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CEO가 물리학자 꿈을 접은 이유 – MSc AI/DS에 아무나 가는게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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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며칠 전, 우연히 국내 커뮤니티들에 돌아다니는 아래의 짤들을 봤다.

아마존 CEO가 물리학자 꿈을 접은 이유란다.

전체 스토리를 다 보기 전에, 딱 이 장면에서 잠깐 멈추고 싶다.

프린스턴 물리학과 정도되면 일단 한번 거르고… 정도가 아니라 몇 번쯤 거르고 난 글로벌 탑 클래스 인재들의 모임일 것이다.

거길가도, 학부 3학년 쯤되면 다들 도망가는건 마찬가지다.

100명 중에 30명 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30명이나 남았다는거에 잠깐 놀랐다가, 프린스턴이니까.. 라고 생각했다.

 

쉽게 생각하면, 당신들이 대부분 쩐다고 생각하는 SKY, SKP 출신들 중에서

실제로 쩌는 영역에 들어가는 비율이 프린스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도 30%,

국내의 허접한 교육 수준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10% 미만 정도만 쩌는 영역 진입 티켓을 겨우 쥘 수 있을 뿐이다.

 

각 학문별로 저렇게 살아남은 애들 거의 대부분이 더 이상 산을 못 넘고 퍼져나가는 순간이 닥쳐오는데,

그게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학문들이면 거의 대부분 학부 3학년에 배치되어 있다.

내가 전공했던 경제학은 게임이론, 건너서 봤던 수학은 해석개론, 통계학은 수리통계 등등

제대로 된 Quantitative 박사 과정 입학생 서류 전형할 때 저런 과목들 성적이 A 아니면 거른다.

물리학은 그게 양자역학인가보다 (라고 썼지만 사실 그 전에 이미 어려운거 많던데 ㅋㅋㅋ)

 

어쨌든 다음으로 넘어가보자.

요산타라는 친구를 찾아갔다는 글을 보고, 학부 시절 생각이 많이 나더라.

나도 1학년 때부터 동기들이 시험 전에 찾아와서 질문들 많이했고, 나도 몰라서 헤맨 적이 참 많았거든.

날고 긴다는 애들만 모였던 S대였지만, 우리 학교 안에서도 모르는 걸 가르쳐 줄 수 있는 능력치를 갖춘 학생은 극소수였다.

 

이런 경험을 1-2학년 때 하고나면 경제학 박사 하겠다고 까불거리다가 맘을 싹 비우고

사법고시, 행정고시, 입법고시, CPA 같은 시험으로 도망가고, 그 시험도 안 되면 한국은행, 금감원 같은 금융권 공사,

거기서도 밀려나면 더 등급이 낮은 정부기관이나 국내 대기업을 찾아가는게 우리 과 동기들의 순서였다.

(물론 이런 정형화된 계단식 구조를 따르지 않는 학생들도 많았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고.

다만, 우리끼리 최하급 직장인 대기업가서 불만을 갖고 탈출하지 않은 친구들 중에 제대로 실력을 갖춘 친구는 아직까지 1명도 못 봤다. 1명도.)

 

실제로 저런 질문을 받아줄 수 있었던 요산타는 칼텍에서 물리학 박사하고, 톨레도 대학에서 교수하다가, 지금은 실리콘 밸리에서 사업한단다. (링크)

워낙 학계에서 살아남기 힘든데 정작 대박 연구를 해도 아무도 몰라주는 외로운 전공인 물리학이어서 더더욱 그렇기는 했겠지만,

어쨌건 저 정도 전지구적인 천재도 학문을 계속 파고들어간다는게 쉽지 않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우리는 계속 제프 베조스의 이야기를 따라가보자.

나도 살면서 이런 경험을 몇 번 한 적이 있다.

고교 시절, 우리 수학 선생님 별명이 “피바다” (직역하면 Blood Sea)였는데,

수학 문제를 어찌어찌 풀어와도 무조건 틀렸다고 구박하고, 반드시 모든 문제를 3줄 안에 풀어내야한다고 강하게 압박하(면서 박살나게 두들겨 패서 애들이 피를 바다처럼 흘리게 만드)는 수학 마니악 (이라 쓰고 싸이코.. 라고 읽는다) 이었다.

일반 고교 였으면 그렇게 가르치는거 자체가 불가능이었겠지만, 난 어째 운이 좋았는지 잘못갔는지 외고를 갔었거든. (과고 였으면 더 하셨을라나…)

아뭏튼, 꼴에 우리반에서 수학 제일 잘 하는 3인방 중에 한 명이라 그런 상황에 닥치면 애들이 날 자주 찾아왔었는데,

하루는, 아무리 봐도 3줄 안에 풀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는 문제가 있어서 머리를 쥐어짜다가 1년 선배한테 슬쩍 물어봤었다.

형이 그 문제를 보자마자

“0 (영)”

아니 도대체 어떻게 이걸 풀었길래 보자마자 답이 나오는건가 싶어서 다시 물어보니

약간의 논리를 덧붙이면서 0이 되는걸 알려주시더라.

 

참고로 이 형님은 K대 가셨다가 위의 고시 3개 중 하나를 통과하고 정부 기관 어딘가에 계신다.

오랜만에 뵈었을 때, 형 수학 엄청 잘 했잖아요 그랬더니, 대학 가보니 수학이 너무 어려워서 전공에 손을 놨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셨던 기억이 난다.

 

다시 우리는 요산타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나도 저런 경험을 정말 수도 없이 많이 겪었는데,

제일 마지막으로 겪었던 건 박사 2학년 때, MIT의 어느 유명 교수님이 가르치신 수업, 보스턴에서 관련 전공으로 박사하는 애들이 다 모인 어느 Continuous time 기반 finance 수업 하나에서,

하버드와 MIT 박사 과정 애들 중에 정말 교수들이 좋아하는 “어리고, 잠재력 많고, 머리 빨리 돌아가는” 티가 팍팍 나는 애들 3명이

수업 시간 내내 교수님들과 싸우다가(?) 논문 아이디어를 쭉쭉 뽑아내는걸 봤었다.

 

그 시절, 어느 신진 중국인 학자 한 명이 (Zhiguo He 라고 검색해봐라),

우리 전공으로 한국에 SKY 교수 들어오는 요건 중 하나가 A저널 논문 publish한 기록 1개 이상 + 약간의 Pipeline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런 A저널 논문을 1달에 하나씩 찍어내는 미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걸 보고, (Pipeline에는 수십개 논문이 있었다.)

저 정도는 되어야 아시아 인이 미국 교수 사회에서 인정받고 살아남을 수 있겠구나는 생각하던 시절이었는데,

그 중국인 학자가 박사 때 딱 하버드, MIT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초특급 울트라 천재들과 비슷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 이후로 비슷한 경험을 안 겪었던 건, 나도 마음을 싹~ 비웠기 때문이다ㅠㅠ

난 인생 갈아넣어봐야 평생 A저널 1-2개 겨우 쓸 수 있을거란걸 알았거든.

 

Take away – 천재만 공부하란 법 없다

어차피 저런 리그로가면 초특급 울트라 천재가 아니면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우리끼리 그런 이야길 하면서 했던 “대안”이 뭐였나면,

오직 천재 중의 천재를 위한 학문인 “이론 물리학”에서 약간 타협해서 “실험 물리학”을 하는 방식으로,

내 전공의 특이한 주제 하나를 잡고, 근데 그 주제가 그렇게 경쟁이 박터지지 않는 주제인걸 골라서,

그 주제에서만큼은 내가 남들보다 좀 더 나을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자는 거였다.

 

비슷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 1개 주제에서 상위 0.0001% 되기
  • 10개 주제에서 상위 1% 되기

중 후자를 고르는게 그 시절 내가 타협(?)이라고 생각했던 관점이었다.

난 그런 천재들과 다른 경험들을 겪으며 살아왔으니, Connecting the dots를 해서 다른 스토리를 써 낼 수만 있으면,

즉 10개 주제에서 상위 1%…까지는 아니더라도 5-6개 주제에서만이라도 상위 1%가 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SIAI의 교육이 어쩌면 나의 지난 10년, 아마 20+년을 뒤섞은 교육인 것 같은데,

난 문과인데 고교 수학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도 있고, 경제학에서 수학과 통계학을 쓰는 걸로 끝판왕인 석사 학위에서 Distinction을 받아봤고,

SKY + 해외 중고교가 최소 요건인 외국계 증권사 IB에 해외 중고교 없이 들어갈 수 있었을만큼, 아니 되려 “대기업 집안 아들 아닌데 학부 갓 졸업한 x이 이렇게 기업 합병 시너지 생각을 한다고?”라는 질문을 보스에게 받을만큼 비지니스 문제를 보는 눈이 뛰어났고,

Computational Stat을 주 방법론으로 쓰는 박사 과정 중에 Best TA of the Year 라는 상을 2번이나, 학교 역사상 최초로 과 학생들 전체에게 몰표로 받을만큼 석사 애들한테 가르치는 능력을 검증받았고,

동떨어진 주제로 “잘못”갔던 그 박사 과정 중에 쓴 논문이 수학으로 가장 유명한 학회인 SIAM에 초청받아 발표를 한 적도 있고,

실리콘밸리에서 Data Scientist라는 포지션을 어떻게 뽑아서 쓰는지도 몸으로 겪어 보기도 해봤고,

Quant Marketing 지식을 빵빵하게 갖춘 애들을 뽑는 글로벌 탑티어의 온라인 광고 타게팅 회사에서 Senior Data Scientist로도 있었다.

거기다가 지난 몇 년간 작은 스타트업 운영하면서 크고 작은 IT 프로젝트들을 하며 내가 직접 시스템을 만든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고객사들은 얼마나 멍청한지도 겪어봤다. (개발자라는 직군의 실상을 알게 된 건 덤이다.)

 

꽤나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이래저래 꼬인 인생인데,

운이 나쁜 인생 경로 덕분에, 운 좋게(?) 수학, 통계학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서 여러 학문과 필드를 거치며 겪어봤고,

학자로 최정상권에서 승부할 수 있는 능력은 없더라도,

Data Science라는 학문을 가르칠 수 있는 여러 지식을 섭렵한 부분만큼은 남들과 유별나게 두드러지는 장점이 된 것 같다.

(학자 최정상권 아니라고 국내 3류 교수들…특히 한국 공대의 No수학 교수들과 동급으로 취급하면 좀 억울하다ㅋㅋ)

 

우리 MBA AI/BigData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항상 하는데,

어차피 엄청나게 어려운 수학 (프린스턴 물리학과 기준으로 3학년 이상 수학) 은 당신들을 위한 학문이 아니다.

나도 석사가서 손가락이 부어서 펜을 못 잡을 때까지 연습 답안지 몇 백장을 만들면서 1개 주제 관련 문제들을 또 풀고 또 풀면서 겨우겨우 따라갔었다.

더 어려워지니까 정말 죽을거 같더라. 못 푼 문제 생각하며 걷다가 노견에 발 걸려서 엎어진 적도 몇 번이나 있다ㅠㅠ

 

학부 3학년 이상은 포기하더라도, 2학년 수학을 이용해서, 현실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훈련을 받고 살아남기만해도,

이미 S대, K대 같은 국내 명문대에서 교과서 지식도 제대로 흡수 못하고 고시, 공사, 대기업으로 “도망간” 애들보다 한 수 위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SIAI 수업 시간에 가르쳐주는 지식 자체가 이미 그런 어이없는 시행착오들을 줄여놓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우리처럼 1개 주제로 다양한 영역에 다 적용할 수 있는 추상화된 모델을 가르쳐놓고 나면,

원래 전공이 DS와 아무런 관련 없는 전공 출신일 경우에는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겠지. (Bio, Chem 이런쪽 출신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 같다. 제대로 이해하고 가기만 한다면.)

말을 바꾸면, 1개 주제에서 0.00001%가 아니라, 10개 주제 모두에 대해서 1%만 되어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교육을 시키고 있다.

 

결국 머리 좋은 학생만 살아남는거 아닌가요?

1달쯤 전에 공개된 글 “결국 머리 좋은 학생만 살아남는거 아닌가요?“에서

어느 의대생에게 받은 메일을 공유했었다.

(중략) 저는 대표님이 흔히 말하는 Primitive한 수준보다 못한 사람이고, SIAI의 어떤 과정도 저에게는 무척 벅찰 것입니다. 하지만 이 분야에 관심(말 그대로 관심 수준 뿐입니다)이 있고, 특히 대표님의 “가짜에 대한 감정을 공감하고 있기…. (중략)

본론을 말씀드리자면, MBA Course 중 의료 AI강좌를 추가….(중략) 저 같은 수준에서 그나마 배경 지식이 있는 분야여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흥미가 많습니다. (중략)

위의 스토리와 연결시키면, “요산타” 급은 아니어도, 최소한 “제프 베조스”급은 되어야 학부 3학년을 따라갈 수 있는데,

그걸 그냥 “말 그대로 관심 수준 뿐”인 실력이면서,

수업 이름만 자기 전공이고 핵심인 수학&통계학은 여전히 학부 2학년 수준은 되어야 하는 수업 1개만 들으면,

아무런 기초없이도 충분히 다 따라갈 수 있으리라고 착각하는건 도대체 뭐라고 해줘야 되나?

너네 과에서 학부 2학년 수준으로 수학 & 통계학 안 가르쳐줘서 모른다고 하기엔

너무 심하게 “말 그대로 관심 수준 뿐”이라서 현실 인식이 부족한거 아니니?

 

이런 학생들을 위해, 학부 3학년 이상은 포기하고, 학부 2학년 수준 수학&통계학 및 기타 관련 학문들을 묶어서 MBA in AI/BigData를 만들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그 학부 2학년 수준도 국내에 자칭 Data Scientist라는 사람들 중에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라는 외부인들의 평가에 공감하지만, (국내 수준이 워낙 엉망이니)

다른 한편으로는 “말 그대로 관심 수준 뿐”이 아니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래도 글로벌 기준으로 학부 2학년 수준은 극복을 해야되지 않을까?

아니면 “가짜에 대한 감정을 공감”하기 전에 본인이 먼저 가짜가 될 테니까.

 

진짜 중에 진짜가 되는 길이 불가능하다는걸 학부 3학년 때 깨닫고 발을 뺀 제프 베조스만큼의 어려운 도전은 아니잖아?

내가 무슨 양자역학을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ㅋㅋ

가짜 겨우 면하는 수준도 힘들면서 어떻게 쉽게 뽀록으로 얍샵하게 편하게 대충 쓱쓱쓱 이렇게 공부하는 방법은 없다.

본인이 폰 노이만 급의 천재라면 또 모를까….

 

참고로, “관심 수준 뿐”이 아니라 진짜 공부하고 싶어서 MBA AI/BigData에 도전하고 살아남는다면,

10개 전공에 대해서 상위 1%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는 인재가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에 Bio전공하시는 의대 박사와 Bio기업 연구소 출신 명문대 학,석 출신이 1명씩 들어오네.

부디 살아남아서 국내의 인력 부족을 해소하며 해당 분야의 권위자로 올라서시면 좋겠다.

 

사족을 달면 – MSc AI/DS를 아무나 못 하는 이유

위의 짤에서 보이는 것처럼 반년 동안 절치부심해서 재시험까지 치르면서 노력하신 분의 MSc DS Prep 시험 답안지를 채점하는데,

MSc 바로 들어오면 첫 날부터 “요산타”를 찾아다니셔야 되는게 너무 눈에 보이더라.

그래도 군데군데 이해를 제대로 한 구석이 좀 보이는게, MBA AI/BigData 들어와서 2학년 수준부터 제대로 배우면 잠재력을 살릴 수 있는 분인게 보여서,

하다못해 1년만이라도 제대로 가르쳐놨으면 지금보단 더 나은 상태였을텐데,

도대체 학부 다니신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쳐줬길래 이런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여기까지 밖에 못 키워놨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더라.

(이 분도 국내 최정상 명문대 중 한 곳 출신이다.)

외부에서 어지간히 좋은 교육을 운 좋게 받지 않는 이상, 재수, 삼수를 해도 성적이 안 바뀔 것이라던 예언이 그대로 맞은 셈인데, 맞으니 더 미안하더라.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1달 이상의 시간을 들여, 1문제 푸는데 1시간이 부족한 수준의 기출문제 레벨 고급 문제들을 무려 18문제나 풀어주며

답안지에 무조건 수식만 드립할게 아니라, 우리는 Math, Stat이 아니라 Data Science니까,

그런 수식이 왜 들어가야되는지 논리를 차근차근 세워야 한다는걸 수십차례 강조했었는데,

답안지에 꼭 10여년전 처음 석사 유학 갔을 때 내 답안지처럼 수식과 피상적인 결론만 휙휙 던져놨더라.

나 역시도 처음엔 채점을 이상하게하는 학교에 잘못왔다 싶어서 짜증이었는데, 점수 잘 받는 친구 답안지를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었다.

같은 경험을 좀 빨리 겪으라고 일부러 조교들 시켜서 1-2문제도 아니고 무려 18문제나 풀어줬는데…

(보통 수업 하나당 쉬운 문제 10문제 남짓, 기출문제급 고급 문제는 6-8문제 정도 밖에 안 풀어준다.)

나도 그 굴레를 벗어나기위해 1년 내내 손가락이 부서져라 공부를 하고 나서야,

내가 정말 구멍이 숭숭숭숭숭숭 뚫려있었다는걸 깨달았었는데, 이번 MSc 지원자들도 그걸 깨닫는 시점이 왔으면, 제발 왔으면 좋겠다.

 

2022학년도 가을학기부터는 아예 MSc AI/DS 입학 시험을 한국인 대상으로는 안 치뤄도 되겠다는 결론을 슬슬 내리는 중이다.

한국에선 BBA / MBA 과정만 운영하고, 무사히 살아남은 학생들이 내부 transfer로 BSc / MSc 들어오는 수 밖에 없을 듯.

이제 MSc AI/DS 할려면 최소 2년 반은 공부를 해야 학위 받을 수 있게 되겠네.

석사 하나 받을려고 2년 반 내내 주말 반납하고 계속 공부만 해야된다는게 웃기긴한데,

그거 가짜 학교 아니냐, 사기 아니냐는 질문이 그만 나오는 학교가 되려면 이 시점에선 퀄리티 컨트롤에 목숨을 거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참고로, 우리 MBA AI/BigData의 첫 2개 Term에서 다루는 Math & Stat for MBA I, II 수업 중에서도

그다지 어려운 개념이 안 들어간 주제들만 골라서 이번 MSc DS Prep 시험 문제로 냈는데,

국내외 명문대의 수학 관련 전공자들, 심지어 학위가 석사인 분들보다

우리 MBA 학생들 점수가 더 좋다.

이러니 더더욱 Internal transfer 아니면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거지.

 

Math & Stat for MBA I만 놓고보면 이런 주장하기 좀 뭣하지만,

Math & Stat for MBA II까지 놓고보면, 자신있게 이런 주장을 할 수 있게 됐다.

각 세부 문제들 별로 Full mark 받는게 거의 불가능할만큼 까탈스럽게 채점 기준을 정해놨는데,

그 채점 기준에 맞춰 논리를 세밀하게 전개해놓은 몇몇 답안지를 보고 적지않게 충격을 먹기도 했다.

문과에 경영에, 컴송한 공돌이라고 무시했던 학생들이 4달 교육만에 이렇게 바뀌었더라.

교육이 달라지니 실력이 달라지는건 당연하겠지. (너무 오버하기엔 아직 이른가? ㅋㅋ)

채점 결과받고 뿌듯함 만렙 찍었다ㅋㅋㅋㅋ

 

문과니 경영이니 컴공이니 상관없이 제대로 가르치면 4달만에 이런 성적을 뽑아낼 수 있다는게 아직도 믿기질 않는다.

그렇다고 이런 서술형 시험을 컨닝할 수도 없었을텐데…

우리 학생들 진짜 괴롭게 공부했을 것이다. 이 시험에서 평균 B0 ~ B+ 점수를 받다니 ㄷㄷㄷ

이미 기적을 썼다. 앞으로 기적은 더 하겠지.

1명, 1명 다 엄청나게 존경한다 정말.

 

요즘 학부 2학년 레벨로 낮춘 교육 과정을 열심히 만들면서 느끼는건데,

“요산타”가 옆에 있으면 그래도 학부 3학년까지는 어찌어찌 따라올 수 있는, 초특급은 아니지만 특급…쯤 되는 인재들을

너무 대충 키워놓고 직장으로 내보낸(?) 내쫓은(!) 탓에 우리나라 기업 현실이 요모양 요꼴이 아닐까는 생각을 한다.

고교까진 미친듯이 교육에 투자해놓고, 정작 대학 4년을 보내면 글로벌 경쟁력 0인 인재만 찍혀나오는 나라…

 

문제를 보자마자 “0(영)”이라고 바로 답을 줄 수 있는 천재도 좌절하고 고시로 도망가는 나라에서

(사실 도망가는게 평생 소득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더 이득인건 안 비밀이다 ㅠㅠㅠㅠ)

내가 “요산타”도 아닌 주제에 너무 무모한 도전을 하는건 아닌가는 생각이 가끔씩 스쳐가기는 하지만,

“요산타”는 아니지만 “Best TA of the Year” 상은 그래도 2번이나 받았었다니깐 ㅋㅋㅋ

우리 MBA in AI/BigData 학생들이 산증인이다ㅋㅋ

링크에 나온 시험쳐서 평균 B학점 가능한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전공자 그룹이 한국에 얼마나 될까?

 

꼭 “요산타” 급으로, 아님 저 위에 언급한 Zhiguo He 교수님 급의 천재가 강의를 해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그런 지식을 배워야하는 사람들은 인류 전체에 0.0001% 정도 밖에 안 된다.

보통의 인재들은 학부에서 제대로 배워서 직장에 나가기만하면 직업교육 수준의 고교 수준보다 나은 퀄리티의 업무를 할 수 있다.

그런 교육을 한국 전체에 공급하기 위해서, 나처럼 Data Science를 가르칠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이 있으신 분, 비슷한 철학을 가진 분들이 있으면 좀 같이 가고 싶다.

아마 인재 풀이 워낙 없는 한국에서는 우리 학생들 중 일부가 내가 헤쳐나가고 있는 덤불 뒤에 남겨진 길 다지기를 해주는데 기대를 걸어야겠지.

 

MSc DS Prep 채점하다가 너무 안타까워서 말이 길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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