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면 금지’ 효과, 하루 만에 끝났다? 뒤늦은 ‘후폭풍 공포’

pabii research
공매도 금지 조치 일주일, 투자처 찾아 갈팡질팡하는 투자자들
'패닉 상황' 아님에도 무작정 금지? 코스피 반짝 상승 이후 재차 미끄러져
PBS 사업 직격탄 맞은 증권사,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 손 뗀다

지난 6일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발표된 이후 증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공매도 금지 이후로도 증시가 좀처럼 맥을 추지 못하면서다. ‘글로벌 위기’가 아닌 이례적인 시기에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시행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각종 증권사·운용사의 수입 감소 및 차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 위축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 쏟아지는 의견들

전문가들은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가 경제 위기에 따른 것이 아닌 만큼, 우선 단기적 수급에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특히 공매도 금지 이후 숏커버링(환매수) 수급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실제 공매도 전면 금지 소식이 전해진 지난 6일, 코스피 시장에서는 올해 공매도 투자자의 주요 목표였던 이차전지 주가가 반짝 급등한 바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실적이 개선세에 접어든 기업들에 베팅해야 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 수급이 제한된 가운데, 펀더멘털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정보기술(IT) 대형주 중에서 공매도 비중이 높으며, 내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삼성전기 등을 추천했다.

현대차증권은 12개월 선행 영업이익 추정치가 개선되는 업종으로 공매도 집중도가 높았던 디스플레이, 호텔레저, 반도체, 건강관리 등 업종을 꼽았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초 체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단순히 공매도 잔액이 높은 업종이 주도주가 될 가능성은 낮다”며 “공매도 집중도가 높은 코스피200 내 업종 중에서는 디스플레이와 호텔레저, 코스닥150 내에서는 반도체, 건강관리가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수익비율(PER) 저평가 업종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3분기 말 대비 PER이 저평가된 업종은 조선, 하드웨어, 자동차부품, 반도체, 미디어 등이다. 그는 “특히 최근 1개월간 PER 저평가가 커졌지만, 증권사의 목표 주가가 상향된 종목군을 추천한다”며 “아모레G, 포스코인터내셔널, 에스엠, 넥센타이어, 현대위아 등이 투자 매력도가 크다”고 짚었다.

위험성 크니까 무조건 막는다? 실제 효과는 지지부진

공매도는 운용이 어렵고 위험성이 큰 투자법이다. 일본에는 ‘주식을 살 땐 집 날릴 각오를, 공매도할 땐 목숨을 걸 각오를 해라(買いは家まで空売りは命まで)’라는 증시 격언이 있을 정도다.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회 의장 겸 CEO도 개인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증시에서) 공매도는 절대 하지 말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공매도의 위험성은 주식 매수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주식은 주가 상승에 따라 기대 수익이 끝없이 증가하며, 최악의 경우에도 원금만을 잃게 된다. 하지만 공매도는 기대 수익이 100%에 그치는 반면 손실은 무한히 증가할 수 있다. 공매도한 주식의 주가가 상승할 경우 공매도 투자자는 기한 내에 손실 자금을 채워 넣어야 한다. 주가 상승세가 가파를수록 손실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지금껏 정부가 공매도를 금지하고 나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쇼크 등 주식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할 때뿐이었다. 시장이 ‘패닉 상태’일 경우 공매도 금지 조치는 급락한 지수의 바닥을 다지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특별한 리스크 없이 매크로 환경이 증시를 좌우하는 경우, 이렇다 할 증시 부양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코스피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시행된 지난 6일 하루 ‘반짝 상승’한 뒤 다시금 미끄러지고 있다. 공매도 금지 첫날인 6일 2,500을 넘겼던 코스피는 10일 오전엔 2,400 밑으로 빠졌고, 13일 오전까지 2,400 초반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

증권사 위기감 고조, 짐 싸는 외국인 투자자들

공매도 금지로 인해 증권사의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사업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PBS는 증권사가 헤지펀드 등의 원활한 투자를 지원하는 금융 서비스로, PBS 사업을 영위하는 증권사는 고객사에 주식의 대여나 중개, 대출, 자문 등을 제공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9곳만이 PBS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들은 이번 공매도 금지로 주요 PBS 사업인 주식 대차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 신규 대차 수요가 급감하고, 기존 고객의 숏(매도) 포지션 청산이 이어질 경우 증권사로 돌아오는 대차 수수료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각 증권사가 해외주식 대차 거래 등 PBS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만큼, 공매도 금지로 중대한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오히려 단기적인 영향보다 중장기적인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세계 각국이 나란히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이번에는 우리나라만이 불법성·불공정성을 이유로 공매도를 금지한 상황이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번 공매도 조치를 계기로 한국 시장에 실망해 속속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다. 당장의 증권사 수수료 감소보다도 외국인 투자자의 장기적인 자금 이탈을 우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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