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라서 가기 싫은데요? 못 살아남을 주제에 뭐라고? (2)

pabii research

석사 중 공부가 왜 이렇게 힘들까 괴로워하던 시절에 겪은 일화다.

 

캠브리지에서 수학 박사를 하고 일을 하다 경제학 공부하겠다고 왔다는 어느 영국인 아저씨(?)가

내가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걸 듣고는 자기 아내가 일본인인데 일본어 실력을 좀 늘리고 싶다며

이런저런 말을 걸어와 준 덕분에, 콧대 높은 영국 학생 한 명과 처음으로 말을 섞은 적이 있다.

(대부분의 영국 백인 애들이나 프랑스, 독일 애들은 아시아 애들이랑 말을 잘 안 한다. 파티 이런데 잘 불러주지도 않고…)

 

이 아저씨가 LSE 석사를 1년 전에 지원했다가, Conditional offer를 받았었는데,

학부 2-3학년 수업을 듣고 2:1 (우리나라 기준 B+~A-정도 성적)을 받거나,

아니면 다른 한 두 등급 낮은 학교의 석사 과정에서 Distinction (우리나라 기준 A0이상) 성적을 받으면 받아주겠다고 그랬었단다.

 

장학금을 준다는 Birkbeck에서 Distinction을 받고 드디어 LSE에 합격했다며,

자기는 꼭 경제학 박사 하고 싶다던 그 아저씨….

결국 우리랑 같이 석사하시던 그 해에 성적이 엉망이 나와서 박사의 꿈을 접으셨었다.

(우리가 왜 MSc DS Prep을 학부 2학년 수준으로 정해서 MSc 학위 입학 시험으로 치르는지 좀 공감이 될 것이다.)

 

지난 여름에 학교 지원하면서 나한테 MBA 그까짓거는 죽어도 못 하겠다고 징징대던 어느 학생의 글을 우연히 다시 읽었는데,

그 분에 따르면 다른 예비 학생 몇 명도 도저히 MBA는 못 가겠다,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의견들을 내더란다.

 

그 분들께 저 위의 캠브리지 수학 박사 아저씨의 일화를 좀 공유해주고 싶다.

학교 등급이 낮은 곳에서야 얼마든지 MSc 학위를 하고,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겠지만,

같은 내용을 다시 배우는데도 불구하고 학교 등급이 높은 곳에 오면 제대로 성적을 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신들이 날더러 MBA를 엄청나게 화려하고 멋있는(?) 이름으로 바꿔달라고, 그래야 내가 공부하러 가겠다는 이야길 할 거라면,

그냥 다른 국내의 허접 교육 하는 학교들을 찾아가라고 축객령을 내리고 싶다.

 

거 왜 대전에 K모 대학이라고 정부 지원금으로 등록금 50만원인 학교 있잖아?

AI 석사 졸업하는 녀석이 Deep-learning을 수학적으로 보여줄려고 엄청 노력한 논문을 몇 개 썼다고 주장하는데

정작 Boltzmann network 방식으로 Deep-learning 계산하는건 배운 적도 없는 표정을 짓는 어이없는 교육을 하는 학교,

무슨 80년대 계산법 Back-propagation 같은거 가르쳐주고 석사 학위 주는 그런 3류 학교들, 그런데 가라.

AI박사 면접 기본 질문 했는데 똘똘한 놈이 꿀 먹은 벙어리 되는거보니 도대체 어떻게 교육했나 싶어 내가 속이 터지더라 ㅉㅉ

 

지금 우리가 MSc Data Science라고 가르치는 과정도 사실 BSc Data Science 3학년 수준이 빠듯하고,

솔직히 말해서 내가 했던 MSc 과정에 비하면 많이 널럴하다.

이렇게 쉽게 MSc 학위를 주는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 찜찜함이 있는데,

그거보다 한~참 더 수준을 낮춘 프로그램도 살아남기 빠듯한 학생에게 MSc 학위를 주고 있으면 그 학교는 어캐 되는건가?

그냥 Birkbeck 수준 되는거겠지 뭐.

내가 대전 거기를 보는 시선이 딱 그렇다.

돈과 교육 수준이 모두 저렴한 학교.

 

(원 글 링크: 따라가면 등록금 수백만원 내고 단순 로그 계산했다는 이야기 나온다)

 

국내 현실?

비슷한 예시로, 학부 3학년 때 어느 지거국 석사 학생이 우리학교에 교환학생(?) 같은 걸로 왔다며,

3학년 미시경제학 응용 수업 (Portfolio 짜서 CAPM 실제로 증명해보는데, 그냥 Excel로 널럴하다…가 후반부에 어려웠던 수업)을 같이 들었는데,

우리가 보기에 간단해 보이는 수식을 이해를 못해서 식을 풀어내질 못하고,

식을 풀어낸 답안지를 보여줘도 그걸 Excel에 올리질 못하더라.

 

당시 수업을 같이 들었던, 나중에 하버드 경제학 박사를 갔던 몇 학번 후배 여자애는,

샘플 데이터로 계산한 통계량이니까 Degrees of freedom을 한 개 빼야 되는데,

Excel의 무슨 함수를 쓰면 그게 자동으로 계산되고, 아니면 안 된다면서,

아예 헷갈리니까 Excel 함수를 안 쓰고 직접 평균, 분산, 상관계수를 뽑아내는 계산 함수를 넣고 있었다.

(+ Excel이 산술평균만 계산하고 기하평균을 안 해주는거 때문에 조건식을 다시 고쳐넣고….)

얼마나 Attention to detail을 하는지 느껴지지 않나?

 

10년도 더 지난 요즘,

저 위에 언급한 그 대전 K대학 AI대학원의 80년대 지식 범위에 갇힌 AI 교육 수준의 현실을 보면서,

해외 명문(?) 대학과 국내의 명문(?!) 대학 간의 어마어마한 격차를 피부로 느끼는 중인데,

마치 학부 3학년 때 내 모교에 교환학생 왔던 지거국 출신 학생의 어리버리함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 학생이 졸업한 학교에서야 “경제학 학사,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는데,

아마 내 모교로 왔으면 경제학 학사 졸업장을 받기 힘들어서 경영학과로 도망갔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경영학과도 졸업 못 했을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국내의 명문(!) 대학 박사 출신이어도 해외 명문(?) 대학을 가면,

석사는 커녕, 학부 수준 수업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다.

 

당장 내가 석사 시절, 학부 3학년 과목의 Panel Data 문제를 1달 공부해서 드디어 하나 풀고 만세를 부르던 그 시절,

오랜만에 S대 기출문제들을 훑어보다가 S대 경제학과 박사 과정의 계량경제학에서야 Panel Data를 가르치고,

그 박사 1학기 과목 내내 배운 내용이 우리가 석사 시절에 3-4주만에 배웠던 내용에,

시험 문제 수준은 우리 석사 과정 연습문제, 아니 학부 3학년 연습문제 수준도 안 되는걸 보고 엄청 큰 좌절을 느꼈었다.

그 학부 3학년 문제를 잘 풀던 싱가폴 출신 학부 졸업반 애들이 정말 너무너무 부럽더라.

내가 받았던 교육보다 몇 천배는 좋은 교육을 학부에서 받고 있었으니까…… 아… 내 자식은 무조건 한국 대학 안 보낸다 ㅆㅂ

 

학부 졸업하고 잠깐 모 외국계 증권사 IBD팀의 Analyst로 있던 시절,

런던 오피스에서 산업별 생산성 분석을 해 놓은 표를 보내준 걸 보고, 우리 이사님이 밤새 한국 껄로 다시 만들라고 그랬었는데,

도대체 런던 애들은 무슨 마법을 부려 그런 계산을 했을까 밤을 꼴딱 새며 궁금해했던 그 내용을,

학부 2-3학년 때 다 배우는 교육 과정을 밟은 학교 출신과, 박사에서나 가르치는 학교 출신 사이에 얼마나 큰 격차가 있을까?

 

그 문제 풀던 무렵 행시 재경직 합격했던 학부 후배가 시계열 수업 이해 안 된다고 징징대는 Fxxxbook 포스팅 올렸던게 기억난다.

그나마 걔가 내 주변 공무원들 중에 제일 열심히 수학 공부한 후배다.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있는 조직이라고 사람들이 알고 있을텐데,

그 엘리트 중에 제일 열심히 수학 공부한 애가, 내가 석사했던 학교 학부 3학년보다 수학 못 한다고.

 

나가며 – 석사를 3개나 하는게 좀 그래서요…

지난 5월쯤, 국내의 어느 명문대 통계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라는 학생이 MSc AI 과정에 지원해도 되냐는 질문이 왔었다.

솔직히 당시엔 국내 대학이 이만큼 엉망진창으로 못 가르치는지 몰라서, 별 생각없이 믿는 마음에 지원해보라고 그랬었는데,

이젠 MSc DS Prep 시험부터 통과하고 난 다음에 다시 이야길 하자고 자를 것이다.

 

그 학생 말이, 자기가 이미 석사를 했고,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데,

MSc DS와 MSc AI까지 석사를 2개나 더 해야된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그랬었다.

 

근데, 당장 우리 MSc DS 교수님으로 와 계신 분이 석사 학위만 3개다. (난 운이 좋아서! 2개…)

매번 하시는 말씀이 국내에서 했던 처음 석사에서 너무 대충 배웠던 탓에 유학가서 죽을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고.

 

MSc DS Prep이 믿을 수 없겠지만 내가 석사 갔던 학교의 학부 2학년 과정 중에서도 쉬운 과정 기출 문제들을 재구성 해 놓은 과정이다.

근데, 다른 학교 경제학, 통계학 등등 유사 전공 석사 졸업반과 박사 과정생들이 아예 손도 못 대더라.

(컴공, AI 이런 계산기 스타일 전공 애들은 아예 꿈도 못 꾸는 수준일꺼고… 너넨 MBA가 최대치야. 탈전공하지 않는 이상.)

재시험 도전하는 어느 학생이 그 학교 2학년 과목 기출문제를 구해놨다고 같이 스터디 하자는 글도 올라와 있는 상태고ㅋ

(위의 짤 참조…)

 

쉽게 말해서, 당신들은 그 캠브리지 수학 출신 아저씨의 Birkbeck에 해당하는 학교에서 석사, 박사를 한 거다.

좀 좋은 학교가면 바로 털리는 3류 교육을 받은거지.

 

난 당신들이 MBA는 죽어도 못 하겠다고 생각하며 안 와도 No상관이다.

아니, 거꾸로 학교와서 분위기 흐릴까봐 두려워서 오지 마라고 짜르고 싶다.

이런 메세지가 잘 전달되어서인지는 몰라도, 이번 Cycle에 SKY 출신은 커녕, 해외 명문대 출신들도 몇 명이나 지원을 했다. MBA로.

그 중 몇 명은 지난 여름 MSc DS Prep에서 엄청 점수 인플레를 시켜줘서야 겨우 40점을 받은 분들도 있는데,

아마 자기 수준이 안 된다는 걸 자각하셨을 것이다.

 

우리가 그냥 MBA도 아니고 STEM 인증을 받는 MBA “AI/BigData”인데, (한국어로 “경영 공학”으로 번역되더라… 난 “이학”이 더 좋은데…)

기준점이 MIT의 MSc Business Analytics 정도인데, (이것도 STEM MBA 리스트에 있는 학위 과정이다)

최소한 그 2학년 수준의 교육을 소화할 수나 있는 상태에서 학위 이름 가지고 뭐라뭐라 말을 해야하지 않을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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