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인은 경알못 ② 한국인 경제IQ를 늘리려면

의과대학 준비 여고생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 못 하는 일선 사회 교사들 반기업 정서, 낮은 경제 IQ와 관련 금융이해력 관련 제도 정비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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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본사DB

의과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A양은 “재정의 부족함에도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어떻게 하면 개발할 수 있는가?”라는 의대 면접 예상 질문에 부딪혔다. A양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쉽게 구하지 못해 학교 교사에게 물었고, 교사의 대답은 윤리적‧당위적 차원에서 접근한 답만 내려줬다. 교사가 제시한 답안이 썩 만족스럽지 않자 A양은 부모님의 인맥을 통해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대학에서 경제를 전공한 금융권 재직자 B씨에게 물었다. 그는 미국에선 희귀병 치료제 법(Orphan Drug Act)라는 법이 있어 희귀병 치료제 발명자에게 시장에서의 독점 권리를 부여하여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한다고 답변해줬다. B씨의 답변대로 면접에서 대답한 A양은 희망하던 의과대학에 합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례는 간단하면서도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마주한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 준다. 경제 현실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한 우수한 여자 고교생이지만 좋은 멘토가 공교육 시스템 안에 존재하지 않아 멘토를 부모님의 인맥으로 구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사회적 문제 해결에 있어 시장원리에 의한 합리적인 해결보다 윤리‧당위를 중시하는 것 또한 한국인들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인 낮은 경제IQ와도 연관된다.

한국인 금융이해력 및 경제IQ, 썩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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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IQ’는 일부 저서 등에서 언급되는 임의적인 정의지만 유사한 맥락에서 쓰이는 정식 학술적 개념으로는 ‘금융이해력(Financial literacy)이 있다. 금융이해력은 ▲ 금융지식(합리적 금융생활을 위해 갖춰야 할 지식) ▲ 금융행위(건전한 금융·경제생활을 위한 행동양식) ▲ 금융태도(현재보다 미래를 대비하는 의식) 3개 분야에 걸쳐 측정된다. 한국인의 경우 2018년에는 62.2를 기록해 64.9를 기록한 OECD 평균을 밑돌았으나, 2020년 기준으로는 66.8을 기록해 OECD 평균인 62점을 넘었다. 금융지식 차원과 금융행위 차원에서는 합격점이나 금융태도 부분에서 목표점수에 도달한 응답자의 비중은 39.9%에 불과했다.

금융이해력 등으로 대표되는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 능력을 국민 전반에 배양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에 해당한다. 앨런 그린스펀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을 두고 ’금융 문맹이 많은 현실‘ 등을 꼽았을 정도로 경제주체 전반의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기업활동에 대한 촉진, 금융 시장의 합리적 작동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한국인들의 고질병 중 하나인 ’반기업 정서‘가 낮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이윤의 분배, 경쟁의 역할, 가격의 형성 등 기업의 본질과 시장원리를 잘못 이해하는 사람일수록 기업과 기업가에 대한 반감이 높은 것이다. 기업과 시장원리에 대해 반감을 품는 사람의 비중이 높을수록 국가경제의 운영이 순탄치 않아짐을 예측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건 제대로 된 경제 및 금융에 대한 청소년 시절부터 받는 공교육 부재와 연결이 된다.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경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경제와 금융에 대한 교육 환경이 제대로 조성돼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여러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무원 및 교사 집단은 경제 및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반기업 정서도 상당히 높은 집단으로 보고된다. 시장원리에 대한 공공연한 거부감을 표출하기 쉬운 것이 한국의 관료 및 교사  집단인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의 청소년들은 초등‧중등교육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경제과 금융에 대한 교육을 받기 어렵다. 실제로 사회탐구영역에서 ’경제‘ 과목의 선택률은 2021년 기준 1.4%로, 전체 사회탐구 과목 중 꼴찌이며 2028년 수능에서 퇴출 위기에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그 이유로는 ’진입 장벽‘이 꼽힌다. 진입 장벽을 낮추려면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나 경제를 가르치는 고교 교사 중 10% 정도만 경제학을 전공했다는 2007년 통계가 있을 정도로 초‧중등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의 경제에 대한 전문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도 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뤄진다는 대답은 매일경제와 한국교총이 공동으로 2021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기준 9.8%에 불과했다. 현실은 대학 학부 과정 이상 차원에서의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을 논하는 것은 거의 사치에 가까울 정도다. 대한민국은 아예 청소년들에게 경제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이해력이 OECD 평균에 도달하는 것 자체가 거의 기적인 셈이다.

이런 나라에서 제대로 된 경제정책에 대한 비전이나, 운영 능력을 갖춘 정치인이 선출되고 혁신적인 기업활동이 장려되며 각 경제주체의 합리적 경제행위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2020년 제정되고 2021년 3월 시행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의 제30조에 금융교육 시행의 입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법안은 청소년의 금융이해력을 증진하기 위한 금융교육보다는 금융사고 예방 등 소비자 보호 측면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미국의 조기금융교육법안(Youth Financial Education Act)같은 적극적 조치가 한국에서도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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