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수도권 떠나 지방 거주? 돈만으로 해결 안 돼

2020년 저출산 인구감소 실제화, 연간 출생아 수 < 연간 사망자 수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국가균형발전 위해 정부, 지자체 협력 강조 지역불균형 해결하려면 재정지원 외에 지역 환경 내실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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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6월 정부는 인구감소 위기에 처한 지역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이 법은 인구감소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상향적 계획 수립과 지역발전을 위한 각종 특례 등이 포함돼 여러 법률에서 단편적으로 보장하던 인구감소지역 지원의 법적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관련된 보고서를 발표하며 향후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자체 재정지원 ▲기업 이전 및 육성지원 ▲특례 보완 및 발굴 ▲외국인 이주 및 정착 지원 등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감소 시대, 소멸 위기 지자체 살리기에 팔 걷어붙였다

2020년 우리나라는 연간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를 하회하는 인구감소의 시대로 본격 진입하였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는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제기되기 시작했으나 수치로 기록된 것은 2020년이 처음이다. 주민 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2020년에는 5,183만 명, 2021년은 5,164만 명, 2022년 12월 말에 5,144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는 인구감소 문제와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지적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정부에서 여러 정책적 시도를 한 것에 비해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2019년 12월 말 수도권 인구는 비수도권 인구 전체를 합한 것보다 많은 수를 기록했으며, 2022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전국의 인구는 수도권에 50.52%, 비수도권에 49.48%가 거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 탓에 이제 지방은 인구감소에 더해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제21대 국회는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과 관련한 1건의 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2022년 5월 16일 행정안전위원회는 10건의 제정법안의 내용을 통합·조정하여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안(이하 특별법)’을 전체회의에 상정해 위원회 안으로 제안하기로 의결했으며 2022년 5월 2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어 원안 가결되었다. 해당 법률은 총 5장 34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 지역의 활력을 도모하고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지난 2021년 10월 19일 행정안전부는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89개 지역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하였으며, 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구감소 위기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5년 단위 기본계획과 1년 단위 시행계획을 상향적으로 수립할 것 ▲인구감소지역 내 생활인구(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며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 확대를 위해 필요한 지원시책 등을 수립·시행할 것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재정지원 연계 활성화 ▲인구감소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보육, 교육, 의료, 주거·교통, 문화, 외국인, 노후·유휴시설 관리, 산업단지 등의 분야에 관한 특례 마련 등의 의무를 갖게 되었다.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중장기적 사업 발굴 위해 재정구조·규례 개혁해야

특별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인구감소에 대응하고, 국가가 행·재정적으로 지원을 뒷받침한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즉 지역이 주도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기 위해서 국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현재 재정지원 방안은 지방교부세 특별 지원 및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연계 지원이다. 주로 후자를 위주 재원을 활용하는데 지방소멸대응기금 자체가 10년이라는 기한을 가진 한시적인 기금이어서 장기적인 사업을 발굴하기 어렵고, 소규모 반복 연계 사업을 실시하기 어려워 매년 성과가 도출되는 사업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인구감소지역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기본계획에 필요한 경비의 보조, 지방채, 자금 확보 등을 위한 더욱 구체적인 재정지원방안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이 기금을 통한 중앙재원의 지방 이전보다 국세의 지방세 이전을 통한 지방세입 비중을 확대하는 등의 제도 개선책 마련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대다수의 청년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이주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일자리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꼽은 만큼 이에 대한 대안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인구감소지역으로의 기업 이전 및 설립 시 재정·세제·토지이용 규제 완화 등에 관한 특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에서 수도권 소재 기업이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경우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세제감면 및 보조금을 지원해왔으며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역시 지급해왔지만, 수도권 기업이 이전한 이후 실적은 그리 좋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지역 활력 제고를 위해 지방 주도하에 외국인 유학생 및 근로자 이주 및 정착 방안 등이 시행되고 있다.

재정지원만으로 인구 분산 불가, 수도권에 준하도록 지방 발전되어야 할 것

일각에서는 정부에서 ‘인구감소지역에 부여할 특례를 발굴하고, 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규정을 새로이 마련하는 것이 정말 실효성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된 농산어촌에는 이미 유사한 특례가 추진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문화기반시설 확충, 보육 기반 확충, 주거 및 일자리 지원책 등을 시행한 결과 현재 인구감소의 문제가 심각해지기만 했지 정작 개선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경우 두터운 재정지원을 통해 도쿄권에 몰린 인구를 전국적으로 분산시키고자 했지만, 도쿄권 전출 인원이 늘어남과 동시에 도쿄 부근에 거주하는 인원도 늘어나 실패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반면에 홋카이도(일본 인구감소지역, 북해도)는 금전 지원을 넘어서 일, 양육환경, 교육, 의료, 기후조건, 이웃과의 인간관계 등 이주지역의 환경을 총체적으로 개선해 청년과 육아 세대의 지방 정착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우리나라에서 인구감소 문제, 지역불균형 문제를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재정지원을 통해 수도권 인구를 비수도권으로 일시적 이동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수도권에 준하는 인프라가 지방에 구축되고 그 이미지가 청년세대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때 인구는 분산될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가와 지역 모두 힘을 합쳐 지방소멸을 막아내겠다는 취지에 대해서 매우 환영하며 긍정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제가 심각한 만큼 인구감소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지역과 선정되지 않은 타 지역과의 소모적인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역 간 협력과 연대 방안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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