위축을 대변했다. 글로벌 e스포츠 산업 규모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8.9%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16년 16.8% △2017년 13.1% △2018년 15.1% △2019년 16.5% △2020년 14.6% △2021년 9.9% 등 전반적인 하락세를 거듭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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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9일 ‘2023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 T1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T1 X(옛 트위터)

“국내 시청자 한정적, 해외 진출 선택 아닌 필수”

글로벌 e스포츠 시장 성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스트리밍 서비스 시청자 수 또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게임 산업의 부수 시장에 불과했던 미디어 중계가 시장의 큰 축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약 4억3,600만 명에 불과했던 e스포츠 시청자 수는 2023년 5억4,000만 명으로 3년 사이 24%가량 늘었다. 가장 많은 시청자를 자랑하는 게임인 LoL의 경우 2017년 210만 명 수준이던 피크타임 시청자가 2023년 640만 명까지 증가했다.

특히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의 국내 사업 철수와 함께 시작된 네이버 치지직과 아프리카TV의 정면 승부는 e스포츠 중계 경쟁의 심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트위치에서 콘텐츠를 선보이던 다수의 스트리머가 향후 거처를 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치지직과 아프리카TV가 인기 스트리머를 유치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이들 플랫폼은 화질 개선, 인공지능(AI) 챗봇 도입 등 e스포츠 라이브 스트리밍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앞세워 스트리머와 시청자 공략에 한창이다.

전문가들은 게임 스트리밍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진출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특정 게임이나 구단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선수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적자를 기록하는 구단이 속출하는 만큼,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꾸준히 성장하는 산업 규모와 달리 뒷걸음질 중인 수익이 이같은 주장을 보완해 준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리그는 2021년 프랜차이즈 도입 이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T1과 디플러스기아 등 LCK의 최고 인기 구단들 또한 2019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축구나 야구 등 기성 스포츠와 비교해 적은 경기 숫자와 좁은 시청자 풀까지 고려하면 국내 시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은 한계가 분명한 셈이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 서비스를 공급하며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무너뜨린 결과 업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처럼, e스포츠의 글로벌 송출 시스템 구축이 탄탄한 수익 모델로 이어질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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