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속출하는 지방 부동산 시장, ‘마피’ 매물 쌓인다

pabii research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매물 급증, 시장 얼어붙었다
수요 줄며 분양 물량도 줄어드는 악순환, 빙하기 다가오나
"1·10 대책으로는 부족" 미분양 관련 추가 지원 필요성 
unsold_apartment_20240221

지방 부동산 시장이 ‘혹한기’를 맞이했다. 주택 매매 및 전세 수요가 동시에 급감하며 분양가보다 싸게 주택을 처분하려는 ‘마피(Minus Premium)’ 매물이 누적되면서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서울·수도권 중심 ‘똘똘한 한 채’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수요자로부터 외면받은 지방 부동산 시장 전반이 꽁꽁 얼어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지난 1월 10일 발표한 ‘주택 공급 확대 및 건설 경기 보완 방안(이하 1·10 대책)’을 통해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한 지원책을 제시했음에도 불구, 업계에서는 추가적인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분양 매물 쏟아져” 시장 공포감 가중

최근 전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준공 후 미분양’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465가구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년 동기(7,110가구) 대비 47.2% 급증한 수치이자, 전국 미분양 주택(5만7,925가구) 중 18%에 달하는 수준이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란 준공 이후 사용 검사를 받은 이후에도 분양되지 않아 시행사·시공사가 떠안고 있는 물량을 일컫는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분양 직후 나온 일반 미분양 물량보다 건설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큰 편이다. 계약자를 찾지 못한 사업 주체들이 해당 물량에 대한 금융 비용을 지속적으로 부담하며 재무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 이후 건설업계 부실에 대한 우려가 확산한 현재, 급증한 준공 후 미분양 매물은 업계 전반에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지방 사업장의 경우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비규제 지역인 만큼 청약 문턱은 낮지만, 수요 대비 분양 물량이 많고 청약 경쟁률이 낮아 미분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입주를 앞둔 지방 실수요자들 역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입주 전 잔금 마련 통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는 ‘마피’ 물량 누적으로 인해 전세가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전세 임대를 통해 잔금을 마련할 길이 사실상 막혔다는 의미다. 매매 시장 위축으로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새 아파트 입주에 난항을 겪는 경우도 많다.

급감하는 분양 물량, 시장 침체 본격화

시장 전반이 얼어붙으며 주택 수요가 감소하자 공동주택 분양 물량 역시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연간 분양 물량은 19만2,425가구에 그쳤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지방 분양 물량은 7만8,416가구로 전년 대비 48.3% 급감했다.

올해 분양시장 전망 역시 밝지만은 않다. 고물가로 건설 자재 가격 전반이 치솟은 가운데, 분양가가 뛰어오르며 청약 수요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말 민간 아파트 분양 가격은 3.3㎡당 평균 3,714만원(약 2만7,800달러)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03% 급등한 수치다. 가뜩이나 말라붙은 청약 수요가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일 경우, 미분양 문제 역시 한층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apartment__down_20240221

지난해 2월(7만5,438가구) 이후 꾸준히 감소하던 미분양 주택 수 역시 12월(6만2,489가구)을 기점으로 7.9%(564가구) 증가하며 상승 전환했다. 지난해 2~11월 미분양 주택 수는 분양 물량 감소의 영향으로 꾸준히 하락곡선을 그려온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12월 들어 분양 수요 감소 속도가 물량 감소 속도를 추월, 시장 침체가 본격화했다는 비관적인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의 ‘미분양 해소’ 지원책, 아직 부족하다

지방 미분양 매물이 쌓이며 부동산 시장 전반의 위기감이 고조되자, 정부도 부랴부랴 대응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달 공개한 1·10 대책을 통해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최초로 구입할 시 해당 주택을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용면적 85㎡ 이하·취득 가격 6억원(약 45만 달러) 이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경우, 내년 말까지 취득세와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산정할 때 특례를 적용해 주겠다는 것이다.

사업자의 미분양 매물 해소를 위한 지원책도 제시했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경우 신축 건물 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해 주는 것이 골자다. 지원 대상은 올해 준공된 전용면적 85㎡ 이하, 취득 가액 3억원 이하 미분양 주택 중 올 연말까지 임대계약(2년 이상)을 체결한 주택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준공 후 미분양 추이, 분양가 할인 등 건설사의 자구 노력, 임대 수요 등을 고려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미분양 주택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가 여러 ‘구제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건설업계에선 여전히 미분양 매물에 대한 양도세 완화 등 추가적인 세제 혜택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대책만으로는 지방 부동산 시장을 좀먹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분양 주택이 16만 가구를 넘어섰던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