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무죄로 결론난 ‘타다 사태’, “규제 혁신 없인 잔혹사 반복될 뿐”

타다 최종 무죄 판결 났지만, “지난 4년은 돌아오지 않는다” 국회 유니콘팜, 혁신 저해 상황 이용하려는 ‘정치적 셈법’? 포지티브 규제 한계 명확, 네거티브 규제로 나아가야

pabii research

‘불법 콜택시’ 논란이 일었던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전직 경영진이 4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최종 확정받았다. 그러나 ‘제2의 타다’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규제 영역의 스타트업들은 타다의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타다의 지난 4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타다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타다, 4년 만에 최종 무죄 판결

앞서 타다는 17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으나 결국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택시업계가 타다를 불법 콜택시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하고 택시기사가 분신해 사망하는 등 사태가 커지자 국회가 부랴부랴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을 입법하면서 서비스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검찰은 지난 2019년 10월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전 브이씨엔씨(VCNC)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쏘카는 타다에게 렌터카를 빌려주는 방식의 비즈니스를 꾸렸단 이유로 검찰의 수사망에 포함됐다.

1일 대법원을 통해 두 대표와 두 법인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아냈으나, 법 개정에 따라 기존 타다 서비스의 부활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긴 시간 동안의 싸움 끝에 혁신은 무죄임을 최종적으로 확인받았으나, 그 사이 혁신이 두려운 기득권의 편에 선 정치인들은 법을 바꿔 혁신을 주저앉혔다”며 “혁신을 만들어 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꿔 혁신을 막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벤처 업계도 일단 이번 판결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벤처기업협회는 “타다 사태는 혁신 서비스를 법이 쫓아가지 못해 기득권 세력 등과의 충돌에 있어 전통적 사고방식에 기반한 판단이 혁신산업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신산업 분야의 혁신에 대한 갈등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판결을 교훈 삼아 기존 산업과 상생하면서 국가 경제 경쟁력을 제고하며 국민의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와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한편 관련 업계들은 여전히 타다 사태와 비슷한 행태가 이어질 것이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등 변호사 단체와의 갈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법률 플랫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4년의 시간은 대한민국 스타트업 업계 전체에 암흑의 시간이자 영원한 흑역사로 기억될 것”이라며 “무죄를 받긴 했으나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기득권에 발목 잡힌 타다를 지켜보던 수많은 혁신 창업가들이 자신의 꿈이 짓이겨지는 게 두려워 나서지 못했을 것이란 비판이다.

세무단체들이 반대하는 종합소득세 신고·환급 플랫폼 ‘삼쩜삼’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도 “과거에는 기술 고도화가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혁신의 속도가 주요 변수”라며 “안타깝게도 국내 스타트업의 일부는 타다와 마찬가지로 직역 단체와의 갈등으로 이를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현 사회 상황을 지적했다. 이어 “혁신은 낯설고 두려울 수 있지만 익숙함에 의존하다 보면 변화는 생기지 않는다”며 “이번 타다 무죄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는 많은 산업에서 제2의 타다가 아닌 상생하며 함께 성장하는 성숙한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유니콘팜 페이스북 캡처

유니콘팜 “타다 무죄 판결 환영”

국회 스타트업 연구 모임 ‘유니콘팜’은 타다의 최종 무죄 판결에 환영 입장을 표시하며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제2의 타다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니콘팜은 타다와 같은 혁신 서비스가 전통산업과의 충돌로 사라진데 대해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출범한 의원 연구 단체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난 2020년 12월 발족됐다.

유니콘팜의 대표 의원 강훈식 더불어민주당·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도 의료, 법률, 세무 등 전문직역 서비스뿐 아니라 부동산, 숙박,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기존 사업자단체와 갈등을 겪고 있다”며 “우리 산업에서 혁신적 가치가 창출해 내는 시대적 흐름과 방향을 잘 캐치하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길을 찾는 게 국회의 역할”이라고 힘줘 말했다. 기존 사업자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혁신을 바탕으로 한 상생의 목소리를 사업자들이 제대로 낼 수 있도록 돕겠단 취지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유니콘팜의 활동 아닌 활동이 결국 ‘정치적 셈법’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타다 사태 이후 ‘제2의 타다 사태’까지 터져나오던 시점에서 유니콘팜이 실질적으로 한 게 뭐가 있냐, 오히려 이 같은 혁신 저해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속셈 아니냐는 것이다. 기득권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그 가운데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선 정치적 셈법을 버릴 필요도 있음을 국회는 깨달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술 혁신 위해선 ‘진정한 규제 혁신’ 이뤄야

이를 위해선 ‘진정한 규제 혁신’을 이룰 필요가 있다. 다만 우선 우리 사회가 지닌 장애물이 뭔지 정확히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신산업 기회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기득권 저항’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와도 기존 사업자가 반대하면 신산업은 허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택시기사들의 반대로 타다가 불법화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이 때문에 결국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기술을 개발해 냈음에도 해외로 빠져나가야만 하는 사례가 수도 없이 많다. 대표적으로 심방세동을 측정해 의사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진단기기를 개발해 낸 A스타트업이 있다. A스타트업은 해외학술대회에서 1위로 뽑힐 정도의 기술력을 지녔으나 생체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이 원격의료에 해당한다는 점에 발목이 잡혔다. 이는 현행법상 불법으로 인식돼 A스타트업은 결국 해외로 규제 이민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하고 싶어도,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이고 싶어도 국가 차원에서 이를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포지티브 규제도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 중 하나다. 포지티브 규제란 법률과 정책에서 허용되는 것들을 나열하고 이외의 것들을 모두 허용하지 않는 규제를 의미한다. 이와 반대되는 네거티브 규제는 법률이나 정책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라면 모두 허용하면 규제다. 규제 강도를 비교해 보면 포지티브 규제가 네거티브 규제가 더욱 강력하다. 포지티브 규제는 ‘이것만 된다’는 식이고, 네거티브는 ‘이것만 안 된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 대부분 네거티브 방식으로 혁신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해진 것 외에는 일절 할 수 없는 포지티브 규제로 혁신 활동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다. DTC(Direct-to-consumer) 유전자 검사 항목 규제가 대표적인 예시다. 국내에선 현행법상 체지방, 탈모 등과 관련한 12개 항목만 허용하다 규제샌드박스 심사를 통해 13개 항목을 추가 허용키로 결정한 반면, 영국이나 중국 등에서는 DTC 검사 항목을 따로 제한하지 않는다. 미국 또한 검사 항목을 보다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포지티브 규제 방식으로 혁신을 저해할 동안 다른 국가들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검사 항목 확대를 위한 규제 특례를 허용하곤 있으나, 여전히 경쟁국에 비해선 상당히 부족하다. 건별 심사를 통해 샌드박스에서 승인받은 사업만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포지티브 방식으론 명확한 한계가 봉착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오는 2024년부터 2027년까지 특정 산업에 대한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는 ‘글로벌 혁신특구’를 올해 2곳 지정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국 2곳뿐이라는 점이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기술 혁신을 바란다면 먼저 규제 혁신을 일궈야 한다. 일궈지지 않은 땅에 씨앗이 제대로 뿌리내리길 바라는 건 기우를 바라는 ‘기도’에 불과하다. 혁신은 기도에서 멈춰선 안 된다. 혁신은 확신이 되어야 한다. 이를 국회는 뼈저리게 느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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