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회피에 ‘정당한 사유’는 없다, 입법처 “해외처럼 양육비 대지급해야”

2022년 양육비 이행률 40.3%, 채권자보다 채무자에 유리한 양육비 분쟁 한시적 양육비 긴급 지원 제도는 부모의 빈곤·질병 전제, 무조건인 해외와 반대 양육비 대지급 통해 아동 권리 보호하는 것이 우선, 양육비 회수 방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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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입법처)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를 대신해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비양육 부·모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회수하는 ‘양육비 대지급 제도’를 제안했다. 입법처는 ‘양육비 대지급제 해외 운영사례: 아동빈곤 해소와 양육비 이행 강화의 두 가지 기대효과’ 보고서를 통해 양육비 대지급에 대한 해외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해 국가는 아동의 빈곤 예방을 위해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비양육 부·모에게 대신 지급한 양육비를 강제 회수하여 양육비 이행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양육비 이행률 50% 이하, 양육비 채권 소송해도 받는다는 확신 없어

우리나라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양육비 채권이 있는 한부·모의 양육비 이행확보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2021년 여성가족부에서 시행한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양육비를 한 번도 지급받은 적 없다’는 답변이 72.1%인 반면 ‘최근까지 정기 지급을 받았다’는 답변은 15.0%에 그쳤다. 심각성을 느낀 국회에서 2014년 양육비 이행법을 제정해 양육비이행관리원을 두고 양육비 채권자에게 도움을 제공했으나 2015년 21.2%였던 양육비 이행률은 2022년 40.3%로 절반조차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2015~2022년 동안 이행된 양육비 총이행 건수 9,423건 중 최소 3회 이상 이행 건수는 5,297건으로 나타났으며, 양육비 지급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비율인 이행 지속률은 56.2%로 집계됐다. 심지어 양육비 채무자의 지급 능력을 확인하고 위해 필수적인 본인 동의율은 2021년 5.9%에서 2022년 1.8%로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여성가족부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한시적 양육비 긴급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시적 양육비 긴급 지원이란 비양육 부모로부터 양육비를 제때 지급받지 못해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되거나,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양육비 채권자에게 9개월이라는 한시적 기간 동안 월 20만원의 양육비를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최장 12개월까지 지원된다. 2022년 한시적 양육비 긴급 지원 신청 건수는 672건이며, 이 중 지원이 이루어진 경우는 468건이다. 신청 건수 자체는 2016년 88건에 비해 크게 증가했으나, 지원율은 60%에서 70% 사이에 위치해 있다. 지원을 받기 위해선 정부가 제시한 11가지 조건 중 5가지 요건에 충족돼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 탓이다.

입법처는 또 우리나라에서 양육비 미지급자들에 대한 제재 조치들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치를 행하기 위해서는 양육비 채권자의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점이 한계라고 꼬집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양육비 채권자에 대해 법률지원을 하고 있으나 내부 인력 부족으로 직접 소송을 하는 비율은 10명 중 2명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송 과정의 번거로움과 상당한 시간적 소요를 감수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있는 ‘감치명령 제도(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일정 기간 위반자를 가둬 두는 제재)’로 인해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양육비 미지급자 제재 조치인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명단공개, 형사처벌 모두 ‘감치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1년 이내에 양육비를 집행하지 않았을 경우’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감치명령이 없어도 양육비를 주지 않고 버티는 부·모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개정법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즉 해외 다른 국가들의 제도와 다르게 양육비에 대해 확신할 수 없으며 국가의 추심을 통해 지속적인 수령 역시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독일과 스웨덴, 양육비 대지급 제도 운영사례

독일은 1980년 1월 1일 시행된 ‘양육비 대지급법(Unterhaltsvorschussgesetz·The Maintenance Advanced Act)’을 통해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한부모에게 국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한다. 양육비 채권자의 소득이나 재산 상황은 별도로 고려되지 않으며 12세까지 지급된다. 양육비 대지급 업무는 독일 전역에 설치된 수당 대지급 사무소에서 진행하며, 우편 또는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2023년 1월 기준 0~5세 아동에게는 187유로(약 25만9천원), 6~12세 연령의 아동에게는 252유로(약 34만9천원), 12~17세의 아동에게는 338유로(약 46만8,000원)가 지급된다. 이처럼 국가가 부모 대신 양육비를 지원할 경우 양육비 청구권은 국가로 이전되고, 국가는 양육비 채무자에게 양육비 회수에 관해 요청할 수 있으며 강제조치 또한 가능하다.

스웨덴에서는 양육비 지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사회보험청에서 대신 지급하는 양육지원금(maintenance support)을 지급한다. 양육지원금은 △부모간 양육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양육비를 지급해야 하는 채무자가 양육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거나 제때 지급하지 않을 경우 △약속된 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할 경우 신청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신청이 가능하며 아동이 7세에 이르기 전까지는 월 1,673스웨덴크로나(약 21만원), 7세~14세까지는 1,823스웨덴크로나(약 23만원), 15세 이후에는 2,223스웨덴크로나(약 28만원)가 지급된다. 지급 대상인 18세 미만 아동이 의무교육을 아직 마치지 못한 경우,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경우, 정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경우라면 20세가 되는 해 6월까지 연장양육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법에 따라 국가가 대신 양육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 양육비 채무자에게 양육비 상환을 요청하며 상환되지 않을 시 강제적인 회수 조치를 진행한다.

핀란드는 ‘아동양육비 지원법(Elatustukilaki·The Child Support Act 2008)’에 따라 핀란드에 거주하는 18세 미만 아동에 양육비 지급을 보장하고 있다. 법률에 따라 이혼이나 결별한 가정에서 양육비를 지급해야 할 양육비 채무 부모가 이를 지급하지 않거나, 또는 지급해야 할 금액보다 적게 지급할 시 대신 지급되며, 이는 정부 기관인 Kela(Kansaneläkelaitos·Social Insurance Institution of Finland)에서 총괄하고 있다. Kela가 해당법을 이행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은 국가가 보전하며 2023년 기준 양육비는 월 186.97유로(약 26만3,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온라인과 우편으로 신청할 수 있고 심사까지 16일 정도 소요되며, Kela를 통해 양육비가 지급되면 Kela는 즉시 미지급 금액을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전액 회수한다. 만일 응하지 않으면 강제이행을 통해 회수된다.

양육비 대지급의 국내 도입, 세금 활용해 양육비 회수율 높이고 아동 권리 보호해야

독일과 스웨덴, 핀란드는 우리나라의 한시적 양육비 긴급 지원 제도와 다르게 양육 부모의 빈곤이나 질병, 상황, 생존 여부와 관계 없이 양육비를 지급하고 있다. 입법처는 UN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 아동은 발달에 적합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를 인정하고, 당사국이 부모 등 아동에 대한 책임이 있는 자가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함을 규정한다고 강조했다. 즉 부양책임이 있는 자로부터 양육비가 제때 지급되지 않거나, 일부만 지급될 시 국가가 개입하여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고, 이를 회수하는 것은 아동권리협약이 부여한 국가의 책무를 수행하는 것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입법처는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선택적 양육비 지원 제도가 보편적 대지급 제도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온라인, 우편 등의 간편한 행정 절차로 양육비 대지급이 이뤄지는 해외 사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양육비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채권자가 직접 소명하고 신청한다는 사실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법처에서는 국가가 책임지고 지급된 양육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세금으로 양육비 대지급을 운영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세금으로 양육비를 우선 지급한 이후에 그 금액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는다면, 개인의 책임 회피가 초래한 비용을 다른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불공정한 상황이 발생하기에 국가의 양육비 회수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한부모가족 아동은 47.7%로 OECD 국가 중 4위이며, 일반가족의 아동 빈곤율과의 격차는 37%P로 OECD 국가 중 3위를 기록했다. 양육비 이행 및 지급과 관련된 제도가 서둘러 보완돼야 하는 이유다.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국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해 아동 빈곤을 예방하고, 양육비를 지급했어야 할 채무자의 모든 형태의 자산을 추심해 상환을 완료한다면, 양육비 회피가 애초부터 불가능한 사회적 여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양육비 대지급 특별법안이 2건 발의되어 있다. 허 조사관은 어떠한 양육비 채무자의 미지급에 대한 어떠한 정당한 사유도 아동의 권리와 상충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자녀 양육 책임을 회피할 만한 ‘정당한 사유’는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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