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공무원 엑소더스 멈출 수 있을까, 행안부 ‘공공부문의 일하는 방식 개선 종합계획’ 발표

행정안전부, 3개 전략과 9개 과제로 구성된 ‘공공부문의 일하는 방식 개선 종합계획’ 수립 업무절차 재설계, 불합리한 관행 타파, 업무수행 과정에서 행정지식의 활용 등 디지털 행정 도입 중앙부처와 자치단체가 함께 운영하는 익명게시판 운영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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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행정안전부

21세기 들어 사회경제적 역학 관계와 기술 발전의 복잡성이 날로 증가함에 따라 공공 부문 기관의 적응과 혁신이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10일 ‘공공부문의 일하는 방식 개선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정선용 정부혁신조직실장은 “복잡한 정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하고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며, “일하는 방식 개선을 통해 일 잘하고 신뢰받는 정부를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 열풍도 옛말, 거세지는 공무원 퇴직 러시

그러나 종합 계획 논의에 있어 젊은 MZ 세대 공직자의 민간 기업으로의 이직이 늘어나는 작금의 우려스러운 추세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핵심 부처의 젊은 인재들이 민간 기업에서 일하기 위해 공직을 떠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그 어렵다는 행정고시를 통과하고서도 이직을 감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한 해에만 무려 44,676명의 공무원이 퇴직했으며, 이 중 25%가 5년 이하의 경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기 퇴직자 수는 4년 전에 비해 두 배로 증가했다. 또한 한국행정연구원과 인사혁신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대 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재 유출에는 몇 가지 주요 원인이 있다.

첫째, 공직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부심을 가졌던 공무원들이 이젠 누가 보아도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진상 민원인에게 고통받는 이야기가 흔하게 들려오는 데다, 정치 중심의 정책 결정 구조에서 전문 관료의 역할이 축소되고, 평가 기관의 엄격한 감사가 더해지면서 관료들이 더욱 수동적이고 나약해졌다는 말도 나온다. 2020년에 실시된 정부혁신어벤져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니어 공무원들의 47.5%가 감사에 대한 두려움으로 적극행정을 실시하지 못한다는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둘째, 관료주의적 조직 문화가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압하고 있다. 수직적 문화는 자율성, 책임감, 효율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가치관과 너무나도 다르다. 부처 간 갈등과 경쟁은 물론, 능력보다는 연공서열에 따른 승진 구조가 젊은 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젊은 공무원들 중 12%만이 ‘업무성과에 따른 성과평가가 실시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니어 직원의 75%가 ‘업무 성과를 인정받는다’고 답한 반면, 주니어 직원의 60%는 ‘업무 성과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공부문 일하는 방식 개선 종합계획

이러한 인재 유출을 고려할 때 행정안전부의 ‘공공부문 일하는 방식 개선 종합계획’은 매우 시급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문제다. 이번 계획은 지난 4월 26일 발표된 ‘2023년 정부혁신 종합계획’의 후속 대책으로 유능한 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하여 신속하게 사회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효율성을 높이고, 유능한 인재들이 일하기 좋은 일터가 되고, 지식을 더 스마트하게 활용하는 세 가지 주요 전략과 9개 과제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전략: 효율적으로 일하는 정부

업무절차 개선을 위해 ‘보고서 편집 자동화’, ‘기입가능한(fillable) PDF를 활용한 수당지급’ 등 다수기관이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업무 재설계 사례를 발굴하여 공유한다. 그리고 각 기관이 소관 업무절차 개선에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서(가이드)를 배포하고 아이디어 제안과 토론, 자동화 프로그램 등의 공유가 가능한 공동체(커뮤니티)를 운영한다. 즉 한 부서에서 좋은 방법을 찾으면 다른 부서와 공유하여 다른 부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공공의 데이터와 서비스를 민간에 개방하고, 기관 간 협업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조정·지원하여 개방과 협업을 통해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서로 관련된 제도 간에도 기준 등이 다르게 되어 불편이 있는 경우 이를 표준화하고, 행정에 범용(유니버설) 디자인 원칙을 전면 적용하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에게 혼란이나 불편을 방지하기 위한 시도다.

두 번째 전략: 인재 친화적 정부

계획의 두 번째 부분은 정부를 유능한 인재들이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함께하는 통합 익명게시판을 통해 기관 내 불합리한 관행에 대해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 더불어 정부혁신 어벤져스 등을 통해 혁신 우수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하여 각 기관의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한다.

정부혁신 어벤져스는 각 기관의 젊은 공무원으로 구성된 혁신모임으로, 일하는 방식·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 발굴 및 우수사례 등을 공유한다. 또한 탄력적 근무시간 적용, 업무용 노트북(온북) 등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근무 확대로 업무 효율을 높이고 일하기 좋은 조직문화를 만든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근무 방식의 변화를 반영하여 기관별 업무 특성에 맞는 공간혁신을 구축하여 일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 예를 들어 협업이 많은 조직이라면 협업이 용이한 공간을 만들 것이다.

세 번째 전략: 지식을 잘 활용하는 스마트 정부

세 번째 전략은 지식을 더 스마트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업무 과정에서 많은 정보를 생산한다. 이에 행정기관이 업무를 수행하며 생산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온나라 지식’에 등록된 정보를 현행화하고 기관별 지식관리시스템(KMS) 등 다른 시스템과 연계하여 검색 가능한 행정지식을 확대한다.

아울러 온나라 지식을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하여 등록된 행정지식을 인공지능(AI)이 학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클라우드 네이티브란 클라우드 환경에서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개발·운영하는 것으로 대량의 데이터 처리 및 사용자 요구사항의 반영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인공 지능(AI)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것이다. 최근 GPT 등 최신기술을 업무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안내서를 제작·배포한 것도 이러한 기조의 일환이다. 행정안전부는 ‘공공부문 일하는 방식 개선’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행정기관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일하는 방식 개선 자문(컨설팅)을 통해 각 기관의 일하는 방식 개선을 지원할 예정이다.

주니어와 시니어 간 완전히 다른 근무 환경 인식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종합계획만으로 젊은 직원들의 퇴직 러시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2020년에 행정안전부에서 실시한 정부혁신어벤저스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시니어 직원이 주니어 직원보다 10%p 이상 업무 환경에 더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 직원들은 주니어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업무 수행에 필요한 자원, 학습 및 성장 기회, 업무에 대한 인정, 상사와의 긍정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주니어 직원들에게 더욱 필요한 업무상 지원, 성장 기회, 업무에 대한 인정, 상사와의 긍정적인 관계를 조성하기 위한 개선 방안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게다가 시니어 직원은 자신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고, 고용 안정, 급여, 복리후생, 일과 삶의 균형에 더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시니어 공무원이 주니어 공무원보다 더 긍정적인 업무 환경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 만큼 지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공부문 주니어 직원들의 요구와 기대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니어 직원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학습과 성장의 기회는 물론, 업무에 대한 정당한 인정과 긍정적인 상사-직원 관계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러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정부는 젊은 인재를 유지할 수 있는 보다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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