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공인중개사 즉각 자격 취소, 허술했던 법 개정은?

정부, 집주인·공인중개사·감평사 처벌 강화 공인중개사협회도 스스로 대책 만들어서 발표 마냥 공인중개사만 처벌할 것은 아냐, 법 개정도 필요

pabii research
사진=국토교통부

정부가 전세 사기 의심 공인중개사 전수조사를 통해 악성 중개사를 적발하고, 적발 시 자격 취소(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앞으로 전세 사기를 벌이거나 전세 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적발된 공인중개사는 즉각 자격이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국토교통부는 공인중개사의 전세 사기 가담 시 무관용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임대사업자 제도 관리·감독도 강화한다. 임대사업자 보증 가입이 의무라는 점을 홍보해 세입자를 유인했는데 실제로는 보증에 미가입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임대보증금에 대한 보증 가입 의무를 지키지 않은 임대사업자는 보증금의 10% 이하 수준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나서 피해액을 전부 보상해주는 것이 쉽지 않고 감시를 강화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공인중개사에서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자율적인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 중개사, 감평사 등 모두 처벌한다

‘빌라왕’ 사태 이후 전세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작년 12월에도 전세 사기 관련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먼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는 전세 사기 범죄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임대사업 신규 등록을 일정 기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존 임대사업자가 전세 사기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았을 때는 등록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말소하고 일정 기간 신규 등록 및 추가 등록을 제한토록 했다.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에는 공인중개사의 결격 사유를 현행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받고 그 유예 기간에 있는 자’에서 ‘유예기간 만료 이후 2년 미경과’로 확대했다. 그동안 개업공인중개사는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나면 바로 개업을 할 수 있었다.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감정평가사가 전세 사기 등 부동산 관련 범죄 행위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을 시 그 자격을 취소하고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한 마디로 공인중개사, 집주인, 감평사 모두 전세 사기 가담시 처벌하겠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전세 계약을 할 때, 중개사가 집주인이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해를 본 사례가 많다. 특히 공인중개사가 가입하는 ‘공제증서’를 보여주며 2억원까지는 보상받을 수 있다고 안심시키지만, 공제증서의 보상한도는 중개사가 가입 기간에 발생한 모든 사고에 대한 보상한도다. 즉, 가입 기간에 사고가 10건 터지면 전체 한도 2억원을 10명이 나눠 받는다는 의미다. 피해자들은 계약을 중개한 부동산중개업소들이 대체로 폐업하고 사라져 보증금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공인중개사가 가담한 전세 사기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그 때문에 공인중개사가 사기에 개입한 정황이 보이면 강경 대응을 통해 전세 사기의 불씨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협회의 자체 대안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사례가 증가하면서 책임을 묻는 여론이 거세지자, 11일 공인중개사협회에서 스스로 방지책을 내놓았다. 아파트 시세를 중심으로 파악하는 현 방식에서 빌라나 다가구주택으로 모니터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는 전세와 매매 가격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확인한 뒤 계약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임대차계약서에 특약을 삽입하는 방안도 공개했다. 임차인이 전입 신고하고 확정일자를 받을 때까지 임대인이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집을 팔 때는 사전에 임차인에게 알리도록 했다. 중개보조원이 10명 이상이거나 사무실을 수시로 옮기는 중개사무소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일부러 사기를 치거나 횡령한 사람은 공제 가입을 제한한다. ‘전세 사기 방지 항목 점검표’를 중개사무소마다 비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공인중개사협회는 NICE 신용정보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이르면 3월부터 임대인 신용 정보시스템을 부동산거래정보망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계약서 작성 전 중개사가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임대인의 세금 체납, 신용도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협회가 자발적으로 해결책을 내놓은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강제성이 없는 권고 수준이라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한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전세 사기 방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가격을 속이는 ‘업(UP) 계약’은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을지 몰라도, 중개사가 마음먹고 사기에 가담하면 당할 수밖에 없다. 여기다 계약 이후에 집주인이 바로 바뀔 수 있는데 중개사가 사후관리까지 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임차인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

전세 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들은 대체로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안전한 물건’이라고 임차인을 안심시킨다. 그러나 공인중개사에게는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중개대상물의 확인 및 설명의무가 있다. 이러한 공인중개사의 의무 위반 시 공인중개사 개인에게 손해 배상의무가 발생할 뿐 아니라 공인중개사협회도 공동해 배상할 의무가 발생한다.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개업공인중개사가 확인·설명해야 하는 사항은 다음 각호와 같다. 1. 중개대상물의 종류·소재지·지번·지목·면적·용도·구조 및 건축 연도 등 중개대상물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 2. 소유권·전세권·저당권·지상권 및 임차권 등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에 관한 사항 3. 거래예정금액·중개보수 및 실비의 금액과 그 산출내역 4. 토지이용계획, 공법상의 거래규제 및 이용 제한에 관한 사항 5. 수도·전기·가스·소방·열공급·승강기 및 배수 등 시설물의 상태 6. 벽면 및 도배의 상태 7. 일조·소음·진동 등 환경조건 8.도로 및 대중교통수단과의 연계성, 시장·학교와의 근접성 등 입지 조건 9. 중개대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함에 따라 부담해야 할 조세의 종류 및 세율을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간소화된 설명에서 그치고, 임차인에게 설명을 잘 들었다는 식의 서명을 하게 해 후에 있을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전세 사기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선, 개개인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시행령은 대통령령인 만큼 국회 처리 없이 대통령이 시행령 일부를 수정해서 공인중개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형태로 바꿀 수는 있으나, 역시 중개사가 계약 이후의 관리까지 해 줘야 할 의무는 없다. 계약체결 후 임대인이 바뀌는 부분은 시행령을 수정하거나 공인중개사를 처벌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므로 법 자체를 개정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부동산 거래는 주거지 결정을 위해 누구나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부동산 거래에 대해 관리·감독이 부실한 틈을 타고 지난 몇 년간 전세 사기로 입은 피해는 막대하다. 깡통전세와 전세 사기 문제로 많은 피해자들이 고통받는 동안에도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못한 사이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만큼 이제라도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 빈틈없는 대책으로 부동산 거래 불법행위를 근절시키고 제대로 된 임대차 권리 보호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