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확인 기준 개편, 업계 “상식적인 개편 대환영”

벤처기업 판정 기준 변경, 성장성과 혁신성을 중심으로 평가 창업 3년 이상 기업, 매출 및 영업이익은 평가 항목서 제외 벤처기업 확인 위한 사업계획서 양식도 크게 바뀔 전망

pabii research

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기업 판정 기준을 대폭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혁신성과 성장성에 중점을 두는 만큼 매출액, 영업이익 등 재무적 성과는 평가에서 제외되며, 기업가 정신에 기반한 자금 운용 계획과 사업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주안점을 두게 된다.

강남의 한 벤처회사 관계자는 “2021년부터 바뀐 벤처 확인 절차 중에 재무제표를 꼼꼼하게 따지는 걸 보고 좀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며 “이제 재무실적을 덜 본다고 하니 상식적으로 돌아가는구나 싶다”라고 말했다.

‘벤처기업 확인요령’ 일부 개정안 행정 예고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기업 확인요령’ 일부 개정안을 19일 행정예고함에 따라 이달 중 의견수렴을 거쳐 6~7월까지 개정된 요령을 시행할 예정이다. 벤처기업협회는 올해 2월부터 벤처기업 확인제도를 공공기관 중심의 검증체계에서 민간 주도의 검증체계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개편 이후 전체 벤처기업 수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 주도의 벤처기업 확인제도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확인위원회는 지속적인 내부 의견수렴과 논의를 통해 신규 신청기업과 재인증 신청기업 간 평가지표를 차등화할 계획이다. 또한 기업 대표자의 연령이 청년층(~39세)에 해당하는 벤처기업의 확인 비율이 25.5%에서 28.2%로 증가함에 따라 벤처기업 대표자의 평균 연령이 낮아지는 결과와 함께 20세 미만의 대표자가 운영하는 2개 사도 벤처기업 확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재인증 신청기업에 대해서는 이전 확인기간 동안의 혁신성 증가 정도를 기준으로 벤처기업 확인 여부를 판단하는 등 평가지표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평가지표 내 업종별-분야별-연도별로 평가지표를 차별화하고, 기업이 평가지표를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기업 특성에 맞게 평가지표를 개선할 계획이다.

기술 혁신과 사업 성장성 평가

개정된 지침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구분하지 않고 기술혁신성과 사업성장성을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평가 지표는 업종에 관계없이 기업 설립 후 첫 3년을 기준으로 한다.

창업 3년 미만 기업의 경우 ‘연구 조직 및 기술 인력의 전문성’과 ‘기술개발 계획의 적절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이 두 가지 요소는 기술 혁신성 항목에서 각각 30%를 차지한다. 기업가 정신에 기반한 사업계획서 역시 중요도가 크게 높아져 사업 성장성 평가 기준의 50%를 차지하게 된다. 더불어 성장에 필요한 자금에 대한 투자 계획 수립과 실현 가능성도 종합 평가에 포함될 예정이다.

창업한 지 3년이 넘은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더 이상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 기존에는 업력 3년 미만 기업과 달리 업력 3년 이상 기업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왔으나, 개편 이후에는 고용 증가 비중을 늘리고 매출액 대비 R&D 비율 등 R&D 투자 현황을 평가 지표로 도입할 방침이다.

벤처기업 확인을 위한 사업계획서 양식도 대폭 변경된다. 새로운 사업계획서 양식에는 목표 시장 및 고객 정의, 경쟁사 분석, 시장 진입 및 확장 전략, 자금조달 계획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는 등 기업의 미래 성장 전략에 중점을 둘 전망이다. 혁신성장형 벤처 확인서에도 제품 및 서비스 관련 기술개발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에 대한 개요를 기재해야 한다.

벤처기업확인기관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제도를 운용하면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한편 평가지표 및 사업계획서 작성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술 혁신성과 사업 성장성 평가가 중요한 혁신성장유형의 지표와 평가내용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컨설팅 서비스 난립하나?

벤처기업을 식별하는 평가 프로세스가 정량적 요소보다는 정성적 측면에 더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변화함에 따라 벤처 캐피탈 컨설팅 서비스가 증가할 전망이다. 이미 이 같은 서비스에 대한 경고가 중소기업 벤처확인시스템 홈페이지에 걸려 있으며, 많은 스타트업 대표가 협력사를 사칭한 컨설팅 회사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벤처캐피탈 컨설팅 서비스의 부상은 벤처기업에 대한 평가 기준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이러한 서비스를 고려할 때 신중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비용과 편익을 평가하고 내부 역량 개발에 집중함으로써 잠재적인 단점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정성적 평가 환경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민간 주도의 벤처기업 확인제도 개편을 통해 혁신성장을 촉진하고 벤처확인 유형의 편중을 해소하는 등 벤처 생태계가 크게 개선되는 성과는 분명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가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평가 지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혁신 주도형 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