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기, ‘생활인구’ 통해 돌파구 찾는다

거주 중심에서 지역과 연결된 다양한 ‘관계 중심’으로 확대되는 인구개념 총인구 감소세 속 ‘지방소멸 위기’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고육지책 ‘전북사랑도민제도, 일본 히가시카와’ 등 생활인구로 해법 찾은 사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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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이 지난 11일 오전 충북 괴산군 소재 숲속 작은 책방에서 청년마을 관계자 및 영농 유튜버 등과 지방소멸대응 정책현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행정안전부

정부가 새로운 인구개념인 ‘생활인구’를 본격 추진한다. 총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방소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주인구뿐만 아니라, 비거주자지만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사람까지 지역의 인구로 보겠다는 취지다. 한편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생활인구 확대 정책이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시범사업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일부 인구 감소지역 위주로 시범 도입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및 시행령에 따라 ‘생활인구의 세부요건 등에 관한 규정’(행정안전부 고시)을 오는 18일 제정·시행한다고 밝혔다.

「생활인구의 세부요건 등에 관한 규정」 및 관련 법령에 따르면 생활인구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으로 등록한 사람 △통근‧통학‧관광 등의 목적으로 주민등록지 이외의 지역을 방문하여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횟수가 월 1회 이상인 사람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등록을 하거나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거소신고를 한 사람이다.

행안부는 올해 일부 인구감소지역(7개)을 대상으로 생활인구를 시범적으로 산정하고, 내년부터 전체 인구감소지역(89개)으로 대상을 확대해 산정·공표할 계획이다. 생활인구 산정을 위해선 주민등록 정보(행안부), 외국인등록‧국내거소신고 정보(법무부), 이동통신데이터(민간통신사) 등의 데이터를 활용한다. 또한 법무부, 통계청 등과 협업해 인구감소지역 생활인구의 특성을 분석하고, 분석결과가 정책 추진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각 부처와 지자체에 제공할 방침이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국가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생활인구는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각종 정책 지표에 생활인구를 반영하는 등 생활인구의 안착과 활용 확대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생활인구, 일본의 인구감소 대응정책의 한국식 적용

일정한 지역에 사는 사람의 수를 뜻하는 ‘인구’는 거주지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가운데 생활인구는 주소지와 실제 생활지가 맞지 않는 요즘 세태를 반영해 거주지 기반의 정주인구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자 고안된 인구 개념이다.

생활인구가 등장한 결정적인 배경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감소에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는 2020년 5,184만 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2021년 5,174만 명으로 떨어지면서 공식적인 ‘인구감소국가’가 됐다. 재화와 생산 그리고 소비의 주체인 인구의 감소는 국가 경쟁력 약화는 물론, 행정서비스 수요의 감소로 정주 여건과 생활 기반이 악화되는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 즉 생활인구 개념 도입은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생활인구는 우리보다 먼저 인구감소 대응정책을 펼친 일본의 ‘관계인구’ 개념을 한국식으로 적용한 것이다. 관계인구는 2017년 일본 야마나시현이 ‘야마나시 관계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지역을 지지하고, 경제적 공헌과 귀속의식이 있는 인구를 칭하는 의미로 쓰였다. 관계인구와 마찬가지로 생활인구 또한 타지역에 살고 있는 도시민이 거주지가 아닌 지역과 맺는 다양한 관계를 발굴·확대해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강진푸소는 농촌민박과 농촌체험으로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무르며 힐링하는 생활관광 프로그램이다. 사진은 강진푸소 체험객들이 푸소 농가에서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강진군청

생활인구 확대 정책이 지역 경제를 살린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생활인구 개념이 포함되면서 일부 지자체에선 이미 생활인구 확대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라북도가 대표적이다.

2019년 기준 관광 체류인구가 거주인구보다 21배 이상 많은 전북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귀농귀촌 등 장래인구로의 유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전북사랑도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전북사랑도민에는 전북을 제외한 타지역에 주소지를 두고 있으나 전북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며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출향도민이나 지역연고자 등이 포함된다. 이는 생활인구 개념을 포괄한 제도로 도 및 14개 시·군 공공시설에 대한 이용료 감면, 도정 소식지 제공, 투어패스 1일권 지급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정책 활용을 통해 정주인구 유입책의 한계를 돌파한 또 다른 사례로는 전라남도 강진군의 ‘푸소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강진푸소는 농촌민박과 농촌체험으로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무르며 힐링하는 지역 주민 주도 생활관광 프로그램으로, 2015년부터 시작해 90개소의 푸소농가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강진군에 따르면 지자체의 지속적 투자와 지역 주민의 노력을 통해 2015년부터 현재까지 푸소 운영농가 일자리 115개 창출, 농가소득 40억8,500만원, 푸소체험객 4만6,935명이라는 성과를 냈다.

한편 일본 히가시카와 등 생활인구 확대 정책을 통해 인구 증가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성공한 해외 사례가 다수 확인되는 가운데, 독일의 복수주소제는 단수주소제인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검토해 볼 만한 제도다. 독일은 복수주소제를 통해 주 거주지와 부 주거지를 나눔으로써 등록주소와 실제 생활공간이 상이한 인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모든 주민이 주 거주지와 부 거주지 모두 세금 신고 의무를 지님에 따라 지자체는 행정서비스 또는 지방공공재에 제공되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복수주소제 도입을 위해서는 ‘주민등록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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