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 금지’, 급속히 냉각 중인 태국의 한류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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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태국인, 코로나19 이전 대비 50% 이상 격감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 "직접 살펴보겠다"
문제는 K-ETA 제도, 까다로운 승인 절차에 관광객들 발길 돌려
한국 여행 금지에 대해 보도하는 태국 방송의 한 장면/출처=태국 MorningNewsTV3 캡처

#แบนเที่ยวเกาหลี(#한국여행금지) 해시태그가 최근 태국 SNS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 입국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발길을 돌린 태국인들의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이에 급격히 감소하는 태국인 관광객 수와 태국 내 번지는 ‘보이콧 코리아’를 고려할 때 사전 전자여행허가(K-ETA) 제도의 시행을 재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국 내 번지는 ‘보이콧 코리아’ 물결

지난달 29일 태국 언론 매체 카오사드는 140만 명의 틱톡 팔로워와 5,300만 조회수를 자랑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유한 태국 인플루언서가 한국 입국 심사 과정에서 부당하게 입국 거부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달 31일 태국 매체 더 네이션도 일부 태국인이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불법 입국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입국 문제가 악화했다며 합법적으로 한국에 가려는 태국 관광객들이 대신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현지 매체 더타이거는 격분한 태국인들이 ‘한국이 태국인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한국 여행 금지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태국 SNS에는 한국 입국을 거부당했다는 사연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แบนเที่ยวเกาหลี(#한국여행금지)라는 해시태그가 태국 엑스 트렌드 1위에 등극했을 정도다. 문제가 확산하자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이번 논란을 직접 살펴보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지난 1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세타 총리는 해당 문제를 사란 차런수완 태국 외교부 사무차관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신 일본을 가자고 주장하는 태국의 한 엑스 유저/출처=엑스

동남아 한류 중심지이자 국내 불법 체류 1위 국가, 태국

태국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한류 중심지다. 그만큼 방한 관광객도 많은 편이다. 그러나 이번 일로 태국인들의 한국 여행 열기가 식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방한 태국인 시장 회복률은 2019년 동기 대비 1월~4월에는 평균 73%였으나 5월~8월 58%로 하락하면서 태국 아웃바운드 평균 회복률 약 70%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한 태국인 감소의 가장 큰 이유로는 K-ETA 제도가 거론된다. K-ETA는 한국에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국가 국민을 대상으로 출발 전 입국허가를 받는 제도다. 코로나19 엔데믹의 관광 수요를 대비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발생할 국내 불법 체류자 문제를 대응하는 차원에서 2021년 9월 도입됐다. 정부는 지난 4월 미국, 일본, 영국 등 22개국 관광객에 대해 내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K-ETA 발급을 면제했지만, 태국은 제외됐다. 이는 한국 내 불법체류자 중 태국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출입국 외국인 정책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불법 체류 외국인 38만 명 중 1/3이 태국인으로 추산된다.

관광 업계 “전형적인 탁상행정 때문”

이렇다 보니 K-ETA가 본래의 취지와는 어긋나는 행정과 절차로 인해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자보다 까다로운 심사에도 불구하고 불법 체류자를 선별하지도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입국 불가’ 판정이 나올 경우 관광객에게 별도의 이유를 설명해 주지도 않고 있으며, 이마저도 3번의 거부가 이뤄지면 별도로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K-ETA의 불명확한 기준도 문제로 지목된다. 기업이나 학생 대표단 등 신원이 명확한 대규모 단체 관광객에게도 우리 당국이 모호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승인 과정에서 단체 관광객 중 일부는 입국이 허용되고 일부는 입국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 다수 발생했다”며 “K-ETA 제도는 진짜 관광객에게 불이익만 준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관광객들이 이렇게까지 복잡한 절차를 진행하면서 한국에 올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여행은 의무가 아니라 즐겁고 편하자고 하는 일탈”이라며 “여행 승인 절차가 번거롭고 복잡해질수록 여행객들은 다른 여행지를 찾아 나설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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