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나노 학위 도입, 대학 간 학·석사 연계도

마이크로·나노 디그리 가능, 12학점짜리 소형 학위 여러 개 취득 가능해져 대학 간 학제 연계 폭도 확대, 학·석 연계를 통한 학생들의 선택 폭 확대될 듯 단순히 수업들을 물리적으로 결합한 마이크로 디그리에 학생들 불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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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주제에 대해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작은 학위를 별도로 받을 수 있는 이른바 ‘마이크로·나노 디그리’가 도입된다. 경영학에서 재무관리 및 관련 수업들을 들으면 ‘재무학’ 같은 세부 전공 학위가 나가는 방식이다. 같은 대학 안에서만 운영할 수 있었던 학·석사 연계 과정을 다른 대학들끼리 연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A대학에서 들은 마이크로 학위로 B대학에서 석사 학위 과정을 이어가는 데 쓰일 수 있는 것이다.

8일 교육부는 소단위 학위과정의 법적 근거 마련과 대학 간 학·석사 연계 과정 운영 등이 담긴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9일부터 내년 1월 18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유망산업과 융합학문 등 다양한 전공의 세부분야에 대한 교육기회를 제공해 학습 선택권을 보장하고 이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소단위 학위과정 운영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소단위 학위과정은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와 ‘나노 디그리(Nano degree)’ 등으로 불린다. 전공 등 교육 내용을 소단위로 세분화해 구체적 역량개발 교육과정을 집중 제공하고 인증하는 제도다. 이미 코세라(Coursera.com) 등의 온라인 플랫폼뿐만 아니라 대학들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국내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하는 탓에 시행이 늦었다. 공식 학위가 나가지는 않지만 명칭으로 존재하는 대학들은 이미 여러 곳이다. 특히 컴퓨터공학 전체 학위가 아니라 ‘앱 개발’, ‘웹 서비스 개발’ 등의 일부 분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 경우, 경제학에서 ‘거시경제학’ 등의 특수 분야를 공부한 경우에 적용된다.

김일수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소단위 교육과정의 법적 근거 마련으로 대학 현장에서 소단위 학위과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사회변화와 기술혁신에 맞춘 인재 양성에 대한 대학의 역할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제 간 연계 강화, 학생의 교육 선택권 강화

이번 개정에 따라 시간제 등록생 등 성인 학습자에게도 소단위 학위과정을 제공해 대학의 평생교육 역할을 확대하고 학습 이력에 대한 대내외 인정을 위해 해당 과정 이수 때 관련 증명서류 등을 발급받을 수 있다. 대학이 다른 대학·연구기관 및 산업체 등과 소단위 학위과정을 연계 운영할 수 있고 과정 명칭에 연계·협력한 기관 명칭도 포함할 수 있다.

경제학 전공자인 학생 A씨는 경영학과의 재무·금융과정 수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역량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어 국제재무설계사(FRM) 등의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던 부분이 해소될 것 같다는 기대를 내놨다. 특히, 최근 들어 취직을 위해 많은 학생들이 컴퓨터공학의 일부 수업들을 수강하려고 하나, 복수전공, 부전공 등이 제한되어있는 상황에 ‘마이크로 디그리’가 도입될 경우 단순히 온라인 교육과정에서 수강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대학에서 수강하고 학위를 받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취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교육계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간 국내 대학이 전공 명칭에 얽매여 학제 간 교류가 부족한 점이 지식 발전에 큰 장애물로 작용했으나, ‘마이크로 디그리’, ‘나노 디그리’가 도입되면서 학생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는 만큼이나 지식의 공유가 활발해지게 될 것을 기대한다는 반응이다.

<출처=동국대학교 마이크로 디그리 소개>

이미 2020년 시행을 목표로 했던 정책, 왜 이렇게 늦어졌나?

교육부는 지난 2018년 2월에 이미 인공지능(AI), 가상현실, 로봇 등 신산업 수요를 반영한 학점은행 과정과 온라인공개강좌(MOOC)를 내세우며 2020년 시행을 목표로 마이크로 디그리 시행을 공표한 바 있다. 당시 가칭 학점당학위제라는 이름으로 2020년까지 15개 정도의 연합학위 개방대학 시범 운영, 2022년에 K-MOOC 강좌 300개 개발 등의 계획안을 발표했다.

현재 마이크로 디그리가 시행 중인 대학은 동국대학교, 덕성여자대학교 등이 있고, 최소 15학점 이상의 교과목으로 구성되어 12학점 이상을 취득할 경우 마이크로 디그리를 수여한다.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과정은 최근 대두되고 있는 빅데이터·인공지능 관련 전공으로, 비즈니스데이터애널리틱스, 머신러닝, 산업데이터사이언스, 사회과학분야를 위한 데이터사이언스, 응용데이터사이언스, 바이오빅데이터분석, 어카운팅데이터사이언스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운영 실태, 학제 간 연계 없이 기존 전공교육 그대로 진행

교육부의 계획안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행 중인 교육이 학생들의 수요를 충분히 만족시켜주지는 못한다는 것이 학생들의 반응이다. 현재 K대학에서 데이터사이언스 과정의 일부인 통계학과 컴퓨터 공학 수업을 듣는 학생 B씨는 컴퓨터공학 중 머신러닝 관련된 수업에서 데이터 처리를 위한 통계학 지식을 통계학과와 컴퓨터공학과가 매우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담당 교수들과의 면담까지 시도했으나, 두 학과가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주제를 놓고 교수진 간에 서로 불편한 감정이 있다는 것만 확인한 채, 제대로 학제 융합이 진행된 수업을 듣고 있지 못해 코세라 등을 통해 해외 대학 수업을 찾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비단 K대학 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대학들이 학제 간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마이크로 디그리와 유사한 시스템을 상당수 갖춰놓은 상태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화학적 결합 없이 단순히 두 전공의 수업들을 묶어놓은 상태에 불과해 학생들의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대치동의 한 교육 관계자는 “해외에서 성공한다니까 그대로 따라가는 방식이 이번 정책에도 또 나타났다”며, “실제로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맞춰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가야지, 이렇게 위에서 내리꽂는 방식으로 가면서 당근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운영해봐야 학생들이 체감으로 느끼는 이득은 많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학생들을 만나보면 쓸데없는 게 많아졌다”며 되려 불평할 뿐, “융합전공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설계가 사실상 없는 채로 해외 성공 모델을 베낀 상태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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