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걸린 서울시 ‘도시계획 규제혁신’, 대학·병원 등 공공시설 용적률 규제 완화부터

서울시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 대학·병원 등 공공시설 규제부터 완화한다 용적률 제한 없는 혁신성장구역 도입, 용적률 완화로 대학교 신·증축 문제 해결 자연경관지구 내 건폐율 규제도 완화, 병원 ‘공공필요의료시설 확충’ 조건 하에 증축 가능 학령인구 감소하는 와중 무조건적 증축은 불필요, 보다 현실성 있는 규제 완화 방안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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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시

서울시가 공공시설의 도시계획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의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 본격 실행에 나선다. 지난해 말 발표한 대학·병원 시설 도시계획 지원방안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병원‧대학 등 민간이 운영하지만 공공성이 강한 시설의 규제 혁신을 예고한 만큼, 규제 완화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대학 용적률 1.2배 완화, 대학 내 ‘혁신성장구역(시설)’ 도입, 자연경관지구 내 도시계획 시설 높이 관리 유연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경기 침체 시기인 만큼 부동산 규제 완화해서 경기를 부양하고, 민간 시설의 사회적 효용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서울권과 비서울권 대학의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 서울권 대학의 용적률을 무작정 완화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어디까지나 공공성 제고 목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대학의 사회적 기여를 위한 보다 상세한 복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에서 서울 시내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시계획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서울시

서울 소재 대학교 혁신성장구역 도입·용적률 완화

서울 소재 54개 대학 중 53개 대학은 용적률 200% 이하 저밀 용도지역(자연녹지, 제1·2종 일반주거)에 자리 잡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16개 대학의 경우 용적률의 75% 이상을 이미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 한양대·홍익대 등 9개 대학은 용적률이 90%를 넘어 신·증축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작년 12월 서울시는 대학에 용적률 제한이 없는 ‘혁신성장구역(시설)’을 도입하는 ‘대학 도시계획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혁신성장구역 지정을 통해 서울 시내 대학들이 겪던 제도적 장애를 제거하고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서울 소재 대학의 용적률 자체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정안은 12월 지원방안의 후속 조치 성격을 띤다. 먼저 서울시는 대학이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창업이나 연구, 산학협력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용적률 제한이 없는 혁신성장구역을 도입하고 용적률 상한을 없앴다. 금번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통해 용적률도 최대 1.2배까지 완화한다. 단, 대학의 용적률 완화분은 혁신성장구역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혁신성장구역에는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필요한 반도체 등 첨단학과 신․증설, 실험실·연구소 등 산학연계 및 창업 지원 시설, 평생교육시설 등 지역이 필요로 하는 시설을 우선 배치해야 한다.

서울시는 혁신성장구역의 세부적인 시설 기준 및 절차 등을 담아 「대학 세부시설 조성계획 수립․운영기준」에 대한 개정을 완료한 상태다. 올해 7월 조례가 개정·시행되면 서울 소재 대학은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시설을 증축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중앙대, 홍익대, 고려대, 서울시립대 등이 제도 적용을 통한 시설 확충을 검토 중이다.

병원 등 자연경관지구 내 도시계획시설 건폐율 규제 완화

이번 조례가 개정되면 대학뿐만 아니라 자연경관지구 내 다수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규제도 완화될 예정이다. 그간 자연경관지구 내 도시계획시설은 3층(12m) 이하를 원칙으로 설립되었으며, 증축 가능한 최고치는 7층(28m) 이하였다. 하지만 이번 조례 개정으로 주변 현황, 경관, 조망권 등을 면밀히 검토해 자연이 훼손되지 않는 경우 7층(28m) 이상의 증축이 가능해진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병원이다. 삼육병원은 이번 규제 혁신 방안을 적용받는 최초 사례로, 부지 확장 없이 신관동을 증축한다. 건폐율 완화를 기회로 최대 200개 이상의 일반 병상을 확보하고 중환자실(30병상)과 치매지원센터 등을 증축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7월 개정·시행 중인 종합병원의 용적률을 1.2배 완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도시계획조례는 증축 수요가 있는 병원들과의 실무협의를 거쳐 사전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이대목동병원, 양지병원, 녹색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이 사전 컨설팅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는 우선적으로 제도를 적용해 증축을 추진하고자 하는 병원 2개소를 선정, 시범사업을 추진해 관련 기준을 보완·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단, 완화 용적률의 절반 이상은 코로나19 등 감염병 위기를 겪으며 중요성이 커진 감염병 관리시설, 산모·어린이, 장애인 의료시설 등 ‘공공필요의료시설’에 활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 실행 지침인 「종합의료시설 지구단위계획 수립 운영·기준」도 지난해 12월부터 시행 중이다. 이에 더해 서울시는 음압격리병상뿐만 아니라 중환자실 등 지역별로 공급이 부족한 필수 의료 시설이 우선적으로 확충되도록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학령 인구 감소하는데 대학교 증축?

현재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추세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학령인구 역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실제 대학생 수는 2000년에 처음으로 300만 명을 돌파한 뒤 2013년(340만5,000명) 정점을 기록했으며, 이후 줄곧 감소하는 양상이다. 대학교육연구소에서는 2040년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이 2021년 43만2,453명 대비 절반 수준인 28만3,017명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학과 신설을 통해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산학연계 시설, 평생교육시설 등 대학과 사회의 공생을 도모하기 위해 대학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용적률 완화보다도 차후 발생할 유휴공간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우선시되어야 할 때다. 대학에 아무리 좋은 시설이 있다고 해도 ‘학생’이 없다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병원의 경우 완화된 용적률의 절반 이상을 감염병관리시설, 산모·어린이, 장애인 의료시설 등 공공필요의료시설로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의무적으로 공공성 높은 시설의 규모를 확대하도록 해 사회적 수요를 충족한 것이다. 대학의 용적률 규제 완화 정책에도 이처럼 보다 현실적이고 상세한 복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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