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생선 뼈로 화장품 만든다” 정부, 1,000억 투자해 수산부산물 재활용률 30%까지 높인다

해수부 ‘수산부산물 재활용 기본계획’ 발표, 4년간 1,000억 투자해 재활용률 19.5%에서 30%로 법안 두고 해수부와 환경부 줄다리기로 진통 겪기도 미국과 일본은 적극적인 투자, 북해도는 97%까지 재활용 “어촌 새로운 소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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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정부가 수산물에서 발생하는 뼈나 지느러미, 내장, 껍질 속 콜라겐과 칼슘 등을 재활용해 화장품과 기능성 식품과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을 추진한다. 2027년까지 수산부산물 재활용률을 3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1,000억원을 투자한다. 해양수산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1차 수산부산물 재활용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수산부산물이란 수산물을 포획하고 채취하거나 양식, 가공 판매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뼈, 지느러미, 내장, 껍질을 말한다. 칼슘과 콜라겐 같은 유용한 성분이 많아 재활용 자원으로서 가치가 컸지만, 그동안 이를 관리할 체계가 없었고 다량의 수분이나 염분을 처리해야 하는 문제를 겪으며 재활용을 하지 못했다. 이에 해수부는 1,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7년까지 현재 19.5%인 수산부산물 재활용률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수산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수산부산물이 발생하는 과정부터 재활용과 판로 확대까지 전(全) 주기에 걸쳐 지원책을 마련했다. 해수부는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수산부산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활용 가능 품목을 패류 6종의 껍데기에서 갑각류·피낭류(우렁쉥이 등)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분리배출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공동집하장과 같은 지역 단위 분리배출시설을 확충한다. 수협을 포함한 생산자 단체가 영세한 어업인의 분리배출을 위탁해 수행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패류 껍데기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처리 시설도 늘리고, 탈황제나 석회석 대체재 등으로 재활용하는 대규모 자원화 시설도 구축할 예정이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수산부산물의 고부가가치 자원화를 위한 재활용 기술도 개발한다.

사진=해양수산부

굴 껍데기 속에 들어있는 석회 성분을 활용해 자연 해안선을 조성하고, 바다숲을 만드는 데 쓰이는 인공어초 제작 기술도 개발한다. 어류나 해조류, 패류 등 종류에 따른 수산부산물을 기능성 식품이나 화장품을 위한 해양바이오 소재로 탈바꿈시키는 시도를 하면서, 괭생이모자반과 같이 식용으로 섭취하지 않는 해조류 부산물도 대체 사료로 개발할 계획이다. 재활용 기술로 개발한 상품의 판로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의 공공 구매를 확대하고 공공 기관에 사용할 것을 독려할 방침이다.

사진=국회입법조사처

환경부와 해수부 줄다리기로 진통 겪은 수산부산물법

정부는 지난해 7월 국무회의에서 수산부산물법 시행령 제정령안을 의결해 수산부산물을 재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그동안 굴 껍데기를 포함한 수산부산물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됐는데, 불법 투기가 일어나거나 폐기물이 방치되면서 악취가 일어나고 경관이 훼손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수산부산물을 연간 10톤 이상 배출하는 수산부산물 분리작업장이나 수산물가공시설 보유자는 수산부산물을 다른 폐기물과 분리해 배출하도록 하고, 재활용 산업을 신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수산부산물 보관과 운반·처리에 관한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법 의결 이전에 정부 부처 사이에서 수산부산물의 범위를 놓고 이견을 보여 진통을 겪었다. 그간 수산부산물은 환경부 소관인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되었기에, 수산부산물법을 지지하는 해수부와 수산업계와는 다르게 환경부에선 폐기물법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재활용 대상에 어류부산물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자 “반쪽짜리 법안”이라며 수산업계의 반발이 있었다. 어류부산물을 포함한 뼈, 지느러미, 내장, 껍질 등이 수산부산물로 정해지며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정책 입안자들이 현장과 유리되어 전문성이 부족하고, 부처 간 업무 협업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늦게라도 수산부산물법에 재활용 가능한 모든 수산물 자원이 담겨 다행”이라고 말했다.

수산 폐기물 재활용에 적극적인 미국과 일본 “친환경 넘어 산업 부가가치 창출”

미국과 일본에선 수산 폐기물 처리 이전 단계에서 친환경을 강조하며 산업적으로 재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굴 껍데기를 경제적 가치가 큰 순환자원으로 인식한다. 1달러의 굴 껍데기 1부쉘(27.22kg)을 재활용하면 약 1,300달러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창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주법에 따라 2007년부터 굴 껍데기의 육상 매립을 전면금지하고, 알루미늄 캔이나 병, 건설용 자재나 미화용 자재 등으로 굴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시도를 추진했다. 이로 인해 예전에는 굴 쓰레기를 주로 도로 건설재나 가축 사료 첨가제로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연안에서 어장조성용 자재로도 재활용하며 쓰임새를 넓혔다. 메릴랜드주에서는 1993년부터 굴 쓰레기를 굴 어장에 살포해 ‘굴 자원 회복 프로그램’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 역시 수산부산물의 다양한 이용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03년부터 수산종합연구센터를 통해 수산가공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시작했고, 2008년부터 2011년도에 폐기물을 회수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업도 추진했다. 수산청에서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기술 개발을 위탁하고, 어업 폐기물 대책이나 수산부산물을 활용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북해도에선 수산부산물의 97.2%가 순환 이용되는 성과를 거뒀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수산부산물을 자원순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재활용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첫걸음”이라며 “수산물 생산부터 수산부산물 처리, 재활용까지 모든 주기를 관리해 연안과 어장 환경을 살리고, 수산부산물이 어촌의 새로운 소득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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