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기 사형수 사형집행시효 30년 임박, 사형제도 국제 동향과 입법 조치의 필요성

1997년 이후 사형 집행 멈춘 한국, 현재 미집행 생존 사형수 55명 형법 제77조·78조에 의거, 사형 확정 후 시효 30년 지나면 집행 면제된다 줄줄이 이어질 사형집행시효 논란, 조속한 사회적 합의 요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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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1992년 10월 4일 강원도 원주시 상가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2층에는 여호와의 증인 예배당 ‘왕국회관’이 있었다. 당시 기사를 살펴보면 불은 휘발유를 타고 삽시간에 번졌다고 한다. 예배를 보던 사람들이 나올 수 있는 문도 좁았던 데다 출구가 발화지점이라 피해자가 더 많았다. 14명이 숨지고, 2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병원으로 옮겨진 신도들은 교리에 따라 전부 수혈을 거부했다고도 전해진다. 아내를 종교에 빼앗겼다고 생각한 원모씨의 범행이었다.

사형제도와 관련해 ‘시효’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최장기간 수감 중인 사형수인 원모씨의 복역 기간이 29년 4개월에 이르면서 형법 제78조가 정한 사형의 시효인 30년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화치사 혐의로 1993년 11월 23일 사형을 선고받은 원모 씨는 현재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나는 신이다>의 유행과 맞물려 종교에 대한 분노로 방화를 저지른 원모 씨의 사연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한 적이 없다. 1998년부터 2023년 3월 27일까지 48명이 사형 선고를 받았으며, 2023년 3월 27일 현재 형이 확정되었으나 집행되지 않은 채 생존해 있는 사형수는 총 55명이다. 나머지 미집행 사형수는 대통령에 의해 감형됐거나 자살, 자연사 등으로 사망했다. 한국은 26년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으며, 2007년부턴 국제앰네스티로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 상태다.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 국가는 전 세계 28개국으로, 살인 등 일반 범죄에 대해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으며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정책이나 관행이 확립되어 있는 국가를 의미한다.

사형제도와 30년 집행시효에 관한 현재의 법적 환경은 형사사법제도에 도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입법조사처는 「사형의 장기 미집행에 따른 입법적 쟁점과 과제」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발간하며, 사형제도의 유지 또는 폐지에 대한 국제적 동향과 지속적인 논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 도출의 필요성, 그에 따른 입법부의 대응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했다. 또한 장기간 집행되지 않은 형의 집행시효 문제 해결을 위한 형법 개정이 시급한 입법 과제임을 제언했다.

사형제도의 국제적 동향

전 세계 각국은 사형제도에 대해 다양한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사형을 완전히 폐지한 반면, 다른 국가는 사형을 법적 형벌로 유지하고 있다. 사형제도를 폐지한 국가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한다.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위스 등 많은 국가가 도덕적, 윤리적 이유뿐 아니라 무고한 사람을 처형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 사형이 범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한다는 믿음 등의 다양한 이유로 사형을 폐지했다.

반면 미국, 일본, 한국 등의 국가에서는 사형을 합법적인 형벌 형태로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국민의 도덕적 감정 등을 고려할 때 국가의 형사정책으로서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해 형법에 사형이라는 형벌을 규정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처럼 한국을 포함한 이들 국가에서는 사형이 가장 극악무도한 범죄에 내릴 수 있는 적절한 대응책으로 간주된다. 일본의 경우엔 형의 시효로 집행이 면제되는 범죄에서 사형을 제외하기도 했다. 80년대에 제국은행 강도살인사건의 사형수 히라사와가 집행시효인 30년을 넘겨 구금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일본 법원은 청구를 기각했으나 추가적인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일본은 지난 2010년 형법을 개정해 사형에 대한 시효를 없앴다.

그 밖의 국가에서는 사형제가 없지만 무기자유형의 집행시효를 명문으로 규정하거나 일정한 중범죄에 대한 형의 시효를 배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형법상 사형수에 대한 형의 시효를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강남 대치동 학원가가 ‘마약 음료’로 발칵 뒤집힌 가운데 정치권에서 미성년자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경우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투약한 경우 법정 최고형인 사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그러나 사형 유보 국가 내에서도 사형제도의 사용과 적용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에 논란이 예상된다.

30년 집행시효와 그 의미

우리나라 「형법」 제77조는 시효가 완성되면 그 집행이 면제된다는 ‘형의 시효의 효과’를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78조는 ‘형의 시효의 기간’을 규정하면서 사형에 대한 시효의 기간을 3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465조는 사형 집행 명령을 판결 확정일로부터 6월 이내에 하도록 규정한다. 여기서 사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한 장기적인 사형 미집행으로 인하여 30년의 시효기간이 도래하는 경우 형법 조항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적인 논의와 입법 조치가 요구된다.

30년 소멸시효의 해석과 적용은 구체적인 상황과 해당 국가에 따라 달라진다. 일부 국가에서는 소멸시효가 엄격한 기한으로 해석되는 반면, 다른 국가에서는 소멸시효가 보다 유연하게 간주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법 적용에 불일치와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으며 형사 사법 제도의 공정성과 효율성 및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하여 사형 집행시효에 대한 입법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어 왔다. 집행시효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어떤 식으로든 집행시효를 연장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찌 됐든 형사 사법 제도가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집행시효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형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필요

집행시효 문제와 사형제도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논의와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필수다. 법률 전문가, 정책 입안자, 일반 대중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여 사형제도의 유지 또는 폐지에 대한 다양한 논거를 살펴보고 우리 사회에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 논거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은 사형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사형제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사형제도가 범죄를 억제하고, 피해자에게 정의를 제공하며, 유죄 판결을 받은 살인자가 추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방지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형제도가 비인도적이고 범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하며 무고한 사람을 처형할 위험이 있다고 피력한다.

일반 대중들이 공개적이고 솔직한 토론에 참여해야 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대해 더 다양한 관점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여론은 사형제도에 대한 정책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정책 입안자와 입법자는 일반 대중의 견해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 이는 공개 토론, 설문조사 및 기타 대중의 정서를 측정하는 방법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민주적 절차는 사형제도에 관한 정책 개발에 정보를 제공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정된 형사사법체계 혼란 방지해야

「형사소송법」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사형집행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법부가 내린 사형 선고를 행정부가 집행하지 않는 것이 적법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사형이 장기간 집행되지 않아 사형이 징역형에 불과하다면 행정부의 사법부 판결 불이행이 정당화되기 어렵고, 따라서 사형제도의 폐지를 위한 입법적 결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요구한 사형제도의 궁극적 폐지도 문제지만, 형법 제78조의 사형 집행시효 30년의 현실적 적용에 대한 법적 논란도 국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루빨리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원씨 이후로도 1995년에 사형을 선고받은 4명이 2025년, 1996년에 선고받은 5명이 2026년, 1997년에 선고받은 5명이 2027년에 같은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사형제도와 집행시효 30년은 신중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한 복잡한 문제다. 사형제 폐지를 향한 국제적 흐름에 따라 각국이 사형제의 적절한 사용과 적용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행시효 문제는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열린 대화와 참여를 통해 사형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과제다. 우리 사회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형사사법 시스템의 미래에 대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려는 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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