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미래연구원, 한-일 정년정책 비교, 노동인구 감소에 대안되나?

초고령사회의 그림자, 노인 빈곤, 고령자의 소득 공백 메우는 것이 숙제 다양한 사회안전망과 연결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연금조차 미 연계 급격한 정년 연장, 오히려 청년층 고용 감소 불러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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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회미래연구원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가임 여성 1명당 출산율이 0.8명에 그치는 현재 30년 뒤엔 인구 절반이 노인 인구가 될 거라는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의 지속적 감소로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것은 물론 노인빈곤 문제 또한 해결이 시급한 과제다.

이에 정부는 재고용·정년 연장 및 폐지 등의 방식으로 정년을 넘긴 근로자를 기업이 연장 고용하도록 하는 ‘계속고용제도’의 도입을 검토했다. 현행 법률인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약칭: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60세 정년 규정은 2017년부터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되어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 한국과 일본의 비교를 통해 정년정책 방향 제시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현곤)은 미래전략에 대한 심층분석 결과를 적시 제공하는 브리프형 보고서인 「국가미래전략Insight」 제55호(표제:일본의 정년정책 – 한국과 비교의 관점에서)를 10월 24일 발간했다. 일본 정년제 도입과정의 특징과 효과를 탐색해 한국 제도를 재고하고자 발간된 보고서는 일본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 보고 해결 방향까지 모색할 수 있는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의 법적 정년은 동일한 60세다. 일본은 2012년부터 ‘65세로 고용확보조치’를 의무화했으나 양국 간 시행실태는 차이가 크다. 일본 기업에서 정년은 실제 60세까지 고용보호를 의미하지만 일본 기업의 99%는 ‘65세까지 고용확보조치’를 실시하며 정년 후 계속 일하길 희망하는 노동자는 대부분 재고용한다. 중소기업도 고령인력 활용에 대기업보다 적극적이다. 반면 한국노동자의 ‘주된 일자리’ 실제 퇴직 연령은 49.3세(2022년 5월 통계청 기준)로 법적 정년과 10년 이상 차이가 있다. 2017년 법 시행 이후 중소기업은 정년제도 자체를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이 80%에 이를 만큼 제도의 규범 수준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출발부터 달랐던 일본과 한국의 정년제도

일본과 한국의 제도 도입과정은 속도, 노사합의 수준과 자율성, 정부 정책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우선 일본의 정년제는 노동정책 심의회에서 노, 사, 공(정)의 삼자 합의를 통해 20∼30년에 걸쳐 단계적, 점진적으로 실시되었다. 60세 정년제는 1970년대부터 이미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 초 대부분 기업이 도입, 1998년에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한국의 ‘60세 정년제’는 일본보다 한참 늦은 2013년에 국회에서 통과되었지만 3년 후 비교적 빠르게 시행되었다. 그러나 일정한 노사 간 정치적 교환을 담고 있는 법조문에 비해 실제 합의 수준이 낮다. 일방적 지침이나 제도가 강제된 사업장일수록 구성원 수용성이 떨어지고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공공부문에서 두드러진다.

정년제도와 연금의 상관성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일본의 정년제도는 연금은 물론 삭감된 임금을 보조해주는 제도 등 다른 사회안전망과 연계되어 실시되는 반면 한국의 정년제도는 연금과 연계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금의 정년 60세가 지속되면 2034년에 전 국민의 연금 수급 연령과 근로 기간이 차이로 최소 5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전반적으로 일본 고령자는 공적 연금과 근로 수입으로 한국 고령자보다 생활 수준이 안정적이다.

사진=본사DB

노동인구 감소, 정년 확대로 풀 수 있을까?

제도 변화 전후의 고용 변화를 각 사업체 단위에서 분석한 결과 고령층 비중이 비슷하더라도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게 될 근로자가 1명 많을 경우 고령층 고용은 0.6명 증가하고 청년층 고용은 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도 변화 당시 100인 이상이었거나 기존 정년이 55세 내지 그 이하였던 사업체에서 고령층 고용 증가 폭과 청년층 고용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 같은 결과는 정년 연장이 급격하게 이루어질 경우 부작용이 상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정년을 점진적으로 증가시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정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고령층 근로자들을 정책적으로 배려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정년 연장의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운 고령층 근로자들을 위해서는 고령층에 특화된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시간 선택이 유연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도적 정비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

인구 고령화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세계 주요 국가들의 근로자 정년과 정년제도 변화의 추이를 보인다. 만 93세의 나이에 맥도날드 매장에서 밤 근무를 하며 노익장을 뽐내는 한 노인의 사례는 앞으로 금방 닥칠 초고령 사회에 앞서 무엇을 준비할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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