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지역경쟁력지수’로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심각성 확인 ②

한은, “RCI는 여타 지수 대비 지역경쟁력 설명력 높다” 강조 RCI 산출 결과 대구·경북 지역경쟁력 저조한 것으로 확인 가시화된 지역별 경쟁력 격차에 대해 정부 차원 대응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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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지난 5월 11일 각 지역의 경쟁력을 다방면에서 측정한 통합지표인 ‘지역경쟁력지수(Regional Competitiveness Index, 이하 RCI)’를 개발한 바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지역경쟁력지수를 통해 수도권·비수도권 지역 격차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만큼, 정부 차원에서 격차 해소를 위한 적절한 대응책 모색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RCI와 여타 지표 비교

출처=한국은행,통계청

대규모 공장이 대거 위치한 울산과 충남의 경우, 서울 경기 지역에 비해 1인당 개인 소득보다는 1인당 GRDP가 높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울산과 충남의 지역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그간 기존 연구의 경우 GRDP로 지역별 경쟁력을 설명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RCI는 생산 측면과 아울러 지역의 기본, 효율성, 혁신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1인당 GRDP보다 지역경쟁력을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RCI는 1인당 개인소득을 효율성 역량 지표 중 하나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1인당 민간 소비와 높은 상관관계(0.83)를 보인다. 지니계수의 경우 RCI와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나 지역경쟁력이 높은 시도일수록 근로 소득 및 소비 불평등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RCI는 통계개발원이 공표하는 주관적 삶의 질 지표(주관적 소득 수준, 삶의 만족도, 소비생활 및 여가 활동 만족도 등) 가운데 주관적 소득 수준 지표와는 상관관계가 높았으나 여타 주관적 지표와의 상관관계는 낮게 나타났다.

또한 RCI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공표하는 종합지수인 지역창조잠재력지수, 지역발전지수, 지역혁신지수와도 각각 0.84, 0.74, 0.63으로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세 지수가 RCI의 세부 역량 중 기본 및 혁신역량과 상관관계가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RCI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공표하는 종합지수의 지역별 순위를 비교한 결과 서울, 경기, 대전은 모든 종합지수에서 공통적으로 상위권이었으나 강원, 경남, 전남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대구·경북 지역의 저조한 지역경쟁력

2020년 기준 17개 시도 중 대구와 경북의 지역경쟁력 순위는 각각 10위와 16위로 광역시 중에서 가장 낮았고, 경북은 강원에 이어 도 지역 중에서 가장 낮았다. 대구·경북지역 시군구의 RCI를 지역 발전 정도(도시 비중)에 따라 구분하면 발전 정도가 높을수록 RCI 평균이 높았으나, 이마저도 전국 평균에 비해서는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출처=한국은행

2020년 대구·경북지역 시군구 RCI는 2018년 대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북 문경시는 RCI가 상승했으나 그 외 대부분 시군구에서 RCI가 2018년 수준보다 개선되지 않았다. 집계 결과 대구에서는 달성군과 수성구의 RCI가 하락했는데 두 지역 모두 지방자치단체 안정성 부문에서 재정자립도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수성구는 제도 부문의 기관별 청렴도 등급이 하락했고, 달성군은 보건 부문의 종합병원 접근성 및 초등학교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악화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경북의 군위군, 영양군, 청도군, 김천시, 상주시의 RCI도 하락했다. 안동은 기관별 청렴도 등급 하락과 고속도로 IC 접근성 및 고속·고속화 철도 접근성 악화로 인해 지역 내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위의 2018년 대비 2020년 대구경북지역 시군구 RCI 하락의 원인을 기본역량 및 효율성 역량의 상대적 경쟁력 약화에서 찾는다. 기본역량 경쟁력 하락으로는 제도 및 지방자치단체 안정성 부문 경쟁력 약화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은 인·허가 등 행정절차 문제로 인한 창업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한편 경쟁력 하락은 노동시장 효율성 부문 경쟁력 약화가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여타 시도의 경우 대부분 성별 고용률 격차 및 경력 단절 여성 비율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오히려 그 수치가 커졌다는 것이다.

당국 차원에서 수도권·비수도권 지역경쟁력 격차 해소를 위한 대응책 마련 필요해

이번에 개발된 RCI에 대해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경제조사팀 배지현 과장은 “RCI는 지역의 경제 규모만 고려하는 것이 아닌, 지역이 기업과 주민 모두의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는지를 평가하기 때문에 생산지표인 1인당 GRDP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RCI로 지역 간 발전 정도 차이를 감안해 시군구 단위로 지역경쟁력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시도 단위로 공표되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지수와는 차별화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배 과장은 RCI가 낮은 대구와 경북의 지역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해당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즉 RCI가 낮은 원인이 기본역량 및 효율성 역량의 약화에 있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프로그램, 불필요한 절차 간소화, 관련 정보제공 인프라 정비 등을 통해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RCI를 통해 객관적으로 가시화된 수도권 및 비수도권의 지역별 경쟁력 격차에 대해서는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의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소멸 문제 완화 및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RCI 중·하위지역에 대한 자원배분 전략을 장기적 관점에서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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