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치킨게임 본격화, 국내산 ‘저가 보급형 전기차’ 출시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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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전기차 업계, 원가 줄여 가격 대폭 낮췄다
해외시장에서는 이미 인기인 '보급형 전기차' 소비자들은 환호
중국 전기차 업체 공세에 점유율 경쟁 치열, 국내 기업 대처 시급
기아 전기차
기아 전기차 제품군, 왼쪽부터 EV6 GT, EV4 콘셉트카, EV5, EV3 콘셉트카, EV9 GT 라인/사진=기아자동차

최근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저렴한 입문자용 전기차를 내놓으며 가격 부담으로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당장 내년만 해도 정부 보조금을 받아 중저가로 구매할 수 있는 보급형 전기차들이 연달아 출시를 앞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가형 전기차의 등장, 국내 전기차 시장 회복되나

12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본격 출고를 앞둔 3,000만~4,000만원대(실구매가 기준) 신형 전기차는 10여 종에 달한다. 기아에서 EV3, EV4를 상하반기에 연달아 내놓을 예정이며,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을 선보인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 EVX 고객 인도를 확대하는 동시에 신차 ‘O100(프로젝트명)’을 추가 투입했으며, 한국 GM(제너럴 모터스)은 이쿼녹스 EV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신차는 기아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와 준중형 전기 세단 EV4다. 기아가 목표로 삼은 글로벌 판매 가격은 3만5,000달러(약 4,500만원)~5만 달러(약 6,400만원)대로 중저가대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경형 SUV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 역시 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낮췄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보급형 전기차의 신차효과를 기반으로 올해 주춤했던 국내 전기차 시장이 내년에는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3만2,974대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대세는 보급형 전기차

해외에선 이미 보급형 전기차 모델 출시가 대세로 자리잡는 추세다. 지난 3월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은 2만5,000유로(약 3,578만원) 이하의 중저가 소형 SUV 전기차 ‘ID.2올(all)’ 콘셉트 차량을 공개한 바 있다. 최대 주행거리는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 기준 450㎞며, 급속 기준 배터리가 80%까지 충전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20분이다. 0~100km/h 도달시간은 7초 수준으로 주행감도 뛰어나다.

전기차 시장 형성 당시 혁신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으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테슬라도 가격을 인하하며 판매량 늘리기에 나섰다. 지난 8월 고객 인도가 본격화된 테슬라의 ‘모델Y’는 정부 보조금 포함 평균 4,7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전기차 가격 인하가 가시화되자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 정도 스펙에 이 정도 가격대를 형성한다는 게 가능하냐”, “싸구려 배터리를 써서 주행하다가 얼마 못 가고 멈추는 것 아니냐”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LFP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지만 사용하는 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전고체 배터리 등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이 점차 개발되고 있어 향후 전기차 전망은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전기차
중국 전기차 모델 판매 1위 BYD SONG PLUS DM-i/사진=BYD

中 전기차 기업 견제가 목적?

완성차 업계의 가격 인하 경쟁은 작년 말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로 인해 본격적인 시장 점유율 싸움이 시작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기업 BYD(비야디)는 지난해 총 279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 테슬라(181만 대)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이어 BYD는 올해 상반기(1~6월)에만 총 128만7,000대를 판매해 약 88만 대를 판매한 테슬라를 넘어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보급형 전기차를 내세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중국 전기차 기업의 전략이 들어맞았다”며 “결국 고효율·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고급 전기차 수요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전기차 업계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만일 중국산 저가형 전기 승용차가 본격적으로 수입된다면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 수도 있다”며 “뛰어난 기술로 멀리 가는 것보다 ‘가성비 좋은’ 전기차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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