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씨에 글로벌 LNG 가격 ‘급락’, 한전 적자 탈출 ‘청신호’

pabii research
미국·유럽·아시아 LNG 가격 모두 하락
따뜻한 날씨로 인한 수요 부진의 영향
원자재 급락에 한전 적자 탈출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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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폭등했던 글로벌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 예년보다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재고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미국의 생산량 증가도 LNG 가격 급락에 일조했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한국전력이 올해는 적자의 늪을 빠져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LNG 가격, 한 달 새 50% 이상 급락

2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통합 SMP(전력도매가격)는 138.06원/kWh로 전년 동기 대비 42.7% 하락했다. SMP는 2022년 12월 267.73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빠르게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4월 200원대가 깨지고 11월 24개월 만에 120원대까지 내려간 이후 소폭 등락을 거듭하며 현재 130~140원대를 오가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 발전 연료인 LNG 가격이 내림세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미국 LNG 벤치마크인 헨리허브의 3월물 계약가는 100만 BTU(열량단위)당 1.61달러로 전날 1.58달러에 이어 약세로 마감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요가 급감한 2020년 중반을 제외하면 1995년 이후 약 30년 만에 1개월 전 계약 종가 기준 최저치로, 1월 중순 이후 한 달 새 50% 이상 급락했다.

유럽도 가격 하락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유럽 벤치마크인 TTF(Title Transfer Facility)는 올 들어 대륙 간 거래에서 22% 하락해 100만 BTU당 7.90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스 가격이 폭등했던 2022년의 10분의 1이 채 안 되는 가격이다. 지난해 말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연쇄적으로 공격한 여파로 유럽 LNG 가격은 지난해 12월 18일 장중 최대 37.385유로까지 치솟았지만 다음날인 19일에는 33.495유로를 기록하면서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동북아로 배달되는 LNG 가격 역시 2021년 수준에 거래되며 올해 들어 23% 떨어졌다. 이에 대해 현재 트레이더들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해소되는 데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US뱅크의 찰리 맥나마라 원자재 헤드는 “시장이 공급 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당분간은 여기에 머물러야 한다는 의견을 공식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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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인터내셔널의 광양 LNG 터미널 모습/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예년보다 따뜻한 기후가 원인

LNG 가격 하락은 기후 변화로 인해 올해 겨울 기온이 예년보다 높아진 데서 기인했다. 따뜻해진 날씨는 난방 연료로 사용되는 LNG 수요를 약화시켰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가 이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은 산업화 이전 대비 처음으로 1.5도를 넘어섰다.

이번 겨울 동안 동북아에는 영하 10도를 하회하는 제법 추운 날씨가 찾아왔지만 대체로 따뜻했고, 유럽 지역도 북유럽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상을 웃도는 겨울 날씨가 형성됐다. 북미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1950년 이후 역대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기온이 특정 기준점 이하로 떨어지는 빈도를 기준으로 한 난방 정도 일수는 지난 20년 동안 7%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LNG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점도 가격 하방 압력을 부추겼다. S&P(스탠더드앤푸어스) 글로벌 상품 인사이트에 의하면 지난해 12월 미국의 LNG 생산량은 일일 1,050억 세제곱피트(ft3)를 웃돌며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시추공 수는 감소했지만 생산 효율이 증대되면서 LNG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월간 생산량은 이달에도 작년 말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 원료 가격 하락에 한전 ‘적자 해소’ 기대감↑

미국 LNG 가격 하락은 국내 에너지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한국전력의 적자가 해소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한전은 지난 2022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글로벌 에너지 원자재 수급난이 발생하면서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적자만 무려 45조원에 달한 상태다. 석유와 LNG, 석탄 등을 전력 생산의 주요 원료로 활용하는 만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한전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미국 LNG 수입량은 511만8,194톤으로 호주, 카타르, 말레이시아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LNG는 현지 가격과 연동되기 때문에 국내 수입단가 하락으로 연결된다.

지난해 3분기 한전이 2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했다는 점도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흑자 달성에 대한 긍정론이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한전은 오는 23일 이사회를 통해 지난해 4분기를 포함한 연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업계 내부에선 지난해 4분기에도 5,700억원 안팎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수입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1월 에너지 수입 총액은 158억 달러(약 21조330억원)에 달했으나, 올해 1월에는 132억 달러(약 17조5,665억원)로 26억 달러(약 3조4,600억원)가량 줄었다. 개별 원자재 가격 또한 전년 대비 LNG는 41.9%, 석탄은 8.2% 등 감소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45조원에 육박하는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장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간 쌓여 온 적자를 줄이기 위해선 전기요금의 소폭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에너지 원자재 가격의 등락에 따라 소매 요금이 연동되는 ‘원가주의’를 철저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당장은 한전이 손해일지 몰라도 원자재 하락 시에 소매 전기요금을 조금 내리면, 향후 석탄이나 가스가 폭등할 때 요금 인상을 단행할 명분이 된다”며 “장기적 관점에선 전기요금도 주유소 휘발유 가격처럼 등락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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