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 4.0] 정부 ‘미래의료 기술’ 분야 개척, 업계 반응은 “글쎄” ①

‘감염병·첨단재생의료·디지털헬스케어·마이데이터’ 등 주요 분야 전략 제시 한편 업계, ‘마이데이터 수익모델 부재’ 등의 문제 지적하며 데이터 기반 의료혁신에 회의적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 활용한 헬스케어 혁신 전략’도 이전과 달리 특별한 것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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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0일 미래기술 확보 및 디지털 전환, 전략산업 초격차 확대 등 초일류국가 도약을 위한 ‘신성장 4.0 전략’을 내놨다. 이번 전략의 15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미래의료 핵심기술’과 관련해 디지털 치료·재활기기 제품화와 감염병 대응 체계 및 바이오 인프라 구축, 보건의료 데이터 활성화, 전문 인력 양성 등의 계획이 담겼다.

하지만 이번 전략을 두고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정책의 거시적인 방향 대부분 기존 부처에서 진행해온 사업이라는 점과 더불어, 새로운 의료 기술 개발을 쌓아가는 식의 단순한 정책 목표만으론 의료 기술 분야의 진정한 혁신을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래의료 핵심기술’ 분야 개척 4대 분야

미래의료 핵심기술 분야 개척을 위한 정부의 계획은 크게 감염병, 첨단재생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마이데이터 등의 분야로 나뉜다. 먼저 감염병 분야에선 감염병 예방·치료 및 대응 핵심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중으로 ‘K-바이오백신 펀드’ 5천억원을 조성해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백신·신약 개발 우수기업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신·변종 감염병에 대비한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도 기존의 치료제를 개발해온 기업들에 대한 기술 고도화 지원에 나선다.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선 희귀·난치 등 질환 치료제 개발이 주요 과제로 선정됐다. 연구 기관의 범위를 확대하고 관련 부처 모두에 R&D 및 임상연구를 지원한다. 아울러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임상연구와 치료기기 개발을 지원한다. 특히 웨어러블기기 사용에 대한 임상시험 활성화를 촉진하는 디지털의료제품법 추진해 디지털치료 및 재활기기 시장의 규모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마이데이터 분야에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마이데이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들이 추진된다. 대표적으로 오는 6월 약 860개 의료기관에서 ‘건강정보 고속도로’로 알려진 마이헬스웨이를 본격 개통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환자의 동의 아래 의료기관 간 진료기록과 영상 자료 등의 정보교류가 가능해지고, 의료서비스의 디지털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정작 보험 등 금융업계에선 마이데이터 도입 주저

마이데이터 도입을 통해 데이터 기반 의료서비스 혁신을 이루겠다는 정부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데이터에 가장 민감한 금융권에서도 가장 먼저 마이데이터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수익모델의 부재 등으로 모든 금융사가 적극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실무와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이 다른 점도 의료 업계가 회의적인 시선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바라보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2021년부터 마이헬스웨이 서비스를 구축해오며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건강정보를 민간에 공개할 수 있도록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기관이 보험료 산정을 위해 필요한 개인 데이터를 제공해달라는 의료기관들의 요청을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한 의료 산업 종사자에 따르면 “정부가 과거부터 의료 데이터 기반으로 한 의료 서비스 혁신을 강조해왔지만, 사실상 민간에선 진료 기록 등의 주요 의료 데이터와 관련해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개인의 의료 관련 주요 정보가 아닌 라이프 로그 등의 세부적인 데이터만으론 데이터 기반 의료 서비스 확장이 어려운 현실”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그 현실은?

인공지능 등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정책에 대해서도 특별한 것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현장에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의 기술적 수준이 정부가 강조하는 것과 달리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실제 정부 주도 아래 진행되는 첨단 의료기기 프로젝트들을 두고 “700개 남짓의 뇌 MRI 데이터로 ‘디지털 분석’을 거쳤다고 평가하는, 이름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인 프로젝트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작 해당 프로젝트의 알고리즘은 ‘0/1형’ 데이터에 적용하면 안 되는 주성분분석(PCA)였지만, 정부 공무원들과 그들이 뽑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무엇이 잘못됐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며 비판했다.

현재 첨단 의료기기 등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글과 IBM 등이 머신러닝 기술의 혁신을 예고하며 인공지능 기술이 의사를 대신할 거라는 예측을 내놓는 가운데, 정작 정부가 내놓은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비판이 적지 않다.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과 의료서비스 혁신을 위한 효율적인 예산 투자와 사업 추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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