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정책과 반대로 걷는 LG에너지솔루션·삼성바이오로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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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밸류업 정책 밀고 있지만 무배당 공시 기업 1,382개사, 전체의 56%
시가총액 3·4위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무배당 결정
증권가 "각 사별 사정 있겠지만, 밸류업 정책 동력 하락 피할 수 없어"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결산 배당금을 0원으로 결정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밸류업 정책을 강하게 밀고 있는 와중에 대기업 계열사들이 무배당을 결정하자 논란이 이는 모습이다.

지난해 결산에 무배당 공시를 한 기업은 상장사 2,440개사 중 1,382개나 된다. 그러나 시가총액 20위권 내의 기업들이 모두 배당을 결정하는 가운데 코스피 시총 3, 4위인 기업들이 무배당을 결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주환원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높은 만큼, 올해 배당을 건너뛰는 것이 정부 당국의 정책과 반대 방향의 결정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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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밸류업, 시총 3·4위 기업은 무배당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시총 기준으로 94조원(약 702억 달러)인 LG에너지솔루션, 60조원(약 448억 달러)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24년 3월 19일 종가 기준)가 지난 2023년에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해 놓고 무배당 정책을 결정했다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1년 전 최대 620,000원에 달했던 주가가 400,000원대 초반으로 내려앉은 만큼, 배당마저 없으면 장기 보유 고객들의 수익성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3월에 80만원대를 오르내리다 올해 들어 주가가 850,000원대 근처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어 불만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증권가에서 두 기업의 무배당 결정에 볼멘소리가 나오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상장사들이 △배당 증대 △자사주 소각 △적극 경영 공시 등 투자자에게 이익을 환원해 주식 시장을 활성화할 것을 주문했다. 국민연금 등의 연기금들이 향후 밸류업 정책을 명시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 비율을 줄일 것이라는 계획까지 발표한 만큼, 시총 3,4위 기업의 무배당이 금융당국에 납득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두 기업의 무배당에 대한 비난이 정부 쪽에 쏠리는 것도 특이한 대목이다. 일본의 밸류업 정책을 벤치마킹한다고 나섰으나,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유인책, 강제성이 없는 말잔치였다는 비난이 일었던 가운데, 삼성, LG 등의 주요 대기업 계열사가 역대급 영업 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밸류업 정책에 동참하지 않았던 것은 금융당국의 정책 실기라는 것이다.

무배당한 기업보다 금융당국에 비난 화살 쏠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무배당을 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에 공감대를 표하기도 한다. 지난 2020년 설립 첫해에 4,518억원의 적자를 낸 이후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9,299억원, 7,798억원, 1조6,380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 흑자의 상당 부분이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에 기인한 것인 데다, 올해 들어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른 배터리 수요 급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3.7% 감소한 3,382억원에 그친 가운데, 올해 내내 어닝 쇼크가 이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에서 미세한 우위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될 경우 IRA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위기 대비를 위해 현금 보유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지난 2020년부터 꾸준히 지속돼 온 배당 연기 정책 중 일환일 뿐, 주주 환원을 무시한 것은 아니라는 게 시장 일각의 견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로 2024년까지 현금흐름이 적자를 보이는 상황인 만큼, 배당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공시에도 2025년부터 3년간 해당연도 잉여현금흐름(FCF)의 10% 내외에서 현금 배당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오 기업들의 배당 악화는 막대한 R&D(연구개발) 투자 요구 때문이다. 셀트리온의 경우 지난 2023년에도 이미 2022년(750원) 대비 배당액을 절반가량 줄인 주당 375원으로 책정했다. 올해는 현금 배당을 포기하고 주당 500원 규모의 주식 배당을 결정했다. 한미약품그룹도 R&D 투자를 위해 OCI그룹과 합병을 준비하는 등 바이오 그룹 전체가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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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정책 실패와 기업의 생존 전략 사이

한국전력이 지난해 4조7,16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22년에도 24조4,291억원의 기록적인 손실을 기록했던 만큼, 시총 상위 기업이라고해도 회사 사정이 어렵다면 무배당 정책을 납득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밸류업을 강하게 밀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핵심 상장사들의 무배당 결정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 올 수밖에 없다.

지난 2006년부터 연이어 대우건설, 대한통운을 인수했다가 결국 재무적 부담으로 지난 10여 년간 기업 집단이 단계적으로 해체된 금호석유화학도 지난 7일 향후 3년간 자사주 보유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보통주 9.2%를 소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 사세가 줄어들고 사업 전반이 약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가는 모습이다. 정작 주요 대기업들이 정부 정책과 반대 방향으로 가면 내년 이후에 밸류업 프로그램을 따르라는 압박이 먹혀들겠냐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뒤늦게 세금 혜택 등의 유인책을 언급하고 있지만, 시총 3, 4위 기업들의 참여조차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밸류업 유인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여의도 증권가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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