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돌리기’ 나선 정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해제 안 할 것”

日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에 강경 입장 내세운 정부, ‘입장 선회’한 이유는? 협력관계 구축 ‘無’로 돌아가, “그래도 국민 건강이 우선” 체르노빌 당시 강경 조치 이어간 日, 정작 후쿠시마선 ‘이중잣대’ 들이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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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방사능 오염지도/사진=반핵의사회

정부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간 정부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다소 친화적인 반응을 보여왔으나, 이번에 급격히 ‘여론 돌리기’에 나선 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가 윤석열 대통령 및 여당인 국민의힘의 지지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강경 입장’ 밝혔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16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브리핑에서 “일본이 방류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안전함이 입증됐다 하더라도 이와 별개로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수입 금지 조치는 해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수차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부는 후쿠시마 인근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이 지금과 같이 발생하는 한 절대로 후쿠시마를 포함한 인근 8개 현 수산물의 수입은 없다고 단언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을 경우 해당 지역 수산물의 수입 금지가 풀리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에 단단히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지난 2011년 일본 이바라키현 앞바다에서 잡힌 까나리에서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됐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배출된 방사성물질의 ‘생태계 농축’이 시작됐다는 의미였다. 이처럼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위험이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를 포함한 8개 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8개 현 이외 다른 지역 수산물에 대해선 수입 시마다 세슘134, 세슘137, 요오드131을 우선 검사하고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삼중수소 등 17종의 추가핵종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신청 수산물 방사능 검사 요청이 폭증하면 방사능 검사 장비가 부족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일축했다. 송 차관은 “게시판을 통해 국민 여러분들께서 방사능 검사를 원하는 수산물과 생산지역을 신청하시면 그중 신청 건수가 많은 10개 품목을 선정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전이라 신청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방류로 인해 국민 신청이 크게 늘어날 경우 선정 대상 품목을 늘려간다는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산 단계 방사능 검사 장비도 지자체까지 포함해 현재 29대에서 53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역별로 개최하고 있는 ‘수산물 안전 현장 설명회’를 이달 말까지 20회 이상 열겠다고도 했다. 정부는 어업 현장을 벗어나기 힘든 어촌계를 직접 찾아가는 방문 설명회도 개최할 방침이다. 송 차관은 “인터넷 포털과 SNS, 옥외 전광판 등 가용 가능한 모든 채널을 통해 국민에게도 안전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방사능 우럭’/사진=NHK 캡쳐

오염수 방류 이슈에 尹 지지율 하락, 정부 ‘여론 돌리기’ 나섰다

당초 정부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다소 친화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때문에 이에 대한 우려와 반발이 많았다. 일각에선 “이해할 수 없다. 방류 찬성하고 괜찮다는 사람들이 다 (원전수를) 먹어 없애면 되는 것 아니냐”, “이렇게까지 일본친화적인 무능력 정부라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해서 좋은 게 뭐 있다고” 등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일본 오염수 이슈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18일 40.5%를 기록했다. 지난주 대비 1.4%p 떨어진 수치다. 반면 부정평가는 전 주 대비 1.2%p 상승한 57%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PK와 강원·제주에서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급격히 여론 돌리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일본 ‘방사능 우럭’ 사태와 관련해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국내 수입은 없다”는 정부 방침을 재확인했다. 당시 정부는 “국내에 유통되는 주요 일본산 수입 수산물의 경우 ‘수입 수산물 유통이력 제도’를 활용해 수입부터 유통, 소매단계까지의 거래 이력을 관리하고 있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일본 수산물에 대해 철저한 수입 규제와 안전 검사를 통해 절대 국내에 유통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원산지 관리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오염수 이슈에 대한 국민 여론의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앞으로도 정부의 입장은 견고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도쿄 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방사성 물질(삼중수소) 희석 후 바다로 방출하기로 한 일본 정부 결정에 찬성하나’라는 질문에 한국 응답자의 83.8%가 ‘반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찬성’은 단 11.9%밖에 되지 않았다.

일각에서 日 보복 조치 우려도

다만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견지할 경우 일본에서 보복 조치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실제 일본은 지난 2019년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둘러싼 한일 간 무역 분쟁에서 한국이 승소 판정을 내리자 한국산 수산물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겠단 보복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일본은 한국에서 수입하는 넙치 및 냉장 조개류 및 성게 등에 대한 검역을 강화했다. 식중독이 늘어나는 여름철을 앞둔 안전성 확보라는 명분을 들었으나 사실상 패소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뿐 아니라 일본은 우리나라의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WTO 제소로 응수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선 패소 가능성이 적을 것이란 여론이 곳곳에서 나온 바 있으나, 2018년 2월 22일 우리나라의 1차 패소 판결이 나왔다. 후쿠시마가 다른 지역보다 위험하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고 일본과 다른 국가 수산물의 위험도가 모두 비슷하며 한국 정부의 조치는 WTO 위생 및 식물위생(SPS) 협정에 불합치하므로 즉시 시정하여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이에 우리나라는 불복하며 그해 4월 상소를 접수했다. 당초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의 승소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간 WTO에서 1심이 뒤집힌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9년 4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리 정부가 WTO 상소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일본이 WTO 및 우리나라에 완전히 적대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도 이때부터다. WTO 패소 및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확인사살을 통해 사실상 일본과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졌다. 그간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써 온 모든 전략이 사실상 무(無)로 돌아간 것이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모습/사진=환경운동연합

日의 ‘이중잣대’, 정작 韓은 무릎 꿇기만

과거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일본은 “방사능 먼지가 제트기류를 타고 일본 상공에 떠내려 올 가능성이 있다”며 매일 하늘에 전투기를 띄워 방사능 먼지를 채취하고 체르노빌 사고와 관련해 정보 공개도 강력하게 요구하며 선제적 조처를 취한 바 있다. 1993년엔 핵잠수함에서 나온 핵폐기물을 버리려는 러시아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런 일본이 정작 지금은 스스로 바다에 오염수를 버리려 하고 있다. 일본의 이중잣대가 강력히 비판받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 정부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있어 정부여당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혹자는 “처리된 오염수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견을 가진 전문가들이 훨씬 많다. ‘유해하다고 증명하지 못하면 방류한다’가 아닌, ‘안전하다고 입증되지 않으면 방류하지 않는다’가 더 옳지 않은가.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그간 반대하는 전문가의 의견을 묵살하고 ‘그리 위험하지 않다’는 의견을 ‘방류해도 된다’는 논리와 직결시켜 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결과를 그저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잘못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주도지사 시절 IAEA에 대해 ‘일본과 미국의 입김이 워낙 센 기구’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이 때문에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한 태평양도서국은 반대와 강력한 우려를 표명함으로써 IAEA에 미국과 일본의 입김이 일방적으로 통하는 것을 견제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여당은 “처리수 1리터가 내 앞에 있으면 마시겠다”는 웨이드 앨리슨 옥스포드 명예교수를 초청했으며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기준에 맞게 처리되면 마실 수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우리 정부가 일본을 대변한 것이다.

국민적 우려는 단순한 감정 소모나 괜한 기우가 아니다. 과거 국민 안전을 위해 일본이 취했던 행동과 비교하면 우리 국민의 걱정은 결코 과하지 않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 우리 바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 정부는 우리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 가치를 잃을 뿐이다. 이제라도 정부여당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힘써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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