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빚 대물림 방지법, 국회 법사위 소위 통과

16일 국회 상임위원회 ‘미성년자 빚 대물림 방지법’ 의결 현행 민법, 미성년자 자기도 모르는 사이 부모 빚 대물림 미성년 상속인 보호 위한 민법 개정 사회적 요구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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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상속인이 성년이 된 후 상속채무가 상속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게 하는 ‘미성년자 빚 대물림 방지법’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의결됐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소위원장 기동민)를 열어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총 20건의 법률안을 심사하고, 이 중 12건을 의결했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민법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미성년자인 상속인이 성년이 되기 전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상속을 포괄승인하는 단순승인을 했더라도, 성년이 된 이후에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법 시행일 기준 19세 미만인 모든 미성년자에게 소급 적용하고, 아직 상속채무 초과 사실을 알지 못하는 성년자에게도 개정 규정이 소급 적용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소위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친모, 새아빠와 함께 살던 A씨는 친모가 사망하자 새아빠가 상속을 포기해 A씨가 어머니의 유산을 상속받게 되었으나 유산으로 받은 아파트 2채보다 대출금이 큰 탓에 빚을 물려받는 처지가 됐다. 현행 민법상으로는 미성년자가 부모의 빚을 모두 떠안는 ‘단순승인’, 상속재산보다 빚이 많을 경우 상속을 포기하는 ‘상속 포기’, 상속재산의 한도 내에서 빚을 갚는 ‘한정승인’,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를 부모 사망 이후 3개월 이내로 법정대리인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의사표시가 없을 경우에는 ‘단순승인’으로 간주돼 부모의 빚을 대물림하게 된다.

사망한 부모에게 많은 부채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미성년자는 자신도 모르게 빚을 대물림받아 빚더미에 앉게 되는 셈이다. 앞서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미성년자가 성인으로 경제생활을 새롭게 시작하는 데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민법, 미성년 상속인 ‘빚 대물림’ 보호 어려워

피상속인의 부채가 많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상속인을 보호하기 위해 민법은 제1019조 제3항에 특별한정승인제도를 두고 있다. 특별한정승인제도는 상속인이 상속개시(상속인의 사망이나 실종된 때)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에 대한 의사표시를 못한 경우,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미성년 상속인의 경우는 다르다.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무지나 과실로 의사표시 기간을 넘길 경우에도 그 책임은 미성년 상속인에게 전가된다. 미성년 상속인이 성년이 되어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2020년 11월 9일 대법원판결에서 내려진 판시로, 당시 대법원은 부모의 빚을 대물림하게 된 자녀의 처지를 현행 민법으로 구제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입법적인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기존 민법하에 부모의 빚을 대물림한 미성년자를 위한 개인파산·면책 외에 다른 구제 방법은 없었다. 게다가 개인파산선고를 받으면 일정한 자격 취득이 제한될 수 있으며, 면책 결정을 받는다고 해도 일정 기간 대출이 제한되는 등 현실적 불이익도 상당하다. 법무부는 이와 같은 이유로 개인파산을 신청한 미성년자가 2016년부터 2021년 3월까지 8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사진=법무부

법무부, 법률지원서비스 시행

이에 법무부는 지난 해 12월부터 지방자치단체와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미성년자의 부모 및 대물림 방지를 위한 법률지원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법무부는 채무상속을 받는 미성년자들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필요하나, 개정에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임시방편으로 법률지원을 제공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미성년자의 부모 및 대물림 방지를 위한 법률지원서비스의 지원 대상은 채무 상속 위기에 처함 미성년자로, 무료법률상담 및 한정승인 신청 등 소송구조 전반을 지원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 8월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민법 개정안은 지난 정부부터 추진돼 온 것을 이어가는 것으로,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며 “법무부는 정치나 진영논리가 아니라 국민의 이익만을 기준으로 좋은 정책은 계속 이어가고 나쁜 정책은 과감히 바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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