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법 개정 ③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받던 어떤 군수의 죽음

김부영 창녕군수, 선거인 매수 혐의로 수사받다 극단적 선택 선거전이 치열할수록 선거법 위반행위 발생 확률 올라가 선거위반행위의 암수 범죄율, 지나치게 꼼꼼한 법규정 탓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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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선서를 하고 있는 김부영 전 창녕군수/사진 = 창녕군청 홈페이지

‘선거인 매수’라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던 김부영 경남 창녕군수가 군내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들에 대한 사과의 메시지와 “결백하다”는 취지의 억울함을 유서에서 호소한 것으로 보아 김 군수는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던 사람이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해 자살하는 사건은 과거에도 종종 있어 왔으나, 이번에는 정식 선출직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일반 국민 인식상 선거법 위반을 중범죄로 인식하지 않아

김 군수의 선택이 이례적인 것은, 여타 선출직 공무원이 저지를 수 있는 범죄행위들에 비해 선거법 위반의 경우 국민 일반의 정서적 인식이 덜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저질렀다고 해도 큰 사회적 비난이 가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학술연구 <20대 총선에서의 선거법 위반행위의 유형과 원인의 실증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반 국민들은 선거법 위반 행위를 관행적 정치활동의 일환으로 치부하거나, 만성적인 현상으로 간주한다고 분석한다. ‘선거인 매수’라는 다소 죄질이 나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해도, 김 군수에게 가해진 사회적 비난 정도나 책임 소재는 뇌물 수수나 허위 사실 유포 등에 비해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 자살을 할 만큼의 심리적 부담은 아니었을 것이기에 김 군수의 선택은 그만큼 이례적이다.

실제로 선거법 위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상당히 너그러우며, 선거범죄의 주체가 되는 행위자들 스스로가 선거법 위반이 범죄라는 시각이 빈약한 편이다. 이유는 ▲암수율이 높아 검거가 잘 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다른 전과가 없는 초범일 확률이 높고 ▲사회지도층이 저지를 확률이 높으며 ▲선거 관련 법규의 방대성과 복잡성 때문에 법규 자체를 완전히 숙지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선거행위자 자신도 모르게 위반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매 선거철마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언론 등지에서 일반인들도 숙지해야 하는 선거법 위반 사항들을 공지하고 널리 알리고 교육 자료들을 배포하고 보도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공무원의 SNS를 통한 선거 활동이나 SNS를 통한 유료 광고 활동 등이 일반 유권자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선거법 관련 핵심 주의사항들이다. 일례로 국가공무원은 선거 관련 게시물을 SNS에 직접 게시하거나 공유하는 행위가 금지되며,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영상 등을 온라인상에 업로드할 수 없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URL을 게시하는 것 또한 금지된다. 이러한 사항들은 미리 알지 못하면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사안들이기에, 적극적으로 선거법을 미리 숙지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선거전이 치열할수록 늘어나는 선거법 위반 행위

흥미로운 점은 선거법 위반행위의 발생 가능성이 선거의 ‘경합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학술문헌 <20대 총선에서의 선거법 위반행위의 유형과 원인의 실증 분석>에 따르면, 당선자의 득표율과 기타 후보자의 득표율 간의 차이를 선거의 ‘경합도’라 가정했을 때 그 차이가 작아질수록 선거법 위반 행위를 범할 가능성과 위법행위에 대한 법적조치를 당할 가능성 모두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정도는 위법행위자가 현직 정치인인지 여부에도 크게 달려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구에서의 선거경쟁이 치열할수록 후보자가 선거범죄의 혐의에 연루되어 선관위의 조치를 받을 확률이 높았다는 결론이다.

현재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 의원이 최근 SNS에 업로드한 글도 이러한 사실을 경험적으로 증명한다. 그는 “영남과 수도권의 총선은 출발부터가 완전히 다르다”며 “영남권에서는 ‘공천 = 당선’이란 등식이 성립된다. 그래서 공천을 받은 후보들은 행여나 선거법에 걸리지 않을까 몸을 사리면서, 사실상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도권 총선은 ‘치열한 전쟁터’로, 공천은 시작에 불과하다. 공천을 받게 되면 바로 전쟁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도권에서는 개표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그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 수백 표 또는 수십 표 차이로 당락이 엇갈린다”며 “수도권 총선에서 처절한 싸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수도권 총선을 진두지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국회입법조사처 인포그래픽스

선거범죄 검거도 중요하지만, 법적 규제사항을 좀 풀어줄 필요성 있어

실제로 총선 말고 대선 및 지방선거를 망라한 역대 모든 선거에서 영·호남지역의 득표율 격차는 수도권이나 충청 지역에서의 득표율 격차보다 당연히 큰 편이다. 위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대구, 경북, 경남, 부산, 전남, 광주, 전북 지역에서 득표율 격차가 크다는 것을 확인 가능하다. 즉 영·호남의 선거는 총선의 경우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 이미 경선 과정에서 결판이 대부분 나 있는 반면, 수도권 선거는 본선이 엄청난 박빙으로 치러지는 셈이 된다. 이는 치열한 수도권 선거에서 선거법 위반사범이나 위반행위가 등장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통계청과 경찰청의 연도별·지역별 선거범죄 검거통계를 살펴보면, 수도권과 타 지역의 선거범죄 발생률은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 이유는 국가 통계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일어난 선거법 위반 사례와 선거 본선 과정에서 일어난 선거법 위반 사례를 구별하지 않고 한꺼번에 측정하고 기록하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과 영·호남에서 선거사범 검거 비중이 201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높은 것으로 드러나는데, 이는 경선이든 본선이든 선거전이 치열한 곳에서 선거범죄가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일부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선거범죄는 경선이든 본선이든 선거 경쟁이 치열한 경우 많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암수율이 높고, 범죄에 대한 사회적 비난 강도도 약하기에 선거법 위반행위를 저질러서라도 승산을 높일 수 있으면 그렇게라도 하려는 유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선거범죄의 검거율을 높여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꼼꼼하고 방대한 선거법의 영역을 차츰 감소시켜 나가서 보통 유권자들의 상식 선에서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선거 공영화가 너무 많은 전과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현실이기에, 선거 영역에서만큼은 꼭 적당한 규제 다운사이징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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