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 금리 인상 기대감에 채권시장에 자금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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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회사채 발행 급증, 새로운 투자처로 채권시장 부상
연초효과 끝나는 '4월 경계령'에 최근 들어 공사채 발행 증가
PF불안도 여전해, 총선 이후 부동산발 신용위기 가능성 제기
채권시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선점해 수익을 높이려는 ‘머니 무브(자금이동)’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 침체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론, 연초 효과 등이 맞물려 회사채에 이어 공사채와 메자닌 펀드 등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채권 수요 늘면서 회사채 발행 전월 대비 4.5%↑, 금융채도 7.4%↑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 침체와 맞물려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금리 상승과 경기 하방 우려로 인해 회사채 발행이 위축됐지만 올해는 자본 확충과 재무비율 개선을 위한 영구채 발행이 크게 증가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회사채 발행 규모는 전월 대비 4.5% 증가한 26조2,373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금융채 발행액도 15조8,658억원으로 전월 대비 7.4%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회사채 발생이 늘어난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의 자금 집행 등으로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는데 이같은 연초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회사채 발행 증가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년과 달리 오는 7월부터 미 연방준비제도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본격화할 것이란 예측이 이어지면서 채권 투자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기관투자자의 회사채 투자 수요가 확대되면서 신용등급 AA- 이상과 A+ 이하 기업들의 회사채가 발행 예정액이 각각 163%, 177%씩 증가했다.

새마을금고 등 지역금융기관도 채권투자의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지역금융기관에 예금이 몰리면서 운용할 자금이 늘어난 데 반해 대출을 기반으로 한 자금 운용에 한계가 생기면서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주택시장 침체와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지역금융기관의 대출잔액이 감소하는 역성장을 보였다. 삼이에 성증권 등 금융투자업계는 지역금융기관이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예금 금리보다 높은 회사채 매수를 통한 이자수익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채권시장 대거 자금 유입, 우량기업 중심으로 채권 신용등급 상향

미국 채권시장도 금리 하락세가 본격화되기 전에 회사채를 통해 이자 이익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면서 관련 펀드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미국 회사채 펀드의 유입된 누적 자금은 총 228억 달러(약 31조원)로 집계됐다. 지난 이는 2019년 순유입 규모(224억 달러)를 웃도는 금액이다. 2020년부터 4년 동안은 같은 기간 순유출을 기록했다. 회사채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용 스프레드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A등급 회사채의 시장 점유율은 최근 10년 새 최고치에 근접했다. 27일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A등급 회사채는 전 세계 하이일드 신용 시장에서 43.54%를 차지했다. 반면 그룹에서 가장 리스크가 높은 채권으로 간주되는 BBB 등급 회사채의 비중은 46.49%로 급락했다. 지난 2022년부터 Fed가 강경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면서 부실 채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회복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 4년간 신용등급이 상향된 채권이 등급 하락 사례보다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메자닌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메자닌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메자닌 펀드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에 투자하는 펀드로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가지고 있다.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로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에 시세 차익까지 더할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공모형 메자닌 펀드는 총 16건으로 설정액은 1,927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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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총선 이후 부동산발 위기론 확산에는 “발생 가능성 낮아”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회사채의 연초효과가 마무리되는 ‘4월 경계령’이 나온다. 특히 최근 국공채 발행의 증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도가 높은 국공채 발행 규모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수요까지 흡수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월 공사채 발행량은 전월 대비 63.6% 급증한 5조4,10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9월 이후 채권을 발행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한국도로공사 9,200억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8,300억원, 경기주택도시공사 7,100억원 등 주요 공기업의 공사채 발행량이 늘어났다.

개별 채권뿐만 아니라 채권형 펀드도 국공채권형 펀드에 대한 투자 수요도 늘어났다. 2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1조5,649억원 늘어났는데 이 중 국공채권형 펀드가 2,011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회사채권형 펀드는 422억원 감소했다. 이 기간 국공채권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0.97%로 회사채권형 펀드의 수익률 0.56%를 웃돌았다. 특히 국공채에 대한 투자 선호는 장단기물을 가리지 않고 확대되고 있다. 이자를 주 수익원으로 하는 단기물과 달리 장기물의 경우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가격 상승으로 자본 차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여기에 오는 4월 총선 이후 부동산발 신용위기가 다시 불거질 것이란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회사채 시장의 또 다른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선거를 염두에 두고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진했던 정부의 정책기조가 선거가 끝나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의 유동 충당부채가 전년 대비 1조3,000억원 급증하면서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으며, 매출 부진 및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기업 줄도산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법인 파산 신청 건수가 1,657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2월까지 누적 법인 파산 신청 건수가 전년 대비 40.5% 급증한 288건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강도 높은 통화긴축과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미국과 달리 한국은 그동안 기준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않아 미국에 비해 금리 인하폭이 크지 않거나 금리 인하 효과가 드라마틱하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만약 현재 금리 수준이 지속될 경우 일반 가계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및 기업의 부채 상환 부담과 부실 우려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우려에 대해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의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해 부인했다. 25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위 현안 점검회의에서 “최근 제2금융권,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가 충분한 대응 수단을 확보해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만큼 시장 불안 요인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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