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투’ 최대 무기 ‘의회외교’, 잠재력의 원천은 ‘외교 결의안’

2020~2023 국회 외교 결의안, 대일 결의안에 ‘치중’ 대일 외교 집중한 국회·정부, 정작 성과는 ‘미미’ 외교적 역할 높아진 국회 결의안, 심도 깊은 논의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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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회

국회입법조사처가 ‘2020년~2023년(상반기) 국회의 외교 관련 결의안 채택의 특징과 개선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서 입법처는 2020년~2023년(상반기) 채택된 외교 관련 국회 결의안의 특징을 살피고 외교 관련 결의안이 지니는 특성과 필요성을 설명했다.

2020~2023 국회 외교 결의안의 특징

국회는 의안을 심의함으로써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하고 헌법이 요구하는 국회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 같은 의안 가운데 법률안·예산안·동의안·결의안 등이 있는데, 국회는 결의안 형식으로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국회의 의사를 결집해 표명하고 있다. 국내 문제의 경우 입법을 통해 국회의 의사를 구체화해 정부를 구속할 수 있지만 국제 문제의 경우 법률로써 대외적으로 법적 구속력 있는 의사 표시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입법처는 역대 국회에서 채택된 외교 관련 결의안을 살펴보고 2020년~2023년(상반기) 채택된 외교 관련 국회 결의안에 세 가지 특징이 있음을 밝혀냈다. 입법처에 따르면, 우선 역대 국회 결의안에선 한매동맹을 강조해 언급한 적이 없다. 2020년 한미동맹 결의안이 최초로 채택됐고 이후 양국의 동맹을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고 실용적인 파트너십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연속적으로 채택되고 있다.

보편적 인권에 관한 결의안이 다수 채택된 점도 2020년~2023년(상반기) 결의안의 큰 특징 중 하나다. 역대 국회에서도 타국의 반인도적 대량 학살을 강력히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채택된 바 있으나, 그동안엔 그 수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일본 측에 국제규범에 합치하지 않은 행위를 즉각 시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다수 채택됐단 점도 눈에 띄었다. 역대 국회에선 일본과 북한의 행위를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었으나, 이 시기엔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북한을 규탄하는 결의안보다 일본에 시정을 요구하는 결의안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일 외교 결의안 多, 하지만

대일 외교 관련 결의안이 다수 있었음은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회는 일본의 대(對) 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비판 결의안을 낸 바 있다. 당시 국회는 “일본의 한국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는 우호관계의 근간을 훼손함은 물론 한일 양국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고 전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퇴보시키는 조치”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권 시절엔 북한 인권 향상에 대한 노력보단 대일 외교에 더 큰 비중을 두면서 비판의 목소리에 직면하기도 했다. 당시 문 정권은 UN의 북한 인권 결의안 제안 국가에 3년 연속 불참하는가 하면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어민 2명을 흉악범이라며 강제 북송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표적 인권감시 기구인 휴먼라이트 워치(HRW)로부터 비판받은 바 있다. 문 정권의 한일위안부 합의 파기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반일 프레임을 강화하면서도 법원이 내놓은 징용·위안부 배상 판결을 수습하는 등 관계 복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 정부 또한 대일외교에 집중하는 반면 명확한 성과는 얻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 3월엔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의 강제성을 희석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대일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데 비해선 상당히 아쉬운 성과가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애초부터 실을 잘못 뀄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5월 4일 국회에서 뉴트 깅그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과 칼리스타 깅그리치 전 주교황청 미국대사 부부를 접견하면서 의회외교의 시간이 시작됐음을 알리고 있다/사진=국회

외교 결의안, 의회외교 저변 확대에 개연성 있어

다만 외교적 국회 결의안 발표 자체는 국회 차원에서 외교 접점을 다각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정부 외교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개연성이 많다. 외교권은 행정권의 일부인 만큼 행정부에 의해 독점적으로 행사되나 외교 현안이 다양하고 복잡한 만큼 외교에서 행정부 단독으로 모든 외교활동을 도맡아 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의회외교는 행정부 중심으로 진행되는 교류관계의 접촉면을 넓혀주고 행정부 차원의 외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 현대 외교에서 의회외교의 효용성과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입법처에 따르면 국회의 외교 관련 결의안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행정부나 민간 차원에서 추진하기 어려운 외교 현안에 대해 국회의 의사를 결집해 대내외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란 점에서 의회외교의 사전 준비 단계로서의 의미가 커졌다. 국회에서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 결의안 채택을 둘러싼 이견이 사전 조율되면 더욱 강력한 결의안이 채택될 수 있고, 이는 의회외교의 신뢰성과 정당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외교 성명보다 탄력성이 높다는 점도 국회 결의안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라고 입법처는 설명했다. 탄력성이 높은 만큼 국회 결의안은 상대국 정부와 국제사회에 민감한 의제에 대한 해결을 보다 쉬이 촉구할 수 있고, 상대국의 정권 교체시 전반적인 분위이글 탐색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의회외교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한 사전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

외교 관련 결의안을 통해 국제기구 외교 활성화를 도모해 볼 수도 있다. 외교 관련 결의안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국회 차원에서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외교활동 역량을 종합적이고 포괄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국회가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참여를 이뤄내면 국회는 ‘국제기구의 분담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활용해 국제기구 분담금 증액, 분담금 납무 목적 및 외교정책목표 합치, 분담금에 의한 국익 제고 등을 유도할 수 있다.

복잡한 국제 상황 하에서 정부는 우리의 국가적 이익을 수호하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가 관련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오히려 국익이 저해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반면 국회는 그런 우려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강대국이 자의적으로 남용하는 통상 조치를 규율함으로써 국제통상규범의 일관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한 의사를 개진할 수 있단 것이다. 대외정책에 대한 국회의 차원의 결집된 의사 표시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총성 없는 전투’ 외교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선 보다 치열한 논의와 이에 따른 심도 깊은 결의안 채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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