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성과급을 지적할게 아니라 은행 시스템을 지적해야

국내 은행들 역대급 성과급, 은행 경쟁 강화로 문제 해결 안 돼 주 원인은 은행의 호봉제, 급여 체계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기 때문 노조 반대로 수 차례 개혁 시도에도 불구하고 일제식 호봉제 유지 고액 성과급 받을 자격 있는 행원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스스로 되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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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윤석열 정부의 은행 때리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3일 금융위원회는 전날 금융감독원 등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 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1차 회의에서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 개선과 관련해 신규 은행의 추가 인가, 은행과 비은행 간 경쟁 촉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신규 은행 추가 인가의 경우 인가 세분화(스몰라이센스),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인터넷 전문은행·시중은행의 추가 인가,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이 언급됐다.

은행 진입 허가로 은행권 경쟁이 격화될까?

경제학자들은 은행 산업에 추가 진입을 허용해주기만 하면 지금보다 경쟁이 더 격화될 것이라는 정부의 관점이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을 내놨다.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처음 진입할 때만 해도 고객의 대규몰 이탈 현상이 일어나며 시중의 주요 5대 은행이 영업에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예측에 은행권에서 우려가 컸다. 그러나 승인이 이뤄진 지 2년, 카카오뱅크의 경우 상장이 이뤄진 지도 1년이 넘었으나 시중 5대 은행의 수익성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역대급 성과급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등의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이탈한 고객의 대부분이 소액 예금주로, 주요 은행들을 지탱하고 있는 대형 고객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요청했던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 대상의 집단 대출도 제도 미비 및 역량 등을 이유로 막혔다. 이어 대기업 고객들은 은행 서비스의 종류가 다른 탓에 이탈한 사례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신규 은행이 진입한다는 이유로 기존 대형 은행들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시장 지식이 된 가운데 예금 비교 추천,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 등이 은행권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가능성은 낮다. 저신용자들 대상으로 최적 대출 맞춤 지원 서비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핀다(Finda)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구축된다고 하더라도 그 대상이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 소비자들일 것이기 때문에, 제1금융권 소비자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기존에 장기간 사용해왔던 은행을 갈아타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은행 성과급의 본질적인 문제는 은행 연봉 시스템

은행권 전문가들은 은행의 성과급을 지적하며 외부 압력으로 은행 추가 인가를 언급하는 것은 번지수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은행의 연봉을 결정하는 시스템은 철저한 호봉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대 후반 IMF 구제금융위기를 겪으며 많은 기업이 기존의 호봉제에서 탈피해 성과급 중심으로 급여 체계를 개편했으나, 두드러지게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기업군인 IT 기업을 비롯한 신산업에서 인기를 끌었고, 기존 체계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금융권, 특히 은행권에서는 여전히 호봉제가 주요 급여 체계라는 것이 은행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미 증권사, 보험사, 자산 운용사 등의 다른 금융권 기업들은 급여 체계가 완전히 개편됐지만, 은행원들의 경우에는 노조가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라는 구호로 호봉제를 지키고 있다. 은행권이 40대 중반에 조기 퇴임하는 일이 잦은 것은 사실이나, 대졸 초임이 타 직군에 비해 크게 높은 이유도 노조의 반대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에 은행연합회에서 임금체계 개혁을 요구했으나, 성과주의 급여 체계는 노조의 반대로 물거품이 됐다.

이번 은행 성과급 논란에서, 은행 경영진을 옥죄기 위해 신규 은행 진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 것이 아니라, 연공서열식의 급여 체계를 고수하면서 파업을 무기로 삼는 은행 노조와의 분쟁으로 문제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 은행 성과급 체계는?

사실 전 세계적으로 은행 시스템은 과점 형태를 띠는 것이 일반적이다.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최호용 교수에 따르면 금융 시장에서는 ‘최후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인 중앙은행과 주요 은행으로 구성된 네트워크가 상호 보완적인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야 효율성이 더 증대된다. 이는 금융 시장 운영의 근간이다.

해외도 대부분 소수의 거대 은행과 다수의 지역 은행, 전문은행으로 구성되어 있고 급여 격차, 시장의 지위 격차, 사업 영역의 격차 등도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과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역시 은행원에 대한 급여 체계다. 한국의 경우 호봉 식으로 공무원과 같은 방식의 연공서열로 정해지지만, 해외 은행원은 직원의 역량, 지점의 역량 등에 의해 급여가 다르게 산정된다.

대규모 성과급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대체로 인재가 귀한 상황일 때 일어난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고도 미국 투자은행계의 경영진 일부가 수천억원의 상여금을 받는 것에 대해 맹비난이 있던 당시, 투자은행 경영진은 다른 곳에 빼앗기면 안 되는 인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액의 상여금을 지불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고액의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투자은행도 아니고, 일반 상업은행에 불과한 국내 은행들에 그렇게 다른 곳에 빼앗기면 안 되는 고급 인재가 많아서 상여금이 높았다고 말하기에는 어불성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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