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 ‘336억’ 과징금 폭탄, 공정위 “거짓·부당 광고 배제할 것”

‘5G 논란’ 이동통신 3사, 공정위에 ‘철퇴’ 맞았다 5G 최초 상용화 국가 韓, 정작 서비스 질은 떨어지기만 이동통신 3사 ‘사기 행각’ 처음 아냐, 공정경쟁 독려 필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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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동통신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에스케이텔레콤, 케이티, 엘지유플러스(이하 이동통신 3사)에 총 3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동통신 3사가 5G 서비스의 속도를 거짓 과장하거나 기만적으로 광고하고 자사의 5G 서비스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부당하고 비교 광고한 행위에 대한 결정이다.

공정위, 이동통신 3사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공정위는 24일 이동통신 3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동통신 3사의 행위에 시정명령 및 공표명령과 함께 표시 광고 사건 중 역대 두 번째로 큰 과징금을 부과한 것인데, 통신 서비스 속도와 관련한 부당 광고행위에 대한 제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이동통신 3사는 실제 사용환경에서 구현될 수 없는 5G 기술표준상 목표 속도인 20Gbps를 실제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 또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 및 엄격한 전제 조건 하에서 계산되는 최대지원속도를 소비자가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알렸으며,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사의 5G 서비스 속도가 경쟁사들보다 빠르다고 광고했다.

이에 공정위는 보통의 주의력을 지닌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 광고가 전달한 인상, 소비자 오인성 및 공정거래 저해성 등을 면밀히 심사해 이번 사건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특히 실제 속도가 0.8Gbps(2021년 3사 평균)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거짓·과장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광고상 속도 역시 실제 사용 환경과 상당히 다른 상황을 전제할 때만 도출될 수 있는 결과라는 사실을 은폐·누락했다는 점에서 기만성까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자사 소속 직원이 측정하거나 자사에 유리한 측정 결과만을 근거로 타 사업자의 속도와 비교 광고했단 점도 지적 사항으로 꼽혔다.

이론상으로 가능한 5G 서비스 속도/사진=공정거래위원회

‘최초’ 타이틀 얻었지만, 왕관의 무게는 무거웠다

지난 2019년 4월 3일, 우리나라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 국가’란 타이틀을 얻어냈다. 다만 당시에도 5G가 완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미국의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5G 개통을 앞당긴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와 이동통신 3사가 부랴부랴 조기 개통을 꾀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타이틀에 연연해 조급하게 움직였단 비판이 있으나, 세계 최초의 의미는 대한민국 표준이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 세계 최고 수준의 5G 생태계를 조성해 내겠단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시장의 분위기는 어둡기만 하다. 물론 5G 출시 당시엔 ‘반짝 흥행’이 이어졌다. 2019년 4월 5G가 개통된 후 첫 달에 27만1,686명이 5G에 가입했으며, 2020년엔 59만8,602명, 2021년엔 75만5,317명이 추가 가입했다. 그러나 2022년 증가치는 59만5,347명에 그치며 반짝 흥행도 끝을 맞이했다.

당초 각종 악재를 뚫고 5G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속도 마케팅’에 있었다. 당시 이동통신 3사는 5G 이동통신을 ‘LTE와는 차원이 다른 서비스’라고 홍보했다.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구는 ’20배 빠른 속도’였다. 당시 SK텔레콤은 “초고속! 20배 빠른 속도”, KT는 “5G는 LTE 대비 최대 20배 빠른 속도를 제공합니다”, LG유플러스는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 등의 표현으로 광고를 내보냈다. 당시 문재인 정부 또한 5G 상용화 기념행사에서 “5G는 기존 LTE보다 속다가 20배 빠른 통신 고속도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비싼 요금제와 단말기 대금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5G 상용화 당시 기지국은 3만5,000여 개에 불과했으며 연말까지 9만7,000개까지 늘리는 데 그쳤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2019년 10월 참여연대가 5G 고객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전체 고객 중 76.6%가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각에선 이동통신 3사 카르텔과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KT 속도 저하 논란도 상기해 봐야

사실 이동통신 3사의 ‘사기 행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21년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KT에 총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유튜버 ‘잇섭’이 제기한 KT 속도 저하 논란이 사실로 밝혀진 데 따른 조치였다. 당시 정부가 KT 10기가 인터넷 품질 저하 관련 사실 확인을 위해 실태 점검 조사를 벌인 결과 KT가 의도적으로 인터넷 개통 처리 시 속도를 측정하지 않거나 측정하더라도 이용약관상 최저보장속도에도 미달된 건이 다수 발견됐다.

10기가 요금제는 무려 월 8만8,000원이라는 거금이 드는 KT의 가장 비싼 요금제 중 하나였다. 그런데도 이보다 가격이 1/4밖에 안 되는 2만2,000원 요금제의 인터넷 속도인 100Mbp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으니, 사용자 입장에선 ‘사기’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동통신 3사의 이미지가 대폭 깎이게 된 것도 이 같은 사건이 종종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번 과징금 부과 조치는 사업자-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큰 이동통신 시장에서 통신 기술세대 전환 때마다 반복해 온 부당 광고 관행을 근절하려 시도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도 통신 서비스의 핵심 성능지표인 속도에 관한 광고의 위법성을 최초로 인정한 사례라는 점이 중요하다. 사업자가 행정지도에 따라 광고를 했더라도 소비자 오인성을 해소할 수 없는 경우 위법한 광고에 해당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는 점도 중요 포인트 중 하나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소비자에게 이동통신 서비스 속도 및 품질에 대한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알 권리 및 선택권을 높일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공재인 전파를 할당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이동통신 3사가 부당 광고를 이용한 과열 경쟁에서 벗어나 품질에 기반한 공정경쟁으로 나아가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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