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제로카페차’로 다회용컵으로 독려하지만 정부 차원 실질 대책 마련해야

서울시, 다회용컵 사용하는 ‘제로카페차’ 운영, 다회용컵 체험 제공 편의성은 물론 환경 문제까지 해결하는 다회용컵, 전 세계 신사업으로 자리 잡아 일회용품 감량 대책 1년 계도기간 선포한 환경부, 정부의 감량 의지는 미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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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커피차의 일회용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제로카페차’ 운영을 시작했다. 환경운동연합이 2020년 7월 11일부터 8월 8일까지 전국 5개 권역 14곳의 해안가에서 3,879점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분리한 결과, 담배꽁초가 전체 쓰레기의 5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번 다회용컵 체험은 쓰레기 무단투기 1위인 담배꽁초와 함께 많이 버려지는 일회용컵 쓰레기로 인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그 대안으로 다회용컵을 사용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유연식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한강은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만큼 담배꽁초, 일회용품 등 쓰레기 처리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번 행사를 통해 야외에서의 다회용컵 사용을 확대하여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이고 청소년들과 함께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흡연 예방 캠페인을 추진하는 것은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제로카페차/사진=서울특별시

다회용컵, 편의성은 물론 탄소배출량까지 잡는 해결책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환경 문제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다. 플라스틱이 자연분해되기까지는 약 450년이 걸린다. 2017년 그린피스 보고서는 1년 동안 국내에서 사용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33억 개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재활용률은 5%에 불과하다.

이처럼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으나, 편리성을 이유로 사용량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 추세다. 이에 최근 등장한 다회용컵은 이러한 편리성은 유지하면서 플라스틱 배출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다회용컵을 사용하면 쓰레기 감소는 물론 탄소배출량도 대폭 절감된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경우 제조 시 약 50의 탄소가 배출되는 반면, 다회용컵은 약 100 정도의 탄소가 발생한다. 따라서 다회용컵의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탄소배출량의 절감 효과도 더욱 커지게 된다. 20번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세척 및 전기소비량 등을 감안하더라도 다회용컵 탄소배출량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비해 5배가량 더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최근 카페에서 컵을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는 다회용컵 시스템을 스타벅스를 비롯한 여러 카페에서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다회용컵 활용 시 소비자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청결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부 지점에서는 사용하고 있는 다회용컵을 애벌 세척, 고압자동 세척, 소독 침지, 자외선 살균 등 7단계를 거쳐 관리한다. 다회용컵을 카페 측에 제공 및 수거하는 관리 업체 트래쉬버스터즈와 그린업도 고압세척, 자외선살균 등의 철저한 세척 체계를 갖추고 있다.

나아가 립스틱, 초코시럽과 같이 잘 닦이지 않는 물질이 남는 경우까지 세심하게 고려했다. 트래쉬버스터즈 관계자는 “간혹 립스틱처럼 남아있는 경우 검수 과정에서 걸러져서 재세척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실제 사용하는 곳에서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살균을 해서 사실상 균이나 바이러스도 거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진=서울특별시

전 세계의 스타트업이 주목하는 신산업 ‘다회용컵’

일회용품 플라스틱 쓰레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컵’이나 ‘리컵’, 영국의 ‘클럽제로’가 대표적이다.

독일의 친환경 도시인 프라이부르크는 전체의 70%에 달하는 카페가 ‘프라이부르크 컵’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회용 뚜껑이 있는 플라스틱 커피 컵을 1유로에 대여하고 반환 시 다시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 컵은 최대 400번까지 재사용할 수 있으며, 반환된 후 재사용되는 비중도 약 85%로 높은 편이다.

해당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독일 뮌헨에서는 ‘리컵’ 서비스가 출시됐다. 음료 테이크아웃 머그를 재사용하는 방식을 일컫는 말로, 리컵 역시 독일 내 40개 이상의 도시에 서비스를 안착시키는 데 성공한 상태다. 현재 7,500개의 음료 판매 매장이 파트너사로 가입돼 있으며, 소비자는 리컵 가입 매장 어디서든 보증금을 내고 다회용컵을 사용할 수 있다. 나아가 소비자가 직접 음료를 구매하지 않은 카페에서도 반납 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영국의 ‘클럽제로’는 런던 소재 회사로 컵 대여, 수거, 세척까지 대행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런던시 곳곳에 반납함을 설치해 다회용컵을 수거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성공한 클럽제로는 현재 카페뿐만 아니라 회사나 식당 등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다회용컵을 넘어 다회용기 서비스로까지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계도기간,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질까

한편 환경 문제를 향한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은 어떨까. 당초 환경부는 오는 24일부터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 종이컵·플라스틱 빨대·젓는 막대 등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 돌연 일회용품 감량 대책에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해 혼란을 야기했다. 이에 환경단체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제외 대상을 개정한 이후로 약 10개월간의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단속을 유예하는 것은 사실상 일회용품 규제를 포기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각국에서 다회용컵 서비스 등 갖가지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의지는 미미해 보인다. 지난 12일 진행된 ‘제로카페차’ 등 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책 마련은 한참 부족한 상황이다. ‘효율’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지고 환경 문제가 심각하게 떠오르는 시점인 만큼, 다회용컵 시스템 구축 등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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