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수출 내리막세, 11월도 마이너스, 수출진작 해결책 있나?

10월, 11월 연속 수출 성장 마이너스세, 무역적자는 400억 달러에 이르러 정부, 14개 부처에 수출 전담부서 마련, 주요 수출 업종 지원책 강화 중국 의존도 절감, 기업 국내 U-턴 지원 및 중동-중남미-EU 전략시장 공략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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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간 ‘수출’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1차 수출전략회의를 통해 국가별, 분야별 수출 전략 마련에 나섰다. 수출액 증가세가 6월부터 한 자릿수로 꺾였다가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10월 들어서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1월에도 20일까지 집계 결과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주원인은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 둔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 그리고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 하락이 겹친 탓이다. 원자재 가격 폭등이 낳은 고물가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고금리, 고환율까지 겹친 이른바 3고(高) 악재가 쌓인 상황이라 당분간 수출 호조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지난달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주문한 데 이어 23일 수출전략회의에서는 “환경부도 규제만 하는 부처가 아니라 환경산업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반도체 단가 하락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위축이 우리 수출에 큰 부담이다. 당분간 증가세로의 반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부, 무역 의존도 완화 및 원자재 수급 다변화 제시

위기감이 이어진 가운데 23일 수출전략회의에서는 정부 14개 부처가 일제히 ‘수출 지원 강화 방안’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든 분야와 정책을 ‘수출 확대’라는 목표에 맞춰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며 “수출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민간기업이 알아서 하라고 할 수가 없다. 정부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 증진 전략과 문제점을 직접 점검하겠다”라고도 했다.

정부 안의 핵심은 중국, 베트남 등 특정국에 편중된 무역 의존도를 줄이고, 원자재 수급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커진 대중(對中) 무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달부터 공장 신·증축 없이 국내에 생산설비만 추가해도 유턴기업(국내 복귀 기업)으로 인정해 준다. 유턴기업에는 세제 및 고용 지원 등 정부 보조금 혜택이 주어진다.

3대 전략시장으로는 중동, 중남미, 유럽연합(EU)을 꼽았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투자 여력을 확보한 중동 국가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에너지 플랜트, 신도시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에 나설 방침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고 계획도시 ‘네옴’ 건설을 위해 무려 100조원의 투자양해각서(MOU)를 맺고 간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와의 미팅 내용도 언급됐다.

수출 주력 업종 맞춤별 지원책도 쏟아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전체 수출의 78.2%를 차지하는 15대 주력 업종별로 맞춤형 수출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원전, 방산, 해외 건설 등 유망 산업에 대해서는 각 소관 부처가 책임지고 수출 전략을 수립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 확대를 위한 대·중소기업 동반 진출을, 복지부는 제약 관련 해외 인허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산자부와 협조안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수출 유관된 정부 각 부처에 수출 전담부서를 두고, 통상교섭본부장 주재의 수출지원협의회를 가동해 부처별 수출 지원 계획과 협업 과제 이행을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올해 들어 급격히 늘어 400억 달러에 육박한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 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에너지 절감 대책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 7일간 ‘수출’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내년 경기 전망도 어두워, 반도체 수출 부진에 1997년 IMF구제금융신청 데자뷰(Deja Vu)

3고(高)에 수출 악화가 이어지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지난 9월에 2.2%였던 것을 두 달 만에 0.4% 낮춘 셈이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이 모멘텀을 잃었다”고 언급했다.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의 주력 상품이 가격 하락세에 있고, 주요 구매처인 중국 및 유럽연합의 동반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간 반도체 및 자동차 수출중심국가로 세계시장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러나 2년 만에 수출 감소세가 나타나고, 14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수출액은 더 감소할 전망이다. 미-중의 패권 갈등과 국 경제 고도화에 따른 한중 교역구조 변화 등 대외 환경이 수출 확대에 부정적인 것도 장기적인 수출 악화가 예상되는 이유다.

1997년에는 단기 부채가 가중된 탓에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밑바닥에는 반도체 수출 부진 탓에 달러화 부족 사태를 겪었던 사실이 숨어있다. 탄탄한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어 1997년과 같은 비극을 다시 겪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한편으로 반도체 수출 부진에 달리 대체재가 없는 경제 시스템을 지난 25년간 이끌어 온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중심국가’로 다변화된 상품군을 내놓는 데 실패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진정한 수출중심국가 되기 위해선 시장 다변화, 상품 다변화 없이는 불가능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23일 보도에 따르면 56개 주요 제품 및 서비스의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할 때, 중국은 15개 분야 선두로 미국(18개)에 이어 세계 2위였다. 한국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도 중국(46.3%) 대비 절반 수준(24.8%)였다. 전 세계에서 기술력 1위를 자랑하는 대형 액정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점유율은 중국 업체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내수 시장을 제외하면 여전히 경쟁력 넘치는 상품이 있으나, 그만큼 중국 시장에서는 힘을 못 쓰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 중국 수출을 어둡게 보는 이유다.

이번 수출전략회의는 그래서 더더욱 ‘탈(脫) 중국’에 맞춰 이뤄졌다. 1998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시작된 중국 특수가 25년째를 맞는다. 이제 중국도 성장했다. 우리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상품군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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