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방선거법 개정, 전면적 비례제 전환에 돌입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되어 온 ‘연동형 비례대표제’ 2020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도입된 한국 ‘준연동형’ 역시 독일 모델 착안 제20대 독일 연방의회(Bundestag), 3월 17일 의원 정수 630명 고정안 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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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는 30일 「2023년 독일 연방선거법 개정 내용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외국 입법·정책 분석』을 발간했다. 지난 3월 17일 독일 연방하원은 의원 정수를 630명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초과의석 및 보정의석 제도를 폐지했다.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독일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전면 비례대표제로 전환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독일의 독특한 선거 제도

독일의 선거제도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독일은 후보자 중심의 단순다수제 지역구선거와 정당 중심의 비례대표선거를 결합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성과 책임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았다. 특히 모든 정당을 대표하고, 극단적인 정당이 과도한 의석을 확보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는 면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2015년 우리나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2020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도입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독일 모델을 참고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기본적으로 비례대표제 모델을 따르지만,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의석을 배정한다. 이러한 방식은 한 정당이 적정 의석수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 결과 실제 의석수가 법적 한도를 초과해 득표의 비례성이 훼손됐을 뿐만 아니라 의원내각제에서 집권연합의 구성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의석 배분 과정과 문제점

의석배분 절차로 인해 상・하위 배분 단계에서 각각 초과의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상위배분 단계에서 정당의 전국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확보 의석수가 많울 굥유 외생적 초과의석(Externe Überhangmandate)이 발생한다. 아울러 하위배분 단계에서는 정당이 주의 지역구 의석으로 확보한 의석수가 주명부로 배분받은 의석수를 넘게 되면 내생적 초과의석(Interne Überhangmandate)이 발생할 수 있다.

초과의석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질적 문제로, 이와 관련된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독일 헌법재판소는 매번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2008년 독일 헌법재판소는 초과의석으로 인해 발생하는 ‘음의 득표가치’(negative Stimmgewicht)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음의 득표가치란 특정 정당의 득표가 늘었음에도 오히려 의석이 줄거나, 반대로 득표가 줄었음에도 의석은 늘어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혼란 해결 및 초과의석 관리

독일 헌법재판소의 2008년 위헌 결정 이후 계속되는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2013년에 개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보정의석 도입으로 인해 총의석 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2009년 총선 당시 24석에 달했던 초과의석은 2013년 개혁 이후 4석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9석의 보정의석이 배정되면서 총의석수는 631석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어 2017년 총선에서는 초과의석이 46석으로 불어났으며, 이에 따라 보정의석 65석이 배분돼 총의석은 709석이 됐다.

독일 연방의회가 마이너스 득표율과 잉여 의석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오히려 제도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결함은 특히 전례 없는 736명의 국회의원이 선출된 2021년 총선에서 극명하게 드러났고, 이에 특별 조치가 취해졌다. 2023년 3월 독일 연방의회는 의석수를 630석으로 고정하고, 의석 배분을 위한 참여 기준을 제한하는 수정안을 승인했다. 또한 국가 목록 의석 할당에 참여하기 위한 요건을 강화시켰다.

선거제도의 조정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주요 정당인 기민/기사연(CDU/CSU)은 상당수의 의석을 잃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좌파당(Die Linke)도 대표성을 크게 상실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정당이 법안의 위헌성에 이의를 제기하기로 결정한 만큼 정치적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연방의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지난 4월 21일 연방상원으로 이송됐는데, 5월 10일 바이에른 주총리가 개정법 폐지를 위한 중재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5월 12일 연방상원 회의에서 중재위원회 소집요구를 기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연방선거법」 제25차 개정안은 연방 대통령에게 이송돼 공포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점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이 독일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순수 비례대표제로 전환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해석한다. 기본적으로 한 정당이 얻는 의석수는 오로지 ‘1차 투표’, 즉 정당명부 투표에 의해서만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요소를 결합한 ‘준연동형’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공정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뉴질랜드와 마찬가지로 전국 단위로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하고 있지만,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은 선거구 축소로 이어져 비례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특정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 경계를 조작하는 ‘게리맨더링’ 문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는 거대 정당에 권력이 집중되고 군소 정당은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는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전환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첫째, 독일의 전환은 기성 민주주의 국가도 선거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는 우리나라도 비슷한 변화를 고려하도록 영감을 줄 수 있다. 둘째, 독일의 경험이 반드시 연동형 선거제도에 본질적인 결함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실례로 독일 모델을 모방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뉴질랜드는 비례성이 강화되고 공공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등 국민적 효능감 제고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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