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니 열병식’ 여는데, 정쟁에만 몰두하는 與野

北 ‘전술핵운용부대 훈련’ 공개, 사실상 ‘미니 열병식’ 수준 北 대남 위협 수위 높이는데, 국회의원들은 정쟁만 벌일 뿐 정쟁에 밀려버린 안보 문제, 고래 사이 새우 꼴 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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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노동당 창건 77주년인 10일 ‘전술핵운용부대 훈련’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당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했다. 특히 2면부터 8면까지 김 위원장이 전술핵운용부대 훈련을 지도·참관한 기사 및 사진을 게재했다. 김 위원장의 지도력 부각과 함께 체제 결속을 노린 의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노동신문

김 위원장이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 군사훈련을 지도했다며 지난달 25일부터 보름간 7차례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전술핵 탑재가 가능함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핵 위협을 노골화하면서 그 위협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신종 단거리 탄도미사일 3종 세트와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미사일에 모두 소형 전술핵탄두를 탑재해 실전 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만일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미의 대북 미사일 요격체계 보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30일째 행적이 묘연하던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부터 보름 동안 이어진 전술핵운용부대 훈련을 모두 참관했던 바 있다. 이 또한 대남 핵 위협 극대화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니 SLBM을 발사하는 장면/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은 평북 태천 일대로 추정되는 서북부 지역의 한 저수지에서 미니 SLBM이 발사되는 장면도 공개됐다. 작년 9월 열차에서 KN-23을 첫 시험 발사한 북한이 저수지에서 SLBM을 발사한 건 군과 정보당국도 예측하지 못했다. 이는 북한이 향후 여러 저수지를 잠수함 등 SLBM 발사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훈련을 참관한 자리에서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라며 “핵전투 무력을 백방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미가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고 있음에도 대화에 나설 의사가 전혀 없음에 못을 박은 것이다.

결국 이번 핵운용부대 훈련 지도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대응으로써 최고지도자가 직접 맞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 창건일에 자주 해오던 열병식을 이번에 진행하지 않았으나 다종의 핵투발 수단을 노동신문에 게재하면서 사실상 미니 열병식을 열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규모 열병식 못지않은 효과를 노렸단 것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면서도 여전히 외교적 접근에 전념하고 있음을 피력하고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의 9일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이 발사는 이번 달 다른 발사들과 함께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며, 북한의 이웃국들과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北 북협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정쟁만

이처럼 북한이 대남 위협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정작 우리나라의 시선은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 최근 정계는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한창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당초 여야가 표방했던 국감은 ‘민생국감’이었으나, 지켜보는 이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번 국감의 핵심 쟁점은 대체로 여야의 강대강 대치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표절 의혹, 문재인 정부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윤석열 정부의 외교 참사 등이 그러했듯 말이다.

특히 2주차에 접어든 11일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감사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 등을 두고 여야 기싸움이 벌어지며 초반부터 감사가 파행되기도 했다. 당장 중요한 안건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보단 각자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위한 정쟁 감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北 도발 두고 서로 네 탓

대북 문제에 대해서도 ‘안보 정쟁’이 벌어졌다. 지난 6일 국방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의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 등을 지적하며 전임 정부의 안보 정책을 강력히 비판했고, 민주당은 이에 맞서 현무 낙탄사고 등을 지적하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포커싱이 대북 문제보단 신구권력 갈등에 더 가깝다.

9일엔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윤 대통령이 제시한 ‘담대한 구상’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다. 윤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중국 측이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것을 두고, 결국 중국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외교적 무능을 보인 것 아니냐는 것이다.

11일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북한의 잇따른 무력 도발을 오롯이 민주당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북한의 도발은) 모두 민주당 정권 하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북한이 핵 무장할 시간을 주고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최근 실시된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을 두고도 친일, 친북 논쟁이 불거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미일 군사훈련을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행보를 친북으로 규정하며 맞불을 놨다.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국방의 기본마저 저버렸다는 것이다.

이 같은 프레임 정쟁이 우리 정치의 퇴행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세계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신냉전 기류, 한미일·북중러 블럭화 등 문제에 우리나라가 고래 사이 새우 꼴 나지 않기 위해선 정치권의 건설적 논의가 필요하다.

서로 대화 않는 與野, 어린아이 같은 투정 그만둬야

여야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서로 대화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이 대표의 한미일 군사훈련 비판만 해도 ‘일본이 다른 속셈을 갖고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자’는 식의 분위기 환기 정도만 해도 될 일이었다.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 같은 반일 워딩은 필요치 않았단 것이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비판에 친북과 인공기까지 거론하고 나섰는데, 야당 대표의 날 선 비판에 똑같이 강대강으로 치고 나서는 건 여당으로서 이성적이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휴전 중이다. 종전 국가가 아니란 뜻이다. 여전히 청년들은 나라를 위해 소중한 청춘을 희생하고, 북한은 소리 없는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안보에 여야는 있을 수 없다. 안보를 두고 정쟁을 벌이는 순간 그 사이 틈은 북한의 몫으로 전락해버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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