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둔화 계속되는 ‘유럽 경제’, 여전한 고물가·고금리에 본격 회복은 기대난

지난 4월 유로존 경기·물가는 ‘악화’, 고용·무역은 ‘개선’ 크게 개선된 무역 적자에 위험자산 선호 현상 강화 ‘에너지 수급 우려 완화’ 등에 따라 향후 경제 추가 둔화는 낮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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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U Official Website

올해 유로지역 경기 둔화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PMI(구매관리자지수) 등의 경기 지표는 하락한 반면, 소비자물가(HICP)의 오름세는 여전하다. 금융시장은 여전히 견고한 고용 여건과 크게 줄어든 무역수지 적자 폭 등을 이유로 소폭 상승했다. 한편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라 유럽 중앙은행(ECB)의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당분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 실물경제는 ‘혼조세’

지난달 유로지역의 실물경제 지표는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가 혼재했다. 지난 8일 한국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사무소가 발표한 ‘최근 유로지역 경제동향 및 전망’에 따르면 올해 유로지역의 경기 둔화 기조는 지난달까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산업생산지수는 자동차·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상승 중이지만, 소매판매지수는 21년 상반기 고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 하락 중이다. 심리지표인 PMI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다소 개선 중이나, 제조업 분야에선 하락 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제조업 PMI의 경우 지난 2020년 5월 최저치(39.4) 이후 가장 낮은 수준(45.8)을 기록하며 실물경제 침체를 시사했다.

지난달 유로지역 소비자물가 역시 7% 내외의 오름세를 지속하며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음식료품(3월 15.5% → 4월 13.6%), 공업제품(6.6%→6.2%)의 상승 폭이 축소됐으나, 에너지(-0.9%→2.5%)가 상승으로 전환하고, 서비스(5.1%→5.2%)는 상승세를 지속했다. 에너지, 음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또한 전월(5.7%)과 비슷한 수준(5.6%)을 기록했다.

한편 고용시장은 호조가 이어졌다. 지난 3월 실업률(전체연령 기준)은 6.5%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하락하며 지난 1년간 실업률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청년 실업률도 전월에 비해 0.1%p 낮은 14.3%를 기록했다.

유로지역 PMI (구매관리자지수/출처=한국은행

크게 개선된 무역 적자폭, 금융시장은 상승

지난 4월 유로존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소폭 상승했다. 먼저 채권시장은 미국 은행불안 완화와 ECB 주요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약화했다.

유로존 주요국 국채금리를 살펴보면 독일 국채금리(10년 만기)는 지난 3월 말 대비 2.1bp 상승했다. 주변국 국채금리도 이탈리아(+8.0), 스페인(+5.5), 포르투갈(+1.4) 등으로 전월 말 대비 상승했다. 다만 미국 은행불안이 일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로스톡스50(Stoxx 50) 등 유로존 주식시장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지난 3일과 4일 있었던 FOMC와 ECB 정책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에 대한 경계감 등에도 불구하고 기업실적 호조, 무역수지 개선 등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금융 데이터 기업 리피니티브(Refinitive)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STOXX 600 상장기업 가운데 65%가 시장 예상 수익을 상회했다. 가장 최근 발표 자료인 2월 무역수지 또한 -6,000억 유로를 기록하며 전월(-116.2억 유로)보다 적자 폭이 크게 축소됐다.

한편 지난달 말 유로 환율(USD/EUR)은 1.1019달러/유로로 글로벌 달러 약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미국과의 금리차 축소 등의 영향으로 상승했다. 유료 환율이 1.1달러/유로 수준을 상회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년 만이다.

유로지역 역외 수출입 및 무역수지/출처=한국은행

경제 추가 둔화 가능성 낮지만 본격 회복은 요원

향후 유럽경제의 추가 둔화 가능성은 낮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유로존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1분기와 2분기 모두 0.1%(전기 대비) 상승 전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글로벌 경기 개선 효과와 에너지 수급 우려 완화 등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물가 및 긴축적 통화정책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본격적 회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IMF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도 금년 경제성장률이 1%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내년에도 1% 중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의 경우 지난해 급등했던 에너지 항목 등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코메르츠방크(Commerzbank) 등 일부 기관에선 올해 3분기 중으로 5%까지 낮아질 거라 보고 있다. 반면 근원물가는 이연소비(pent-up) 수요, 임금 인상 등으로 서비스 부문에서의 가격상승 압력이 지속되면서 한동안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물경제 지표 전망이 대체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향후 채권 시장에서도 금리 하락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메르츠방크, LBBW(Landesbank Baden-Württemberg) 등 유로존 투자은행들은 향후 독일 국채금리의 하락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당초의 전망을 유지했다. 특히 지난 4일 ECB 정책위원회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결정을 반영하면 향후 1개월 내 금리 전망치가 큰 폭으로 하향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투자은행은 유로 환율에 대해서도 당분간 완만한 강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ECB의 만기채권 재투자 전면 중단에 따라 이탈리아 등 주변국의 국채금리 불안으로 인해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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