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자 혹한기, 벤처기업들에 건네는 조언 ②

벤처투자는 연속적이어야 한다는데, 민간이 어렵다면 정부가 나서야 정책 금융, 지지부진한 이유는 정부의 무능(無能) 때문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모기업 사정에 따른 고무줄 잣대 피해야 미래 산업 발전을 위한 도전 속 꽉 막힌 규제 천국,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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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토이미지

투자 업계가 최근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2020년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부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매출 부진으로 고생한 데 이어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위협으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高) 위기까지 닥친 상태다.

글로벌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투자시장은 극심한 혹한기를 겪는 중이다. 장기간 투자유치 난항에 자금 경색이 심화되면서 유망기업으로 주목받던 스타트업들이 올해 폐업을 결정한 가운데, 배달 대행 플랫폼 ‘부릉’의 운영사인 메쉬코리아도 결국 경영권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뿐만 아니라 토종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기업 왓챠,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 등도 투자시장 경색에 따라 위기를 겪고 있다. 심지어 기업가치 7조원을 예상했던 컬리(서비스 명칭: 마켓컬리)는 1조원대 초반까지 기업 가치 하락세를 겪고 있는 중이다.

벤처투자는 연속적이어야 한다는데, 민간이 어렵다면 정부가 나서야 하지 않나?

벤처기업들은 대부분 생존을 위해 투자 유치에 나선다. 그러나 투자가 한번 이뤄지고나면 그 다음에는 투자자들의 끊임없는 요구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투자금이 들어온 이상 사실상 회사는 창업자의 회사가 아니라 투자자의 회사가 됐다고 평한다. 이런 미묘한 갑을 관계의 균형은 회사의 매각이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엑시트(Exit)’가 있을 때까지 계속된다. ‘엑시트’를 유가증권 시장 상장으로 선택할 경우 여전히 기업 오너는 투자자들의 입김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 지난 21일 직원 폭행으로 물의를 빌었던 원티드랩 이복기 대표도 ‘오너 리스크’라는 핑게로 사임을 요청받았다가 가까스로 대표 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사들은 2년 남짓의 시간을 주고 투자금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소진하며 외형을 최대한 크게 키운 후, 재투자를 받으며 기업 가치를 크게 키워 줄 것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200억원 가치로 20억원을 투자한 회사는 2년 후에 600억원의 기업가치로 다시 60억원의 투자를 받을 것을 요구한다. 자신들이 투자한 20억원이 3배 가까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벤처기업은 벤처기업은 끊임없는 투자유치를 통해서 혁신하고 더욱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된다. 혁신적인 기술과 사업모델이 사장되지 않고 투철한 기업가 정신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민간의 지원이 어렵다면 결국 정부가 나서야 벤처기업의 도전이 계속 될 수 있다. 즉, 과감한 제도개선과 정책지원이 없는 현 시점에, 벤처투자시장이 메말라 있는 만큼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대책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정책 금융, 왜 지지부진할까?

대기업이 경제 위기로 무너지는 상황에 직면하면 대규모 실직 사태 등을 우려해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후속 투자유치를 받지 못해 일시적 자금 경색을 겪고 있는 벤처·스타트업에게 정책자금은 그런 공적자금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술보증기금의 투자연계보증 확대도 필요하다. 후속투자 기회가 단절된 기업의 자금공백을 보충해 혁신기업의 성장동력을 유지한다면 위축된 투자시장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금상황이 회복되지 않은 벤처기업에게는 대출상환 부담 해소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금융권의 특별만기연장 지원도 절실히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민간자금과 역량이 벤처투자 시장에 유입되도록 벤처투자 세제 인센티브 지원 및 관련 제도,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내국법인이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경우 주식양도세를 면제하고, 세액공제율은 기존 5%에서 10%이상 상향 조정해야 된다. 현재 직접 또는 펀드를 통한 투자 시 지분 취득가액의 5%를 법인세에서 감면하고 있으나 벤처투자 유인책으로는 부족한 실정이다. 금융기관의 벤처펀드 출자규제도 완화해야 된다. 금융기관의 벤처펀드 출자를 기피하지 않고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BIS, RBC, NCR 산출 시 벤처펀드 출자를 위험자산에서 제외해야 된다.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자산유동화채권 (ABS)등을 이용해 위험을 분산하고,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있다면 불가능한 사안은 아니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모기업 사정에 따른 고무줄 잣대는 피해야

가장 큰 문제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다. 결국 대형 민간 펀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보다 민간의, 그것도 대형 기관의 도전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형 벤처캐피털은 소유주의 대기업 집단이 어떤 영업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정부기관의 개입이 고무줄 잣대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불평 중 하나다.

시장 유동성이 메마르면서 투자가 필요한 벤처업계에서는 CVC가 가뭄 속 일정 부분 단비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하지만 CVC 설립은 허용됐지만 까다로운 설립 기준과 해외 투자 제한, 차입규모 제한 등의 규제로 활성화가 더딘 상황인 만큼 규제가 완화돼야 CVC가 보다 신속히 안착하고 벤처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산업 발전을 위한 도전이 꽉 막힌 규제천국 한국

지난 2000년대 초반, 이른바 ‘닷컴 버블’을 거치며 한국의 대표IT기업인 네이버, 다음 등이 태동했고, 이어 2010년대 들어 카카오와 함께 수 많은 스타트업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전체로도 새로운 도전을 통한 먹거리 찾기는 공통된 도전이다. 더 이상 대기업의 과거 사업 모델에 안주하고 기다리고만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어느덧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벤처기업들이 당면한 과제와 위기를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이 늦지 않게 도와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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