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국내 최초로 재생 플라스틱 활용한 ‘병물 아리수’ 생산, 업종불문 수요 폭증하는 ‘폐플라스틱’

병물 아리수, 폐페트병 ‘분쇄·세척·용융’ 등 물리적으로 재활용해 제작 환경부·식약처 등 폐페트병 재활용 안전성 확보 위한 기준 신설 폐플라스틱 수요 폭증에 따라 가격 오름세 계속될 것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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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의아리수정수센터/사진=서울시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해 병물 아리수를 생산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투명 페트병을 세척·파쇄해 식품용기로 만드는 재활용 방식에 대한 기준을 신설하는 등 ‘병에서 병으로(Bottle to Bottle)’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편해 왔다. 이에 따라 생수 기업들이 빈 페트병 회수 전략에 나서는 등 과거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폐플라스틱의 가격도 치솟고 있다.

서울시, 재생 플라스틱으로 병물 아리수 생산

서울시는 올해부터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인정을 받은 재생원료를 사용해 병물 아리수를 공급한다고 24일 밝혔다. 인증받은 재생원료로는 국내 최초다. 식음료 용기에 재생 플라스틱 사용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국내 시행은 아직 초기 단계다.

올해 공급하는 병물 아리수는 국내에서 생수·음료용으로 사용된 후 분리 배출한 투명 페트병을 분쇄, 세척, 용융 등 물리적으로 재활용한 재생 페트를 사용해 제작한다. 식품 용기로 사용 승인을 받은 안전한 재생 플라스틱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한 ‘병에서 병으로’ 재활용이 가능해지고, 국내 식품용 재생 플라스틱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병에서 병으로’는 생수나 음료를 담은 페트병을 다시 페트병 원료로 재활용한다는 의미로, 같은 용도의 고품질 재생원료를 반복 재생산할 수 있어 분리배출만 잘하면 지속성이 높은 자원순환 방식이다.

서울시는 “병물 아리수는 그간 생산량 감축, 경량화, 라벨 없애기 등 자원순환에 앞장서 왔다”며 “이번 재생원료를 사용한 병물 아리수 생산은 공공이 선도적으로 재생원료를 도입한 모범사례로 향후 재생 플라스틱 시장 형성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생원료 제품의 공공구매를 확대하고 재활용품 분리배출에 시민이 더욱 쉽게 동참할 수 있도록 기반 시설 마련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활발히 논의되어 온 폐페트병 재활용 방안

정부는 서울시가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제도 개편을 이어왔다. 먼저 환경부는 지난해 23일 ‘식품용기 재생원료 기준’을 확정하면서 투명 페트병을 식품용기로 재활용하는 데 있어 안전성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재활용 과정에서 선별 사업자와 재활용 사업자는 환경부가 제시한 시설 및 품질 기준을 지켜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플라스틱 사용량이 크게 늘어남과 동시에 고품질 재생원료를 생산할 필요성도 커졌다”며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재생원료 활성화에 대한 목표가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연관 제도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식약처도 올해 1월 식품용 투명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물리적으로 재생된 원료를 식품용기의 제조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국내 처음으로 허용했다. 기존에는 플라스틱을 가열, 화학반응 등에 의해 원료물질 등으로 분해하고 이를 다시 정제·중합하는 화학적 방법으로 재생한 경우에만 사용이 허용됐다. 식약처가 인정 기준을 바꾼 데는 페트병의 재활용을 활성화하는 등의 자원순환 촉진이 순환경제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플라스틱 사용을 절감해 순환 경제를 이루게 되면 궁극적으론 환경 보호에 대한 높은 기여도를 기대할 수 있다.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산업용 자재(부직포·단열재 등)로 재활용되던 매년 30여만 톤의 재생 페트 원료 가운데 연간 최소 10만 톤(약 30%)까지 식품용기로 재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치솟는 폐플라스틱 가격

정부가 관련 제도를 개편하기 이전부터 폐플라스틱의 가격은 치솟고 있었다. 친환경 제품 생산과 판매가 늘면서 폐플라스틱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환경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폐페트병을 압축해 얻는 압축 페트의 국내 평균 가격은 1㎏당 471.7원으로 2년 전(1㎏에 262.9원)에 비해 79.4% 뛰어, 2013년 10월 이후 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른 폐플라스틱 소재의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폴리에틸렌(PE) 플라스틱을 세척·분쇄한 PE플레이크는 지난달 1㎏에 606.1원으로 1년 전보다 17.3% 올랐고, 같은 계열의 폴리프로필렌(PP)을 분쇄한 PP플레이크는 628.5원으로 같은 기간 13.0% 상승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페트 제조 시 재생 원료 30% 이상 사용이 의무화됨에 따라 폐플라스틱의 가격 오름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늘자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LG화학은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신규 공장 건설에 활용하고 있고, SK케미칼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고품질 재활용 섬유를 개발하는 등 친환경 제품 생산에 앞장서고 있다. 이 밖에도 나이키, 노스페이스 등 스포츠웨어와 의류 업계에서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원단 사용을 늘리고 있고, 락앤락이나 LG생활건강 등의 생활용품 기업은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재활용한 에코백이나, 화장품 밀폐용기 등을 만들고 있다. 2025년부터 중국과 태국을 비롯해 폐플라스틱 수입을 주도하던 국가들의 수입이 전면 금지되면서 재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발전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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