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규모 ‘4,262억 자펀드’ 결성한 모태펀드 문화계정, “해외 자본금 비해선 턱없이 부족한 규모”

모태펀드에 50개 펀드 약 7,875억원 출자 신청, 최종 모태출자 4,262억원 선정 문화계정 결성액이 중기부 소관 계정 초과한 건 이번이 처음 업계 “시장 흐름 반영 적절하지만 K-콘텐츠의 글로벌화를 마냥 반기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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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모태펀드 문화계정 1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최종 14개 자펀드가 선정됐다. 모태펀드 확정 금액은 2,150억원, 자펀드는 4,262억원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소관 계정보다 큰 규모다.

업계에선 콘텐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문화계정 수요가 급증한 벤처투자 시장의 흐름을 정부가 읽어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최근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의 K-콘텐츠 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6개 출자 분야모두 목표 결성액 초과해 자펀드 조성 예정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모태펀드 문화계정 1차 정시 출자사업에 최종 14개의 자펀드를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 50개 펀드가 모태펀드에 약 7,875억원을 출자 신청하면서 이번 출자사업의 최종 모태출자는 4,262억원 규모로 결성될 예정이다.

출자 분야별로 살펴보면 3.7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던 ‘K-콘텐츠IP’ 분야는 최종 5개 펀드가 선정됐으며, 900억원의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1,750억원 규모의 자펀드가 결성된다. 다음으로 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K-유니콘’ 분야는 2개 펀드가 400억원의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600억원 규모의 자펀드가 결성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K-문화M&A’ 분야에서는 2개 펀드가 745억원을 결성하고, ‘K-문화일반’ 분야는 3개 펀드가 700억원을 결성한다. 두 펀드 모두 목표 결성액을 초과해 자펀드를 조성할 방침이다. 한편 일부 미선정된 ‘K-밸류’, ‘K-문화상생’ 분야 자펀드는 추후 재공고를 진행할 계획이다.

문화계정, 중기부 계정의 최종 선정 규모 뛰어 넘어

이번 문화계정의 선정 결과 가운데 중기부 계정의 최종 선정 규모를 뛰어넘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달 24일 발표된 중기부 계정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최종 10개 펀드가 선정됐다. 특히 자펀드 결성예정액 규모는 2,787억으로 문화계정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는데, 1차 정시출자 사업의 문화계정 결성액이 중기부 소관 계정을 초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기부가 올해 민간 출자 기조에 대해 더욱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 만큼, 출자 사업 예산에도 큰 차이를 보였다. 최근 들어 꾸준히 증가한 문화계정 예산은 올해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반면, 중기부 소관 계정의 1차 예산은 1,83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줄었다. 이는 문화계정에 더 많은 정책자금이 투입된 배경에 최근 빠르게 성장 중인 콘텐츠 시장의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콘텐츠 산업의 매출 규모는 146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수출액은 130억1,000만 달러, 고용 규모는 65.7만 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 1.6% 늘었다. 전체 산업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2020년에도 콘텐츠 산업은 16.3%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대표/사진=대통령실

해외자본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선 지원 규모 더 키워야

업계에선 이번 문화계정 출자 사업 결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시장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고, 현재 트렌드를 적절히 고려했다는 평가다. 특히 세분화된 계획을 통해 효율적으로 자금 집행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문화계정 사업은 제작 초기 분야에 투자하는 ‘모험투자 펀드’, 드라마 제작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드라마 펀드’ 등 비교적 형식적인 부분에 집중됐지만, 올해 출자사업은 최근 시장에서 화제가 불러 모으고 있는 콘텐츠 IP 시장과 비교적 위험한 투자처인 초기 투자에 자금이 집중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런 만큼 시장의 자금 수요와 흐름을 잘 읽어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화계정의 역대 최대규모 예산 편성에도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이 ‘K-콘텐츠’ 투자하는 해외 자본 규모와 비교하면 투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달 24일 넷플릭스의 공동 대표(CEO) 테드 서랜도스는 윤석열 대통령 접견 자리에서 “K-콘텐츠에 4년간 약 25억 달러(3조 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투자 규모는 올해 모태펀드 문화계정 예산과 국내 대형 OTT 경쟁사들의 콘텐츠 투자 비용을 합한 것보다 많다. 티빙, 웨이브 등 토종 OTT의 지난해 국내 콘텐츠 투자 비용은 각각 1,192억원, 2,111억원으로, 이를 정부 예산과 합하면 한 해 약 5,800억원의 투자금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는 넷플릭스가 4년간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의 1년 치(약 8,250억원)보다 적은 수준이다. 해외 자본에 전적으로 의지한 K-콘텐츠의 글로벌화를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흥행작의 지식재산권(IP) 모두를 넷플릭스가 모두 가져가면서 국내 기업이 성공의 대가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 배분보다 더 큰 문제는 제작사가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과 기반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데다, 결국 넷플릭스의 콘텐츠 하청 공장으로 전락할 우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자체적인 문화콘텐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 규모를 키우고, 토종 OTT의 해외 진출과 활성화를 도울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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