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IRR 실적, 벤처캐피탈 펀드 시장 좌초되나

지난해 4분기, VC 펀드 IRR 10년간 최악의 실적 두 자릿수 달성하던 IRR, 마이너스로 돌아서 DPI는 IRR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상, EXIT 수단 없어

pabii research

매 분기 두 자릿수의 실적을 보였던 벤처캐피탈(VC)의 IRR(내부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사모펀드 경기 침체 영향에 따라 펀드 DPI(LP에 지급된 수익 지표)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VC 펀드 IRR -16.8% 기록, 최악의 수치

지난 2일 투자 전문 싱크탱크 피치북이 발표한 ‘미국 VC 펀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소재 VC가 운용하는 펀드의 IRR이 지난해 4분기 –16.8% 하락했다. 피치북은 이번 IRR은 VC 펀드 부문에서 근 10년간 최악의 분기 수익률이라고 평가했다. IRR(Internal Rate of Return)은 펀드 투자에 소요한 지출 금액과 투자로 발생하는 예상 현금 수입 금액을 0으로 만드는 할인율로, 펀드를 통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수익률을 뜻한다.

2013년 1분기 ~2022년 1분기 미국 VC 펀드 IRR 현황/출처=Pitchbook

투자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밸류에이션 하락으로 인해 대다수의 VC 펀드가 투자 포트폴리오에 있는 후기 라운드 기업의 예상 수익률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상장된 기업의 주식도 증권 시장 침체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예상 수익률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피치북은 VC 운용 펀드가 최악의 IRR를 기록한 데 따라 VC 시장 축소와 많은 투자 기업이 도산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나을 것이란 전망도

대다수 투자자들은 지난해 4분기의 여파로 인해 VC 시장이 크게 위축되리라 전망했지만, 일각에선 올해 VC 펀드 IRR은 지난해 4분기 지수에 비해 다소 상승하리란 의견도 나온다. 벤처 펀드 투자 플랫폼 알로케이트(Allocate)의 공동 설립자 겸 CEO 사미르 카지(Samir Kaji)는 “지난해 4분기 벤처 펀드 수익률이 크게 하락했지만, 적어도 올해는 한 자릿수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난해 하반기만큼 가혹한 시장 변화는 없는 것”이라 예측했다. 카지는 지난해 발생한 증권 시장 침체나 기술 기업 밸류에이션 하락은 경기 침체 여파가 선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기업은 경기 침체를 대비하기 위해 미리 자산 매각 및 사업 구조조정을 실시해 재무 안정화 전략을 취했으나 자산 매각 및 구조조정 행위로 해당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소재 화상회의 솔루션 기업 호핀(Hopin)이 대표적인 예다. 호핀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화상회의, 가상 이벤트(비대면 공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은 호핀은 팬데믹 기간 약 10억 달러(약 1조3,400억원)의 자금 조달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팬데믹이 종식되고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시장 수요가 감소하자 호핀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주력 사업 아이템으로 전환하고 가상 이벤트 사업 부문을 1,500만 달러(약 201억원)에 매각했다. 카지는 가상 이벤트 사업 부문 매각으로 인해 호핀의 기업 신용 등급이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VC 노력에도 불구, DPI 상황은 더 심각할 것

최근 VC 펀드 GP들은 시장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평가받고 있는 생성형 AI 기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VC 관계자들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지난해 하반기 IRR을 AI 관련 기업 투자로 인해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카지는 올해 벤처 펀드의 IRR 자료는 내년 초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VC 시장 약화를 예측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대다수의 펀드 GP는 시장 환경을 고려해 4분기 IRR를 의도적으로 낮추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많은 VC 관계자가 하락한 IRR를 만회하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의 변화와 빠른 수익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VC 펀드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예상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펀드의 성과 지수를 나타내는 IRR보다 실제 펀드 수익률을 나타내는 DPI(Distributions to Paid-In Capital)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DPI란 LP의 펀드 투자금 대비 실제 분배받은 수익 금액으로, 해당 펀드가 실현한 투자 수익금 지표를 뜻한다. LP 투자자의 경우 펀드를 통해 발생한 수익 금액을 다시 해당 자산군에 재투자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DPI 지수를 보면 벤처 펀드 시장의 전망을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일부 투자 전문가들은 최악을 기록한 IRR보다 DPI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DPI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이슈가 발생해야 지수가 나올 수 있는데 IPO(기업공개)나 인수합병 시장이 크게 위축돼 마땅한 엑시트 수단이 없다는 설명이다. VC 관계자들은 수익 실현을 최대한 앞당겨 DPI 상승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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